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잘려나갔던 ‘그 나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생명력이 강한 플라타너스 나무, 그루터기로부터 다시 살아날 수 있다
2023.10.10 09:00 김민재 리포터
로빈후드 영화의 ‘그 나무’
영국 현지 시각으로 지난 9월 28일, 밤사이 잘려나갔던 케빈 코스트너 주연 로빈후드 영화의 ‘그 나무’가 강한 생명력과 회복력이 덕분에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영화 ‘로빈후드’에 나왔던 나무의 모습 © 영화 로빈후드
물론 이 나무의 수명은 300년이나 되었기에 하루 이틀 만에 본 모습으로 살아나기는 힘들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무리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더라도 최소 수십 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비대칭과 대칭의 완벽한 조화, ‘로빈후드 나무’의 벌목 전 모습 © Clementp.fr
비대칭과 대칭의 완벽한 조화로 알려진 시카모어 갭 나무(Sycamore Gap Tree)는 비대칭적인 양쪽 언덕 정중앙에 위치해 있는 비대칭적이지만 매우 균형 잡힌 나무이다. 밤하늘 뒤편으로는 북해가 자리 잡고 있고 운이 좋으면 오로라와도 대칭을 이루게 된다. 사진작가들은 이 나무를 두고 이보다도 완벽한 배경은 없다고 칭찬한다. 말 그대로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묘사된다.
시카모어 갭에 위치한 이 나무의 파노라마 사진 © Clementp.fr
마을 주민은 물론 세계 전역에서 사랑받았던 나무
영국 북부의 고대 로마 요새 하드리아누스 장벽 지역인 시카모어 갭에 위치한 이 나무의 수명은 자그마치 300여 년이었다. 위 나무는 영국 북동부에서 가장 사랑받는 자연 중 하나로 2016년에는 영국 숲 보호단체 ‘우드랜드 트러스트’가 주최한 대회에서 올해의 나무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은 물론이며 주변에 사는 시민들 그리고 먼 타지에서 오는 관광객들마저 모두 이 성스러운 나무 앞에서 기도하고 추모하며 그들만의 추억을 만들었다. 한 마을 주민은 아내에게 청혼했던 이 나무에 자신과 아내의 유골이 뿌려질 것을 약속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처럼 이 나무에게서 안식과 위로를 받아 갔다. 이런 나무가 하룻밤 사이에 전기톱에 의해 잘려 나갔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해주던 나무가 하룻밤 사이에 전기톱에 의해 잘려나갔다. © Clementp.fr
발견 당시 로빈후드 나무의 그루터기에는 흰색 페인트 자국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전기톱으로 자른 것처럼 단면이 깔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국립공원 관계자 역시 누군가 고의로 벌목한 게 틀림없다고 전했다.
전기톱에 의해서 잘려 나간 지 이틀이 지난 후 나무의 모습 © Wandering wounder
한편 위 플라타너스가 잘려 나간 사건과 관련해 현지 경찰은 16세 소년과 60대 중년남성을 체포했다고 한다. 한편 16세 소년은 현재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상태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랜드마크인 이 나무가 벌목되면서 지역 사회와 영국 전역 너머로 큰 충격과 슬픔, 분노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나무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세계적인 랜드마크 ‘로빈후드 나무’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위 나무는 플라타너스(학명: Platanus orientalis)로 잎이 넓은 나무로 유명하다. 플라타너스는 공기정화 능력이 탁월해서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잘 흡착한다. 또한 항산화효소 메커니즘이 다른 나무에 비해서 월등해 가로수로도 적합하며, 수분을 많이 내놓는 특징이 있다.
이 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강한 생명력인데 가지치기를 해도 잘 자라며 물기가 많거나 건조한 환경 모두에서도 잘 자란다. 심지어는 산성화된 땅에서도 뿌리를 뿌린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위 나무의 강인한 회복력으로 수십 년 후에는 다시 나무가 자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루터기가 충분하게 남아 있어 다시 가지를 뻗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유산보전 자선단체 ‘내셔널 트러스트’ 역시 내년 봄에 나무가 다시 자랄 수 있도록 그루터기를 보호하기로 검토하고 있으며 이 나무의 씨앗을 수집할 계획에 있다.
참나무 그루터기에서 자라고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 © MrDaddy03
하지만, 같은 모습은 아니다
한편 정원사이자 방송인 앨런 티취마쉬(Alan Titchmarsh)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그는 위 나무는 다시 자랄 수도 있지만, 아마도 여러 줄기가 될 것이고 전처럼 자라지는 않을것 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리 모두 세밀한 주위 관찰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The Archultural Association의 존 파커(John Parker) 역시 Sky News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바닥부터 다시 자랄 가능성이 있지만 위 나무는 결코 이전의 방식으로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정했다. 한편 영국 당국의 National Trust는 위 장소를 잠시 폐쇄했고, 위 지역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