백 년 동안 행복한 사람
무려 아흔여덟 살의 나이에 시인으로 등단한 할머니,
시비타 도요는 아흔두 살 때 처음 시를 썼고,
아흔 여덟에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발간했습니다.
그녀의 시집은 6개월 만에 70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100살을 넘긴 시비타 할머니는 평생동안 제대로 시를 공부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시를 단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100살 늦깎이 시인의 <비밀>이라는 시는 이러합니다.
나 말야,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어서
그렇지만 시를 쓰면서 사람들에게 격려 받으며 이제는 더 이상 우는 소리는 하지 않아
아흔여덟 살에도 사랑은 한다고 꿈도 꾼다고 구름이라도 오르고 싶다고
1911년에 태어난 시비타 할머니는 10대 시절,
아버지의 가산 탕진으로 집안이 기울어 학업을 포기하고 일터로 나가야 했습니다.
그 후 한 번의 결혼과 이혼 끝에 요리사 남편을 만나 아이를 낳고 재봉 일 같은 부업을 하며 살아왔는데,
나이 아흔이 넘어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취미로 하던 고전무용조차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시인은 아들이 그런 어머니를 안타깝게 지켜보다가 시를 한 편을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며 습작을 권했습니다.
그리하 여 할머니는 시 한 편을 써서 일간지에 투고했는데,
그 시가 놀랍게도 6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산케이 신문≫ 1면에 실리게 된 것입니다.
평생 문학 수업 한 번 받지 못한 노인의 글이었지만,
솔직하고 담백한 시비타 할머니의 시에 심사 위원들은 매료되었습니다.
독자들의 반응 또한 폭발적어서,
독자 중 하나였던 출판 편집자가 할머니를 끈질기게 설득하여 마침내 시집은 출간되었습니다.
할머니는 100살을 넘긴 지금도 아침마다 화장을 하고 멋진 모자를 골라 씁니다.
세상사 모든 일에 관심이 많아,
머리맡이건 식탁 위건 손이 닿는 곳에는 종이와 펜을 가져다 놓고
시상이 떠오르거나 궁금한 일이 생길 때마다 메모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시비타 할머니의 장수 비결을 두고
왕성한 호기심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녀의 시를 읽다 보면 비법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는 간호사가 목욕을 도와주었습니다.
아들의 감기가 나아서 둘이서 카레를 먹었습니다.
며느리가 치과에 데리고 가 주었습니다.
이 얼마나 행복한 날의 연속인가요.
ㅡ시비타<행복> 중에서
100년을 살아온 할머니는 누구보다도 일상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100년이라는 긴 시간을 '하루하루'로 살아 왔기에 어린 아이 같은 호기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무심결이 지나치는 많은 일들이 모여
매일매일의 힘이 되어준다는 걸 할머니는 시로 이야기 합니다.
하루해가 넘어갈 때쯤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종일 뭘 했나 모르겠어. 한 일이 없네. 한 일이 없어”
그러나 거창한 저녁을 꿈꾸는 이들이여,
오늘도 마주하고픈 사람들과 한 끼 식사를 나누고
하루 일을 마친 후 무사히 귀가 했다면
당신은 백 년 동안 행복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