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영국은 프랑스와의 잦은 전쟁으로 프랑스 와인을 원활하게 수입할 수 없었다. 프랑스 와인을 대체할 와인을 찾던 영국은 포르투갈에 눈을 돌렸고, 포르투갈에서 수입하는 와인에 관세 혜택을 주면서 와인 무역은 더욱 활발해졌다. 포르투갈은 와인을 영국까지 배로 운송했는데, 지금 같은 냉장 시설이 없었기에 와인이 자주 변질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도주에 브랜디를 첨가하면서 포트와인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포르투갈은 북부, 동서로 흐르는 도우로 강을 따라 경사면에 계단식으로 포도밭이 발달해 있다. 60도의 가파른 경사면, 토양이라기보다 자갈과 편암으로 이루어진 땅과 여름에는 40도까지 올라가는 뜨거운 햇빛은 포도나무 외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기에는 너무 척박하다. 포트와인 제조 시 30여 가지 포도 종류가 허용되는데, 와인 애호가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토착 품종인 토우리가 나시오날, 토우리가 프랑세사, 틴타 호리즈, 모우리스코, 바스타르도, 틴타 프랑시스카 등 10여 가지 포도 품종만이 주로 사용된다. 현재 미국곂A?유럽 등 여러 와인 생산국에서 포트 스타일의 주정강화 와인을 생산하는데 오직 도우로 지역에서 생산된 포트만이 진정한 포트로 인정되고 있다.
도우로 강의 남쪽 타운 빌라 노바 드 가이야에는 17세기부터 존재했던 포트 회사들이 생산 시설을 갖추고 모여 있다. 현재도 다우, 테일러, 그라함, 와레 등의 유명한 회사들이 이 지역에 있다. 그중 1692년 설립된 테일러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업체 중 하나이며, 300년이 넘도록 패밀리 소유의 완전히 독립적인 기업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테일러에서 만든 포트와인은 오랫동안 숙성 가능하고, 최상의 품질로 명성이 높아 해외 유명 옥션 등에서 프랑스의 1등급 와인들과 대등한 평가를 받고 있다.
테일러는 여러 가지 품질과 다양한 스타일의 포트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가벼운 스타일의 테일러 셀렉트는 여러 해의 포도를 섞어 4~5년간 오크 통에 숙성, 병입해 출시하는데, 별도의 병 숙성 없이 바로 마신다. 10년, 20년, 30년의 오크 통 숙성 후 출시하는 토니 포트 역시 더 이상 병 숙성이 진행되지는 않지만 품질만큼은 뛰어나다. 무엇보다 테일러 가문을 대표하는 최고급 포트와인은 테일러의 클래식 빈티지 포트이다. 모든 조건이 완벽한 해에 수확한 포도만을 사용해 생산하는데, 병입 후 최소 10년이 지나야 맛과 향이 발달하고, 50년 혹은 100년 이상 숙성 가능하다. 1992년산과 1994년산은 로버트 파커와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 100점 만점을 받았으며, 매년 생산되지는 않지만 일단 생산된 해는 항상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농장에서 좋은 해에 수확한 포도만 가지고 만드는 싱글 퀸타 포트에는 퀸타 드 바젤라스, 퀸타 드 테라 파이타 등이 있는데, 품질에 있어서는 빈티지 포트만큼 뛰어나지만 매우 소량만을 생산해 아쉽게도 국내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다.
포트와인은 주로 후식을 먹을 때 마시는데 블루 치즈, 견과류, 말린 과일, 거위간, 초콜릿 등과 잘 어울리고 달콤하고 풍미가 있는 요리의 재료에도 많이 쓰인다. 빈티지 포트 외의 병 숙성이 필요 없는 토니 포트 등은 일반 와인과 달리 오픈 후에도 변질 없이 오랫동안 마실 수 있다. 한 번에 마셔야 하는 부담이 없어 밤에 한 잔씩 마시기도 좋다. 영국에서는 아기가 태어난 해에 박스로 구매하여 성인이 되었을 때 축하하는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출처] 이 하나의 와인 | (11) 테일러 포트(Taylor's Port) |작성자 동성
첫댓글 굿입니다
다음에 거위간을 안주로 먹어봐야겠네요....근데....거위가...어딧나?
와인 한 잔 생각나게 하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