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생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이 나의 태생지다
어머니께서 마차에서 떨어지셔서
중상을 입으셨던 그 날이 내 생일(生日)이었고
빈사상태(瀕死狀態)였던 내 몸둥이가
생사의 고비를 넘긴 지 3년 째 접어들 때
6.25동란이 발발(勃發)했다
아버지는 여섯 식구와 저들의 생계(生計)를 달고
피난열차 난간에 억척스레 올라타셨고
수일 후에 경상북도 어느 촌락에 다달았다
가진 것 다 전쟁이 앗아갔으니
남은 건 질긴 몸 뿐이라
동네 헛간을 빌려
이발(理髮)로 호구책(糊口策)삼고
아이들에게 동전 몇 푼으로
개구리,뱀,억머구리 사서 내게
구워 먹이시더니
내 나이 여섯 살 되던 해에
첫 걸음마 떼었었다
유년시절 왜소(矮小)하여
악동들에게 시달렸던 동심(童心)의 상처 속엔
한계없는 인내심만 잡초처럼 자라갔다
전쟁을 치른 후 분단의 세월 흐르고
강산이 변하여도
기억의 파편(破片)들로 무리하게 증축된
내 맘속엔 오직 참된 평화의 염원뿐이
1947년생.m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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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글방
1947년생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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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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