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 집 여자(2) 외1편
윤인자
가위질 한 번 싹둑 바느질 몇 땀으로
허리사이즈 줄이고 늘리고
다리길이도 늘리고 줄이고
미니스커트 롱스커트
여자의 손을 거치면
허름한 옷들이 폼을잰다
머리엔 나비 핀
동그란 뿔테 안경이 어울리는
수선 집 여자
자신이 걸어온 길처럼
달달달 재봉틀이 돌아가고
실밥 풀린 사람들의 생을
촘촘히 박아주고
페기된 것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
수선된 옷들을 다리고 펴
시신처럼 장롱 속에 잠든 유폐된 것들에게
다시 새 길을 걸어가게 한다.
4월의 봄날
- 임자도
난시도 근시도 실명직전
백만 송이 튤립 꽃들이 섬을 점령하고,
대광 해수욕장 모래밭에 부는 바람에
바다를 배경으로 한 풍경이
온종일 흔들리고
사람들은 현기증에 아찔하다
꽃들의 내뱉는 말들을 놓칠세라
찰칵찰칵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
색색이 줄을 맞춘
튤립들의 춤사위
고개를 들었다 돌렸다
허리를 폈다 오므렸다
간격을 넓혔다 좁혔다
하루 종일 마스 게임하는
튤립들의 봄날.
2023 리토피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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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리토피아 가을호 /윤인자 시
윤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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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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