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란 말은 어떤 뜻일까요? 아마도 인간의 헛된 욕망에 해당되는 부정적인 의미와, 이루어지지 않을값에 끝없이 탐구하는, 슬픈 구도의 모습을 상징하지 싶습니다. 해서인지 이카루스를 모델로 한 문학작품이 많이 나오죠. 대표적으로 이문열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를 보자면, 전자의 부정적 이미지를 담아낸 것 같네요. 또한 이청준의 ‘날개의 집’을 보자면 이렇군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향한 슬픈 구도의 자세이군요. 덧붙이자면 이상의 날개도 이 범주에 들어가지 싶습니다. *이카루스는 신화가 얼크러지고 설크러진 가운데에 등장하며 주인공도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미궁'으로 비교적 잘 알려진 미노스왕과 그의 바람둥이 아내 파시파에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파시파에는 황소를 사랑합니다. (황소와 거시기 하는 모습의 그림이 남아 있다네요~~*) 그래서 황소의 아이를 가집니다. 인간과 황소의 아이는 당연히 괴물일 수밖에 없겠죠. 반은 사람 반은 황소의 모습을 한 이 괴물 미노타우로스, 꼴값 하느라 사람 고기 아니면 입 언저리에도 안댑니다. 그래도 자식이라고, 미노스왕은 차마 괴물 아들을 죽이지는 못합니다. 미궁에 가둔 것이지요. 이 미궁은 당시 최고의 장인 *다이달로스가 만들었는데, 일단 들어갔다 하면 아무도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아들을 거기다 가둔 아버지는, 아들이 굶주리지 않게 끼니 때마다 사람을 넣어줍니다. 이왕이면 육질 부드러운 선남선녀로 말입니다. 언제나 영웅은 있기 마련입니다. 테세우스가 이 미궁속에 들어가게 됩니다.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탈출까지 한 것입니다. 어떻게 탈출했을까요? 늘 그렇듯이, 영웅이 있으면 로맨스도 있는 겁니다. 그렇죠, 테세우스에게 반한 미노스의 딸이 아버지를 배반한거죠. 무너지는 건 언제나 내부에서부터니까요.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에게 실 꾸러미를 줍니다. 그래서 그 실 꾸러미를 따라 입구를 무사히 찾은 테세우스와 도망질을 하지요. 그것으로 끝났으면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될 뻔도 했지만, 배반자 뒤끝은 항상 처참한 거죠. 남자라는 게 본시 늑대라는 걸 이 순진한 처녀가 미처 몰랐더래요. 그렇습니다. 테세우스는 볼장 다 본 아리아드네를 폐기처분해버립니다. 어느 섬으로 데려가서는, 그 섬에서 아리아드네가 잠든 새 혓바닥을 '메롱'하고는 내빼버립니다. 어이, 귀찮은 거, 잘 처리해부렸어! 낄낄~~~~~ 하고 웃었을 것도 같습니다. 여기서 디오니소스가 등장하죠. 아리아드네가 아버지를 배반하고 자기 나라를 버렸지만, 그래도 그 순진함 때문에 용서는 받은 것 같습니다. 바로 그 섬에서 포도주의 신인 디오니소스와 딴따라를 올렸으니까요. 한편 미노스는 자존심이 팍 구겨졌지요. 화풀이 할 데가 달리 있겠심꺼? 미노스가 다이달로스를 잡아먹을듯이 노려보았습니다. "야, 다이달로스, 저기서 아무도 못 빠져나온다고 큰소리 쳤지? 어디 그게 진짠가 보자!” 그렇습니다. 미노스의 아들이던 황소대신에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루스가 미궁 속에 집어넣어졌습니다. 이카루스! 다이달로스의 아들이 바로 '이카루스'군요! 그런데 미노스는 두 부자가 혹시라도 빠져나올까 감시도 철저히 했더랍니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엔 나는 놈이 있는 게 세상만사 이치 아니겠습니까. 다이달로스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뛰어난 장인 입니다. 못 만드는 것 빼곤 다 만드는 사람이지요. 그렇습니다! 그는 진짜 나는 놈이 됩니다. 밀랍으로 날개를 만든 것이지요! 세상에나~~* 그는 어린 아들 이카루스에게 몇 번이고 다짐을 합니다. “얘야, 언제나 적당한 높이만큼 날으렴. 너무 낮게 날면 습기 때문에 날개가 무거워지고 너무 높이 날면 태양열 때문에 밀랍이 녹는단다.” 그리고 둘은 하늘을 날아오릅니다. 얼마나 신기 했을까요. 비행기도 없던 그 시절에 하늘을 나는 최초의 인간이 된 기쁨, 아마도 대~~낄이었을 겁니다. 세상이 눈 아래 펼쳐졌을 때 이카루스는 생각했겠지요. 조금만 더 높이 날면 더 멀리 볼 수 있을 텐데.... 조금만.... 태양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였겠지요. 그 찬란함에 황홀도 했을 겁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세상만사가 그런 법이지요. 노름꾼도 연방 집안을 거들내면서도 '조금만 더'를 씹고 씹었을 거고, 바람둥이도 색시 집에서 '조금만 더' 더, 더, 뭉기적 대었을거고, 아이들도 숙제는 미뤄놓고 컴퓨터 게임에 쏙 빠져 '조금만 더'를 외쳤겠지요. (이크, 나도 설거지가 밀렸구나.... 그러나 조금만 더 쓰고....^^) 맞습니다! 그 아무도 처음부터 패가망신하려고 작정한 사람은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냥, 단순히, '조금만 더' 더, 더~ 했을 뿐이지요. 아무튼 이카루스는 조금만 더, 더, 하면서 태양 가까이로 날아갑니다. 금단의 열매일수록 아름답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태양이 손끝에 닿을 것만 같은 터질듯한 그 환희의 순간 어쩔거나~~ 아뿔사~~ 마침내 이카루스가 추락하기 시작합니다. 밀랍날개는 그의 욕망을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녹아 내립니다. 떨어져 내리는 짧은 찰나, 이카루스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죽음을 눈앞에 맞이하는 그 순간, 이카루스는 행복했을까요? 아니었을까요? 어쩌면 태양가까이 날아갔다는 그 한 순간의 환희만으로도 죽음과 맞바꿀 충분한 가치가 되었노라는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렀던 것인지도 모르지요. 아니면 보통 인간처럼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했는지...... 어쨌든, 결코, 우리는 그 순간의 환희나 절망을 알지 못합니다. 이카루스만이 그 비밀을 가슴에 묻은 채 깊은 바다속으로 풍덩 빠져들었으니까요. 다만 문학이 또는 그림이 이카루스의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을 뿐입니다. 한편 침착한 다이달로스는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았으므로 하늘을 날아 탈출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는 슬픔에 잠겨 도달할 수 없는 욕망에 희생된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여 고이 묻어 줍니다. 이카루스가 빠진 그 바다를 -이카루스해- 라고 부른다는군요. 하지만 이카루스는 영원히 살아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이후에도 인간이 태양을 향해 끝도 모르고 날아오르려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쪼 아니겠습니까? 오늘도 수많은 이카루스가 태양을향해 날아갈 밀랍날개를 붙이고 있을겁니다. 돋아나지 않는 날개를 한탄하며 겨드랑이 긁적이면서....^^* 쩝! 끝으로 여기에다 주영숙이 졸작 시를 한편 붙입니다. 제목은 *전인미답* ....前人未踏...... - 詩/ 주 영 숙 - 다이달로스 그 손길 밤마다 다가와 물오른 줄기마다 밀랍날개 붙이고 태양은 만지지마라, 도닥이며 울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