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물 든 봄님 오시네”
봄 마중 나온 동백꽃
봄은 남녘에서 전해 오는 꽃소식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무리 우수, 경칩이 지난 3월이라도 꽃소식이 없으면 봄을 실감하기 어렵다.
산천초목의 형용은 여전히 살풍경한데다 이따금씩 옷섶을 파고드는 꽃샘바람이 여간 맵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매운 꽃샘바람 속에서도 화신은 어김없이 날아든다. 꽃샘바람의 모진 시샘 속에서도 가장 먼저 꽃소식을 전하는 전령사는 동백이다.
동백은 이름 그대로, 겨울꽃이면서도 절정의 꽃 빛깔은 이른 봄에야 볼 수 있다. 샛노란 꽃술과 진홍빛 꽃잎, 그리고 진초록의 잎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여심화’ 동백꽃을 찾아 남해안으로 떠난다.
거제 지심도와 동남부해안
지심도는 남해안 제일의 ‘동백섬’
동백꽃 터널 거닐며 별천지 만끽
▲ 거제시 옥포동과 장목면 사이의 58번 지방도로 주변에 곱게 핀 동백꽃.
초겨울부터 꽃부리를 펼치기 시작하는 거제도의 동백은 3월이면 절정에 이른다. 특히 장승포항 앞바다의 지심도는 섬 전체가 동백숲으로 뒤덮여 있어 남해안 제일의 ‘동백섬’으로 손꼽힌다.
너비 500m, 길이 1500m 가량 되는 이 섬에는 후박나무, 소나무, 동백나무 등을 비롯한 수십여 종의 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그 중 동백숲이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의 60~70%이며, 수령 500여 년의 해묵은 동백나무와 보기 드문 흰동백도 있다.
지심도는 워낙 작은 섬이다 보니 찻길이 없다. 대신에 운치 좋은 산책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2~3시간만 찬찬히 걸으면 섬 전체를 샅샅이 둘러볼 수 있다. 붉은 꽃송이가 점점이 흩뿌려진 동백숲 터널, 동박새와 직박구리의 쉼 없는 노랫소리, 아름드리 상록수에 둘러싸인 아담한 학교(폐교)와 농가, 숲과 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쪽빛 바다…. 이렇듯 정감 어린 오솔길을 자분자분 걷노라면 마치 별천지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지심도행 배가 출발하는 장승포항에서 해금강까지의 약 70리에 이르는 14번 국도는 줄곧 바다를 바라보며 달린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세파에 찌든 마음이 일순간에 상쾌해지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다. 게다가 이 국도와 옥포에서 장목면 사이의 바닷가를 따라가는 58번 지방도 변에는 동백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늘어서 있어 3월에는 활짝 핀 동백꽃을 구경할 수 있다.
동백꽃을 구경하러 거제도까지 내려간 김에는 거제 해금강, 여차몽돌해변, 외도해상농원 등도 들러 볼 만하다. 거제 해금강은 해돋이가 장관일 뿐만 아니라 진입로와 바닷가마다 동백꽃이 지천이다. 남부면 다포리의 여차몽돌해변은 굵직굵직한 갯돌이 깔린 해변의 풍광도 아름답거니와, 여기서 남부면 홍포마을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에서는 거제도 최고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 숙식 = 장승포항의 유람선터미널 앞에 위치한 항만식당(055-682-4369)은 거제 앞 바다의 싱싱한 해물을 듬뿍 넣고 끓인 해물뚝배기와 해물김치찌개가 시원하고 맛깔스런 집이다.
지심도에는 김재곤(682-2233), 김용찬(681-7183) 씨 집 등의 민박집만 있지만, 장승포에는 다양한 숙박업소가 많다. 그 밖에 와현해수욕장의 썬비취리조트(681-7952), 학동의 학동몽돌펜션(016-9344-6701), 해금강의 제일횟집모텔(633-1527)과 해금강여관(633-1530), 여차마을의 천년의 미소(633-1858) 등이 권할 만하다.
■ 가는 길 = 1. 남해고속도로 사천나들목(3번 국도) →고성(14번 국도) →거제대교 →장승포
2. 남해고속도로 서마산나들목(14번 국도) →고성 →거제대교 →거제도
3. 장승포~지심도를 고려호(017-577-1555)가 오전 8시~오후 4시 30분 사이에 약 2시간 간격으로 운행. 20분 소요, 요금은 7000원(어른 왕복)
통영 산양일주도로
미륵도 감싸고 도는 동백로 드라이브
3월 중순 ‘꿈길 60리’ 황홀감 더해
▲ ‘동백로’라고도 불리는 통영 산양일주도로의 3월 풍경.
미항 통영에는 미륵도라는 섬이 있다. 전체 면적이 31.9㎢인 이 섬은 통영의 숱한 섬 중에서 가장 크다. 산양읍에 속하는 남쪽 지역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들 정도로 자연풍광이 아름답고 주변 바다는 청정 해역이다. 또한 섬 전역을 한 바퀴 도는 일주도로가 잘 닦여 있어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아주 좋다.
이 산양일주도로는 양쪽 길가에 동백나무가 늘어서 있어 ‘동백로’라고도 불린다. 봄기운이 무르익은 3월에는 붉은 동백꽃 길이 형성되는데 특히 동백꽃, 개나리, 진달래가 일제히 만개하는 3월 중·하순경의 봄 풍경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워서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꿈길 60리’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산양일주도로는 통영 제일의 해안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꼽힌다. 60여 리의 전체 구간 중에서도 산양읍 원항마을부터 달아공원에 이르는 약 5㎞ 구간이 하이라이트다. 이 구간에서는 줄곧 비취빛 바다와 그 위에 아련히 떠 있는 섬들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길 굽이를 돌아설 때마다 아담한 갯마을과 포구의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연화리 연명포구와 달아포구 사이의 고갯마루에 위치한 달아공원은 통영바다의 진면목과 장려한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전망대다. 정상에는 관해정(觀海亭)이라는 정자도 하나 있다. 삼면의 시야가 훤하게 트인 이 정자에 올라서면 미륵도 주변에 흩어진 숱한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 숙식 = 미항(美港)이자 미항(味港)인 통영항 주변의 항남동과 중앙동에는 춘추한정식집(055-646-9005), 새집식당(해물탕, 645-5608), 산양식당(곰탕, 645-2152), 뚱보할매김밥(충무김밥, 645-2619) 등의 맛집이 몰려 있다.
미륵도의 도남관광단지에는 충무관광호텔(645-2091)과 충무마리나리조트(646-7001) 등이 있고, 산양일주도로변에는 수상궁(연화리, 641-2733), 쏘나타장(산양읍 영운리, 641-2433), 거화장(신전리, 643-8232) 등 몇몇 모텔이 있다.
■ 가는 길 = 1. 남해고속도로 사천나들목(3번 국도) →사천읍(33번 국도) →고성(14번 국도) →통영 →미륵도
2. 남해고속도로 서마산나들목(14번 국도) →고성 →통영
여수 오동도와 돌산도
돌산도 오르며 ‘동백꽃 삼매경’
▲ 돌산읍 금성리 성두마을 부근의 해안도로 풍광.
대체로 동백꽃은 활짝 피지 않고 양갓집 규수처럼 수줍은 듯이 반쯤만 핀 채로 개화를 마친다. 붉은 꽃잎과 노란 꽃술이 함께 붙은 꽃송이가 목이 부러질 듯 땅에 떨어지는데, 낙화한 뒤에도 자태는 여전히 곱다.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찬 여수 오동도의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때도 동백꽃이 꽃비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3월 초순경이다.
겨우내 조금씩 피고지기를 거듭해온 오동도의 동백은 3월에 들어서면 절정의 꽃빛깔을 선보인다. 마지막 정념을 쏟아내듯 수많은 동백꽃이 한꺼번에 활짝 피어난 광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더군다나 이 곳의 동백꽃은 모진 삭풍과 한설을 거의 맞지 않은 데다 한려수도의 쪽빛 바다와 또렷이 대비를 이루기 때문에 꽃 빛깔이 섬뜩하리만치 처연하고도 화려하다.
여수반도 남쪽의 돌산도도 동백꽃 명소 중 하나다. 특히 이 섬의 맨 남쪽에 자리한 임포마을 주변에는 우람한 동백나무가 흔하게 눈에 띈다. 마을 초입의 언덕에는 수령이 자그마치 500년 이상이나 되어 마을의 당산목 구실을 하는 동백나무도 있다.
임포마을을 둘러싼 금오산 중턱의 벼랑 위에는 일출 명소로 잘 알려진 향일암이 자리잡고 있다. 마을에서 향일암까지는 비탈진 산책로를 15분 가량 올라가야 하지만, 산비탈 곳곳에 울창한 동백숲이 산행의 수고를 잊게 해 준다. 동백꽃이 한창 절정에 이른 3월이면 꽃 구경하느라 비탈길 오르는 고단함도 모른 채 암자에 오를 수 있다.
동백숲에 둘러싸인 향일암 뒤편의 산길을 따라 다시 20분쯤 오르면 금오산 정상(323m)이다.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인 이곳에선 다도해의 올망졸망한 섬들과 한려수도 바다의 그림 같은 풍광이 상쾌하게 펼쳐진다. 산꼭대기에 흩어진 바위에 앉아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낙조도 해돋이 못지 않은 장관이다.
■ 숙식 = 해산물이 풍부한 여수시내에는 봉산동의 한일관(해물한정식, 061-642-5600), 7공주식당(장어탕, 663-1580), 중앙동 로터리 부근의 구백식당(생선구이, 662-0900)과 노래미식당(노래미탕, 662-3782) 등 해물요리로 유명한 맛집이 많다.
여수시내와 돌산대교 주변에는 숙박업소가 즐비하고, 돌산도의 임포마을에도 고향횟집모텔(644-5102), 백림횟집모텔(644-1335), 종점모텔(644-4737), 처갓집모텔(644-5623), 황토방모텔(644-9231) 등이 있다.
■ 가는 길 = 남해고속도로 순천나들목(17번 국도) →여수 →돌산도
글·사진=양영훈(여행작가 travelmaker@hanmir.com)
제공 포스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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