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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모임이 잦아지는 연말연시다. 가족 정찬은 물론 부부 동반 비즈니즈 파티 등 그럴싸한 자리에서 초대장이 쏟아지는데, 갑자기 알아둬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격식 있는 모임은 메뉴 선정부터 만만치 않다는데…. 몇 가지 법칙만 알아두면 ‘촌티’(?) 내지 않고 센스 있게 분위기를 리드할 수 있다. 나라별로 레스토랑 식사시 유의할 점을 전문가에게 물었다.
거리에는 즐거운 캐럴이 울려 퍼지고, 건물마다 장식된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 네온사인은 언제라도 함박눈 맞을 준비를 마쳤다는 듯 기분을 들뜨게 한다. 그야말로 시즌 중의 시즌. 크리스마스이브는 싱글이든 ‘품절녀’든 누구에게나 1년 중 가장 가슴 설레는 날이다. 이 멋진 날, 근사한 파티에 초대받는다면 냉장고를 굳이 새로 바꾸지 않아도 오래전 광고 속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던 심은하 부럽지 않게 ‘여자라서 행복해요~’를 당당히 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이 순간만 기다려왔다 해도 레스토랑에 들어서는 순간, 갑작스런 현기증에 미세하게 신경이 곤두서는 것은…. 메뉴판의 음식 이름을 잘못 발음하거나 와인 리스트를 제대로 읽고 주문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포크를 잘못 사용하거나 빵에 버터 바르는 방법이 틀릴까 봐 두렵다고? 이 모든 것이 불필요한 걱정거리니 일찌감치 내려놓으시길. 에티켓 실수를 범할까 걱정하느라 중요한 식사 시간을 허비하면 안 될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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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se 01. 프랑스 요리 - 과정을 즐기는 코스의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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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음식 매너를 따지기로 유명한 나라다. 정찬의 경우 3~5시간 식사 하는 것이 기본. 먹는 과정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다. 많게는 9~10가지 코스 요리가 나오는데다, 풍부한 미각으로 음식의 맛과 향을 음미하고 대화를 즐기면서 식사하는 문화다. 프랑스 음식은 조리실에서 재료를 가져와 식탁 옆에서 직접 요리를 해주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디저트도 보는 자리에서 만들어준다. 식전주부터 디저트까지 여유롭게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메뉴 결정은 식전주를 마시면서 결정하는데, 10~15분은 시작에 불과하므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오늘의 식사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결정한다. 프랑스어로 적혀 있기 때문에 조금 복잡하게 느껴질 것이다. 한편 아 라 카르트(a la carte)는 프랑스어로 자유롭게 주문한다는 뜻. 미리 설정된 메뉴 순서가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조합해서 주문할 수 있다. 과정을 즐기는 프랑스 코스 요리의 진수를 즐기려면 이 방식이 옳지만 값은 더 많이 나온다. 이에 반해 타블 도트(table d’hote)는 고정된 요리, 고정 가격으로 코스가 진행되니 일일이 선택해 주문할 필요는 없다. 코스를 간단히 살펴보면 ‘식전주-수프-오르되브르(hors-d’œuvres)-메인 요리 2접시-치즈-디저트’로 나뉜다. 식전주, 즉 아페리티프(aperitif)를 마시는 동안 비스킷이나 샌드위치 등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공되는데, 이는 간단한 안주 개념으로 아뮈즈 괼(amuse-gueule)이라 부른다. 수프는 전채요리 전에 제공된다. 허기진 배를 달래고 음식이 들어간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부드러운 음식으로 콩소메나 크리미한 포타주 수프를 빵과 함께 먹는다. 식사의 물꼬를 트는 것으로 가볍게 드는 게 좋다. 흔히 크림수프를 주문하지만, 다소 무거우므로 콩소메 등 가벼운 것을 선택한다. 빵을 수프에 찍어 먹는다? 던킨도너츠는 브랜드명으로도 유명하지만 말뜻을 보면 빵을 액체에 찍어 먹는다는 의미가 있다. 그럼 수프에 빵을 찍어 먹는 것은 예의에 어긋날까? 던킨은 옛날 유럽의 육체노동자들이 도시로 일하러 오면서 신속히 식사를 마쳐야 할 때 식사 대신 짙은 수프를 즐기면서 시작됐다. 바삐 배를 채우느라 수프에 빵을 찍어 먹던 것을 감안하자. 원칙은 없다. 오르되브르는 우리말로 전채요리. 온채와 냉채로 구분된다. 전채요리는 메인 메뉴와 겹치지 않게 주문해야 한다. 오르되브르가 육류면 메인은 생선, 오르되브르가 생선이면 메인은 육류로 구분해 주문한다. 주문 멘트는 풍부하게 “음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웨이터가 질문하면 당황하지 마라. 결정되지 않았다면 “일단 지금은 물을 부탁합니다” 혹은 “추천할 만한 식전주를 알려주세요”라며 도움을 청한다. 주문은 레스토랑과 손님이 서로 알아가는 단계. 주문시 요리가 어떻게 조리되는지,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물어보고 알레르기에 대한 정보나 빼주었으면 하는 재료 같은 특이 사항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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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se 02. 이탈리아 요리 - 와인이 있는 밥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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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요리는 프랑스 음식과 비슷한 데가 많다. 대신 정규 코스를 정확히 지키지 않아도 되므로 훨씬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면 스푼 없이 포크만 세팅돼 있으나 국내 레스토랑에는 스푼도 함께 세팅된다. 스파게티 때문. 본래 이탈리아에서 스파게티는 메인 디시에 앞서 가볍게 먹는 전채요리 개념으로, 양이 적어 포크로 몇 번 먹으면 되지만 우리나라는 한 끼 식사로 여긴다. 음식을 먹다가 국물이 튀지 않도록 왼손으로 스푼을 이용한다. 포크 배치는 그때그때 프랑스 음식도 마찬가지지만 오른쪽, 왼쪽으로 3개 이상씩 미리 세팅된 것은 옳지 않다. 격식을 갖춘 레스토랑일수록 코스마다 사용할 포크와 나이프를 다시 세팅해준다. 와인을 따를 때 잔을 들까 말까 웨이터가 와인을 따라줄 때 손의 위치는? 우리 주도는 술을 따를 때 잔을 들지 않으면 예의 없는 사람으로 취급 받는다. 하지만 온도에 민감한 와인의 경우는 다르다. 굳이 잔에 손을 대지 않아도 되고, 어색하다면 스탠드를 바닥에 고정한 채 가볍게 잡으면 된다. 다만 자리에서 어른이 와인을 따를 때는 잔을 들고 받는 것이 보기 좋다. 한 끼 식사에서 와인의 양은 얼마나 두 사람이 한 병 정도 마시면 가장 좋다. 건배 제의는 와인을 따르고 처음에 한 번 정도 하는 게 좋다. 잔이 비었다고 해서 술을 직접 채워주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와인 문화권에서는 우리가 술을 대하는 방식과 다르다. 많이 마시기보다는 풍미를 즐기는 게 중요하다. 레스토랑에 와인을 가져갔을 때 예약 전화를 할 때 미리 알려야 한다. 레스토랑의 수입은 와인 판매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모임의 특성상 와인을 가져가야 한다면 웨이터에게 양해를 구하고, 대신 레스토랑 메뉴에 있는 판매가를 감안해 20퍼센트 정도를 ‘코르켓 차지(cocket charge)’로 지불한다. 매니저가 뚜껑을 따주고 얼음과 잔 등을 세팅해주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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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se 03. 일식 - 젓가락 문화의 즐거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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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당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스시 바에 앉아 셰프가 조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음식도 배우고, 어떤 재료가 신선한지 직접 보고, 가끔 서비스 음식도 제공받고 싶다면 스시 바에 앉는 게 좋다. 주문은 사시미를 가장 먼저 하고, 스시는 한 번에 조금씩 주문한다. 사실 스시는 셰프의 손을 떠나자마자 먹는 것이 이상적. 만드는 데 20분, 먹는 데 20분이 더 걸리는 모둠 스시보다는 한 사람 앞에 두세 개씩만 주문하는 것이 좋다. 젓가락을 잡아라 일본의 식사 예절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젓가락만으로 식사를 한다는 것이다. 수저를 쓰지 않으므로 국을 먹을 때도 그릇을 들고 마셔야 한다.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우리나라와 달리 가로로 놓으며, 꼭 젓가락 받침 위에 얹는다. 젓가락 사용이 중요한 만큼 젓가락 끝으로 먹을 것을 찍거나 젓가락 든 손으로 무엇을 가리키지 않도록 조심한다. 또 음식이 큰 접시에 담겨 있을 때 개인 접시로 덜어내는데, 전용 젓가락이 없을 경우 개인 젓가락의 방향을 거꾸로 사용한다. 뚜껑을 열어라 밥그릇, 국그릇, 조림 그릇의 순서로 뚜껑을 벗긴다. 상의 왼쪽에 있는 것은 왼손으로 뚜껑을 쥐고 오른손을 대어 물기가 떨어지지 않게 뒤집어서 상 왼쪽에 놓는다. 생와사비를 부탁해요 보통 간장에 와사비를 풀어 먹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 생선 고유의 풍미를 즐기기 위해서는 와사비를 생선에 직접 찍어 간장에 담그는 시늉만 하는 정도로 먹는 게 좋다. 한편 생와사비(고추냉이)를 요청해 보자. 대부분 일식당이 내는 초록색 와사비 반죽보다 단맛이 돌며 자극도 덜해 맛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후루룩 소리 OK 일식에서는 소리를 내서 먹는 게 허용된다. 후루룩 소리를 오히려 칭찬으로 여긴다. 밥이나 수프 그릇을 들고 입 가까이 가져가서 먹는 것도 결례가 아니다. 사케는 차갑게 일본 술 사케는 쌀을 발효해 만든다. 발효한다는 점에서 와인과 같고, 곡물로 만든다는 점에서 맥주랑 비슷하다. 종류에 따라 상온이나 따뜻한 온도가 좋으나 대부분 프리미엄 사케는 차갑게 마신다. 밥공기는 왼손에 들고 우리나라처럼 식탁에 놓은 채 떠 먹는 경우는 없다. 반드시 왼손에 들고 먹는다. 엄지손가락을 밥공기 가장자리에 고정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고, 나머지 손가락은 가지런히 모아 펴서 그 한가운데에 밥공기 바닥이 오도록 쥔다. 섞지 말고 먹는다 일본 요리는 모양을 중시하므로 섞어서 먹는 법이 없다. 조림은 그릇째 들거나 국물이 없는 것은 뚜껑에 덜어서 먹는다. 사시미는 나눔 젓가락으로 접시에 가장자리부터 차례로 작은 접시에 덜어 먹는다. 생선은 머리에서 꼬리 쪽으로 먹고, 뒤집지 않는다. 자왕무시(달걀찜)는 젓가락으로 젓지 않고 앞에서부터 떼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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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se 04. 태국 음식 - 시각적 섬세함과 독특한 향취의 만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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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매운 음식이 많은 나라. 중동식과 아시아식이 섞여 독특한 맛을 내는 메뉴가 많다.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식탁에서 윗사람 아랫사람을 크게 따지는 문화는 아니다. 태국 음식은 빙 둘러앉아 중앙에 나온 음식을 각자의 접시에 덜어 먹는다. 식품 재료를 잘게 썰어 조리한 것이므로 나이프는 사용하지 않는다. 국물이 있는 국수를 먹을 때는 젓가락과 숟가락을, 튀긴 국수는 포크와 숟가락을, 생선을 넣은 국수는 숟가락만 이용해 먹는다. 밥 종류는 접시에 담아 숟가락과 포크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숟가락 하나로만 식사를 하기도 한다. 소리 내면 안 돼요 태국의 식사 예절은 △빨리 먹지 말 것 △ 소리 내서 먹지 말 것 △ 입술을 오므리고 씹을 것 △ 입 안에 음식이 있을 때 말하지 말 것 △ 국물 있는 음식을 먹을 때 들이마시지 말고 숟가락으로 떠먹을 것 등이다. 무엇보다 날씨가 더운 나라다 보니 뜨거운 음식이 거의 없어 소리 내서 먹는 것은 절대 금물. 남기는 게 미덕 태국 레스토랑에 식사 초대를 받았을 때는 음식을 조금 남겨야 한다. 접시를 다 비우면 초대자가 음식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 그래서 태국 레스토랑에서는 인원보다 약간 많은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미덕이다. 향신료가 싫다면 세계 6대 요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태국 요리는 향신료를 자유롭게 사용하여 그 독특한 맛이 일품이다. 대부분의 음식에는 ‘팍치’라는 향신료가 들어간다. 팍치는 우리나라에서는 고수, 중국에서는 샹차이, 영어로 코리앤더라고 하는 식물이다. 태국 음식을 먹을 때는 왼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왼손은 화장실 갈 때 사용한다고 여기기 때문. 정통 태국 술은 일본의 사케처럼 주정 가루를 섞은 술이 있기는 하나, 맥주를 즐겨 마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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