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니산 정상 바위 밑에 다소곳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애기똥풀' 꽃잎의 진 노랑의 요염한 자태>
북소리·죽비소리·철부지소리(87) 아직 봄을 기다리는 마니산 <야생화 ‘애기똥풀‘ 아이들을 만나던 날> 아침 일직 함양군산악회 산행버스에 올라 10시 조금 지나 도착한 곳이 강화도의 마니산어귀. 4월 초이니까 저 남쪽에서부터 시작하여 서울에까지 온천지가 꽃 세상이라 상춘객을 유혹하는 계절이기에 으레 강화의 마니산하면 만발한 여러 많은 봄꽃구경을 할 것이라 상상했었지만 막상 올라보니 마니산은 아직까지 겨울과 결탁하여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봄이란 계절의 아씨에게 그 자리를 선 듯 내 놓지 않고 심술을 부리고 있었다. 그래서 겨울을 밀어낼 자연의 숙제 한마당 바로 그 장면이다. 한말로 줄여 말하자면 마니산은 아직도 봄을 그리움으로 기다리고 있는 산이었다. 마니산을 산길 따라 오르다보니 다만 흙과 온통 칙칙하고 낙엽이 뒹굴고 있을 뿐인데 어두운 지난 가을의 낙엽 쌓인 사이사이에서도 삐죽이 내미는 파란 새싹이 몇 줄기 눈에 띄어 신기롭기까지 한데 이 가냘픈 풀잎 몇 줄기가 온통 황토색뿐인 이 마니산에서의 살아있는 생명과도 같았다. 그리고 오직 정상 바위 밑에서만 볼 수 있었던 봄의 계절을 알리듯 낙엽사이를 뚫고 올라온 ‘애기똥풀’의 잎 군락이 노랑 색을 채색한 채 씽긋 웃고 있었다. 마치 마니산의 봄을 대표 하듯이. 이 마니산이란 자연은 바야흐로 지금 수행평가를 치르고 있는 중 같았다. 완벽하게 온 산을 다 채색하지도 않았고 산의 분위기와 모양새에 닮은 색상을 찾아 조금씩 그렇게 여백을 메워 가려 봄이 움트고 있었다. 이 마니산을 오르다보니 양지쪽으로 낙엽들 사이사이에서 수줍은 듯 옅은 미소를 보내는 아이가 바로 이들 ‘애기똥풀’ 뿐이었다. 그나마도 확실히 눈에 뛰는 이 꽃 무리들은 신기하게도 정상에서만이 제대로 볼 수 있는 고고함이었다. 이 아이들도 유례없는 가뭄으로 겨우 몇몇 꽃잎만 명맥을 유지하듯 겨우 피어나 있을 뿐이다. 나는 이 여린 꽃들을 아이들이라 부르고 싶다.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이 아이들은 약간의 습기와 잔돌이 있는 곳에서 돌을 밀치고 꽃이 피기도 하고 낙엽 밑 습기가 남아있는 그늘진 곳에서 빠끔히 꽃대만을 치켜들며 꽃을 피워 올리기도 한다. 이렇게 피어난 꽃잎들은 잠시 연보라색이었다가 연한 하늘색으로 변하여 곧 따가운 햇살을 받으면 조만간 현호 색과 노란색의 찬란한 색으로 갈아입으면서 나중에는 조그만 씨앗이 영글어 어디에 떨 굴 까하고 소곤거리다 그만 세월을 띄어 넘어 바로 제 섰던 자리에 떨어뜨려버리고 마는 애처로움이 있는 이 아이들의 습성을 나는 안다. 나는 운 좋게도 이들 어린아이들인 야생화 ‘애기똥풀’과의 만남을 행운으로 생각한다.
사실은 꼭 1년 전 역시 함양군산악회시산제 때 이 마니산 정상에 올라 만났던 이 ‘애기똥풀’을 올해도 만날 수 있을까하고 혼자 산을 오르면서 이 아이들과의 해후를 그리움의 마음을 담고 올랐는데 막상 작년에 만남이 있었던 정상 바위틈 밑에서 이 아이들을 만나려고 혼자 찾아 나섰으나 얼른 운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맨 늦게 하산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러다 내려오는 길목 여기저기를 조금 헤매었었다. 얼른 작년에 만났던 이 아이들이 눈에 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작 있어야 할 아이들이 없는 거다. 분명 작년에 이 바위들 밑이 맞는 것 같은데 귀신이 곡을 할 노릇이다. 시간은 가고, 마음은 급해지고 나와 함께 했던 마지막 산행을 한 일행이 모두 내려 가버렸는데 나만 이 아이들을 만나려고 헤매고 있으니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그러다 몇 분간 찾다보니 겨우 눈에 띈 것들 몇 송이 꽃잎을 발견하고는 먼저 이 아이들을 부지런히 셨터를 눌러 카메라에 담았다. 정말 반가웠다. 이 노란 얼굴을 한 아이들이 꽃잎을 노랗게 물들인 채 활짝 고개를 쳐들고 사춘기 소녀처럼 좋아라하는 나를 반기며 어서 와서 안아 달라는 듯 그렇게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거다. 그러나 애처롭게도 요즘의 가뭄 때문에 생명수인 물을 못 얻어먹어 모두 죽고 이 몇 아이들만 눈에 띄었으니 말이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시간이 흐른다. 그러나 어찌하랴. 나는 일행을 뒤 따라 가야하고 헤어져야 할 시간은 초를 다투고. 아쉬움에 나는 뒤 돌아서서 내 손가락을 입에 댄 후 ‘뽀뽀 빠이빠이’ 인사를 팔을 벌려 던지고 발길을 돌렸다. 노란 목젖까지 내놓고 노란 화관을 내게 보이며 웃던 그 모습과 겨우 나와의 잠시의 해후가 이루어진 이 아이들은 내 컴퓨터 사진 저장 창고에 옮겨져 환하게 웃고 있으니 이 기분과 이 아이들과의 해후하게 된 기억을 오래도록 기억했으면 좋겠다.
<마니산 참성단. 이 참성단은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제단으로서 조선시대까지 중요한 제천단 여겨지기도 했다. 가령 가뭄이 심할 때 지내는 기우제, 나라에 불길한 징후가 있을 때 지내는 해괴제, 옥황상제르 기리는 도교적인 제사, 초제드을 지내며 종교성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요즘은 개천절마다 개천대제를 지내며 전국체전의 성화가 이곳에서 칠선녀에 의해 채화되고 있다.>
그런 아쉬움 속에서도 그래도 봄을 느낄 수 있는 조금의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마니산을 오르는 낮은 산 어귀와 함허동천을 향한 마지막 하산 길에서의 낮은 자리 양지바른 쪽 바위틈의 진달래가 조금 연분홍 꽃잎을 주렁주렁 매달아 활짝 피어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산 정상으로 오를수록 겨울에 갇히어 이제야 금세 꽃을 피울 듯 분기탱천한 꽃망울이 처녀 젖꼭지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좀더 높은 온기를 기다려 피어나려는 모습도 꽤나 아름다움의 분위기였다.
<정상에서 함허동천으로 내려오는데 함허동천 어귀에서 겨우 활짝핀 진달래 꽃 구경을 할시 있었다.>
마지막 내려와서 시산제 자리에 와보니 벌써 시산제행사가 끝이 나고 한참 뒤풀이 마당이 열리고 있었다. 나도 나와 친숙한 일행들 틈에 끼어 한바탕 맥주와 소주, 그리고 돼지고기 등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는데 참여인사로서의 나를 소개하기에 일어나 답례할 수 있었던 숨 가쁜 시간들을 지금도 기억하면 혼자 웃어본다. 누가 내 이 아이들과의 일년만의 봄의 만남 때문에 이 어울 마당에 제일 늦게 당도하였음을 알기나 하는가? 이 마니산 정상에 우리 민족의 시조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참성단이 있고, 지금도 개천절에 제를 올리며, 전국체전의 성화를 이곳에서 채화한다. 마니산은 500m도 안되지만, 해발 0m에서 시작되므로 그렇게 만만치가 않았다. 계단이 많아 숨 가쁜 오름이기도 했다. 그러나 교통이 편리하고 주위에 유적지가 많아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마니산에는 고찰인 전등사 등이 있고 사계절을 통하여 변화무쌍하여 그윽하기로 저명할 뿐 아니라 가을철 강동 팔경의 하나로 손꼽혀 자연경관이 기이하기로 이름 나 있으며 참성단이나 정상에 서서 내려다보면 강화 명물 염전, 서해바다, 영종도 주변 섬들이 시원하게 펼쳐지는데 이날만은 짙은 안개와 나직이 깔린 옅은 구름으로 발아래는 아무것도 볼 수없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그래도 이날 산행에 동참한 향우가 무려 200명이 넘었다는 회장단의 소개에 무두 함께하며 즐기고 정을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이웃을 포용할줄 아는 시산제였기에 마음이 흡족했다. 아직도 그 강화를 다녀온 자리들을 되돌아본다. 2009.4. 5 강화 함양시산제에 다녀와서
<참성대에서 함허동천으로 넘어가는 돌바위로 이우어진 산 등성이.모두 이런 바위와 잡목과 소나무 류의 산으로 이루어 져있다. 나도 질세라 모무 종주하였고, 이 아름다운 산의 정기를 만끽하면서 좋은 산의 산소를 들이키며 조금 땀을 흘려 산 오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
|
첫댓글 청암선생님 저는 참석하지 못하였으나 선생님의 글을 읽고나니 다녀온것같이 좋습니다. 자세한 산행후기 고맙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다음 산행엔 함께 하시도록 노력해 보세요. 산행 참 여러모로 즐겁답니다.
청암선생이 가는 곳마다 묻어나는 감성과 예리한 필력에 의한 묘사등 단연 우리 카페의 독보적 보석같은 지존으로 모실만합니다. 모두 읽어보고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합니다. 그 자세하게 관찰한 예지의 눈 놀라울 따름입니다.
과찬의 말씀도 미안할 따름입니다. 늘 결겨하시면서 노익장이신 정산님의 정열적인 참여 감사할 따름입니다.
애기똥풀 이야기 만으로도 이 글의 진수를 맛볼 수 있고 봄을 알수 있을것 같아 잘읽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학교 교육에 늘 진련하시느라 바쁘실 텐데 언제나 격려과 읽고 함께해 주시어 고마움을 느낍니다.
다녀 오시는곳마다 좋은 산행기 정말 감동적입니다. 마니산의 기운을 글로서 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마니산 함께 못하신 것 같은 데 내년 아마도 시산제 또 그곳에서 지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내년에 함께 가시도록 해보시지요 좋은 곳이었스비다.
할아버지가 손주를 대하듯 따사로움과 애정어린눈길을 느끼게합니다. 저희후배들의 귀감이되리라 사로됩니다. 선생님 좋은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함께 그곳 가셨던가요? 좋은 곳이었지요. 모두 만남의 즐거움이 또한 좋았습니다.
선생님 저는 지곡산악회 회원이고요. 아침에 시산제 준비하는데 보조로 참석했습니다. 다음에 뵙게되면 인사드리겠습니다. 답글감사합니다.
청함 선생님 안녕 하심니까, 이번 마니산 시산제 행사에 참석지는 못했습니다만, 선생님 의 보신대로 느끼신대로 표연 해주신필력에 감탄 함니다, 맛 있는 음식을 먹은것 갔습니다, 선생님 좋은글 감사함니다, 다음 산행때 꼭찾아 뵙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