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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은 어머니 젖가슴처럼 포근한 산이다. 아름다운 옷 가을빛으로 갈라 입었다.
어머니 품에서 떨어져 나와 세상을 사노라면 풍진 세상의 한켠에서, 바쁜 일상에서 머리가 복잡하고 고민이 많을 때, 시간이 해결해 줄 것 같지만 어디 그러나, 당장 아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휴일이 되면 복잡한 머리도 식힐 겸 산이나 바다로 가는 일이지만 그것도 그리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어떻든 계절이 계절인 만큼 산이 해결사 같아 부르지 않아도 너도 나도 산이 메어지게 산을 찾는다.
산은 사람 발에 아파서 시름 하면서도 아픔을 감내하면서 우리를 맞아 들인다.
지금 산에서 쉽게 접하는 것이 억새꽃인 것 같다. 억새잎은 갈대처럼 어머니의 양팔처럼 갈바람에 퍼덕거리지만, 칼날처럼 강하다.
뿌리는 조밀하게 엮어놓은 철조망처럼 어머니에 발처럼 땅을 짚고 버티고 있다.
억새 줄기는 가슴팍처럼 갈바람에 흔들리지만 강한 화살 같다.
그래서 그런지 모질게 찬바람을 이겨내며 모진 세파를 이겨내는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억새도 인간처럼 살아 남기 위해 전쟁 아닌 전쟁을 좋아한다. 유년기에 고향들에는 띠 밭이었다.
지금은 억새가 점령했다. 그것은 번식력이 강하다는 말이다. 줄기 끝에 배알처럼 꽃봉오리가 작은 이삭을 터트리기 시작하여 황금색으로 들판을 물들인다.
10월 중순 되면 억새는 햇살이 더해지고 바람이 불고, 한 무리의 고즈넉한 구름이 흐르면 은빛으로 갈라치우고 큰 무대 위에서 원 없이 변화의 춤사위를 벌인다.
그 무대는 봄꽃 만큼이나 마술사처럼 아름다운 단풍이 형형색색으로 카드섹션에 멋을 부릴 때, 산새들도 흥에 겨워 울어댄다.
그 무대 뒤에 밀려오는 회한과 외로움, 쓸쓸함을 혼자만이 고독을 느낄 때 누군가 자신의 힐링 할 것 같은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단풍과 높은 하늘에 새털구름 등 캐치프레이즈가 번개처럼 기억이 재생되는 것 같아 친구에게 반겨주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주저 없이 휴대폰으로 억새꽃의 소재를 부질없는 영욕은 꿈도 안 꾼다며 산의 단풍 얘기 곁들어 장황하게 말을 건다.
주고받는 대화는 분명 이해와 화합에 정성은 쏟아져 걷는 발걸음은 한결 가볍고 즐겁고 살맛 나는 삶의 느낌이 쏟아져 내린다.
잠시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목덜미로 불어왔다. 억새는 꽃을 피우기 위하여 산고의 아픔처럼 처절하리만큼 노력했으리라 그래서 처절한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사람이 살아 볼 만한 가치는 억새처럼 열정과 용기와 사랑때문이다.
그렇듯 꽃은 질 것을 알면서 피우고, 별은 딸 수 없으면서 바라 보듯, 생에 많은 실수를 했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 것보다 낳은 것 같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삶까지 유니크한 일을 만난 다는 것은 억새꽃을 보고 변화의 시즌에 맞게 삶을 구해보는 것도 삶의 한 부분이라면 나는 장미빛처럼 행복하게 받아 들이겠다.
시인·젊게 사는 사람들 사무국장 최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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