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은 이와 같은 것에 신비로움을 느껴 때로는 마귀를 쫓는 부적으로도 사용하게 되었고, 서양에서도 매직스퀘어(Magic Square)란 용어가 사용되었다.
마방진의 기원은 분명하지는 않으나 약 3000년 전 중국의 우(禹)나라의 우왕이 강의 치수공사를 하던 중에 물 속에서 나온 거북이 등에 있는 무늬를 보고 처음으로 생각해 내었다고 한다.
그 후 마방진은 신비한 전설과 같이 인도, 페리시아, 아라비아 상인들에 의해 서아시아, 남아시아, 유럽으로 전해졌다.
16세기에는 독일인 뒤러의 동판화 '멜랑콜리아'에 그려진 것이 동기가 되어 전 유럽에서 유행하게 되었다.
멜랑콜리아 는 1514년에 그려진 동판화로 생각에 잠겨있는 수학자의 뒤에 마방진이 걸려있다. 그림 속의 4방진은 유럽의 방진으로서는 가장 오래된 부류에 속한다.
마방진은 그 교묘하고 신비함이 글자 그대로 마술적인(magic) 느낌을 갖게 함으로써 고대부터 자연철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됐고, 근대의 수학자들도 관심을 가졌다.
17세기 중반 천재수학자 페르마(1601-1665)의 시기까지 수많은 수학자들이 마방진에 매료됐고 연구를 수행했다.
그러나 오일러(1707-1783)와 가우스(1777-1855)에 이르러 흥미가 반감됐고 현대 수학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이것은 마방진이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이론화하기가 어렵고 수학의 다른 분야와 연관성을 맺기가 어려운 주제였기 때문이었다.
언뜻 자연수를 다루기 때문에 정수론과 관련되고, 숫자의 조합을 다루므로 조합론에도 맥이 닿고 있지만 피상적인 관련성을 깊이 연결시키는 연구성과는 많지 않다.
옛날 중국 하나라의 우왕(禹王)은 홍수를 다스리기 위해 낙수(水)의 물을 퍼냈다. 그러다 바닥에서 거북이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 등에 이상한 모양의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우왕이 이것을 신기하게 여겨 그림으로 옮긴 것이 오늘날 전해지는 낙서(書)라고 한다.(그림 1)
주역에선 낙서의 검은 점을 음(땅을 상징), 하얀 점을 양(하늘을 상징)으로 표현해 음양오행과 관련해 설명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선 조선시대 사대부 출신 학자인 최석정(1646~1715)이 지은 수학책 〈구수략(九數略)〉이 낙서를 해석한 대표적인 책이다.
낙서 그림에는 어떤 수학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걸까? 낙서 그림에서 점의 개수를 수로 표현해 보라. 어느새 낙서는 1부터 9까지의 자연수를 배열한 정사각형 모양으로 바뀐다.(그림 2)
이 수들의 배열에는 어떤 수학적 규칙이 숨어 있는 걸까? 먼저 두 수의 합을 생각하자. 1부터 9까지의 자연수 1, 2, 3, 4, 5, 6, 7, 8, 9 중 5를 중심으로 두 수(4와 6, 3과 7, 2와 8, 1과 9)의 합을 구해 보자. 모두 10이다.
이번엔 세 수들의 합을 구해 보자. 정사각형 모양의 수 배열에서 가로 방향으로 배열된 세 수의 합은 15(4+9+2, 3+5+7, 8+1+6)이며, 세로 방향으로 배열된 세 수의 합도 15(4+3+8, 9+5+1, 2+7+6)이고, 대각선 방향으로 배열된 세 수의 합도 15(4+5+6, 2+5+8)임을 알 수 있다.
1부터 9까지의 자연수를 모두 더하면 45가 되는데, 이것을 3으로 나누면 15가 된다. 이런 수의 배열은 너무나 신비로운(魔) 정사각형 모양(方) 배열(陣)이라 하여 보통 마방진(魔方陣)이라고 불린다.
1. 마방진에 배열된 수들에는 어떤 기하학적 비밀이 있을까? 마방진에 배열된 수 1에서 출발해서 차례로 9까지 선을 그은 뒤 다시 9에서 1까지 이어 보라. 선들의 움직임이 그려 낸 모양은 5를 중심으로 대칭이다.(그림 3) 마방진에는 기하학적 디자인도 숨어 있는 셈이다.
2. 수학에선 수 α를 거듭해서 곱한 값을 α의 거듭제곱이라고 한다. 2의 거듭제곱을 2부터 차례로 9개만 나열하면 2, 4, 8, 16, 32, 64, 128, 256, 512이다.
이 수들을 적절히 배열하면 가로, 세로, 대각선의 위치에 놓인 수들을 곱한 값이 모두 같아진다.(그림 4)
왜 그럴까? 앞의 9개의 수들을 2의 거듭제곱 꼴로 고치면 각각 21, 22, 23, 24, 25, 26, 27, 28, 29이다. 예를 들어, 가로 방향으로 배열된 세 수 16, 512, 4의 곱은 세 수 24, 29, 22을 곱한 것과 같으므로 2를 15번(4+9+2) 곱한 셈이다.
결국 가로, 세로, 대각선 방향으로 배열된 세 수의 곱은 모두 215(2를 15번 곱한 것)이 된다. 관찰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2행 2열의 방진을 제외한 모든 방진에서 마방진이 존재한다고 한다. 3행 3열의 경우, 위의 거북 등껍질에서 발견된 마방진이 유일하다.
4행 4열의 마방진은 독일의 광석기술자 알브레히트 뒤러가 발견한 것이 있는데, 이를 포함해 총 880개가 존재한다고 한다.
5행 5열의 경우는 2785.35,224개의 마방진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N=6 이상일 때는 그 수가 몇 개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한다.
즉, 지금까지 마방진에 대한 특별한 풀이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알려진 바로는 홀수 마방진과 4의 배수 마방진 등에 대한 풀이법은 존재하지만, 이는 수 많은 마방진 중 한가지를 푸는 방법일 뿐이다.
여하튼 우리나라에서도 마방진에 대해 획기적인 공헌을 한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조선 후기 유학자이자 수학자인 최석정(호는 명곡, 1646-1715)이다.
그의 저서 ‘구수략’에는 3차에서부터 10차까지의 마방진이 서술돼 있는데, 특히 9차 마방진은 유명하다. KAIST 연구진에 따르면 그의 9차 마방진은 직교 라틴방진이라는 매우 명쾌한 이론 아래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 마방진은 9행 9열 대각선의 합이 3백69로 같고, 9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9개의 작은 셀(cell)이 다시 마방진을 이루는 특이한 구조로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