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에 부는 성령의 바람
교육목자 우진숙
떨리는 마음으로 교장실 문을 노크했다. 교장 선생님은 그리 우리를 반기시는 것 같진 않았지만, 우리를 보시자마자 자세를 고쳐 앉으셨다. 수행평가를 새벽까지 마무리하고, 며칠째 나누어 작성한 ‘자율동아리 운영 계획안’을 제출하였다. 교장 선생님은 조용히 듣고 계시더니, 이러한 자율 동아리의 존재나 활동 등이 다른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게될 지, 형평성에 어긋나지는 않을지 염려가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너희들의 활동 성격에 따라 학부모들에게 컴플레인이 올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너희들 생각은 잘 알겠지만 신중히 한번 생각해보자고 했다.
공손하게 인사를 드리고는 나왔지만, 문을 닫고 나자, 나도 모르게 다리 힘이 플렸다. 교장 선생님이 딱히 반대는 하지 않으셨지만, 그렇다고 시원하게 오케이 하신 것도 아니었기에 찝찝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부모님과 목사님, 그리고 교회 선생님께도 기도 부탁을 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남아 있었다. 교실로 돌아오니, 다른 학생들은 수행평가를 제출한다고 정신이 없었고, 나도 허겁지겁 급하게 과제물을 제출했다. 3교시가 끝나자, 담임선생님이 오셔서 교감 선생님이 찾으신다고 교무실로 가보라고 했다. 무슨 일인지 다시 급하게 1층으로 내려갔다. 교감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께 자율동아리에 대해 들으셨다고 하면서 JMS, 신천지와 다를 게 뭐가 있냐, ‘다 똑같은 기독교이면서’하시면서 말씀을 이어가셨다. 자율동아리를 만들 수는 있지만, 스무 명 이상이 될 때는 제지를 가할 수 있다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드러내놓고 ‘기독 자율동아리는 안된다’라고는 하지 않으셨지만, 어쩌면 교장 선생님보다 더 확실하게 반대표현을 하신 것 같아, 그 앞에서는 무슨 말을 했는 지, 얼버무리다가 교무실을 나온 것 같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상황이 어려워지는 것 같아서, 머리가 아파 왔다.
다시 교실을 향해 터벅터벅 계단 쪽으로 몸을 돌릴 때였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아서 뒤를 돌아보니, 어떤 선생님 한 분이 교무실에서 나오고 계셨다. 그분은 내 앞으로 오시더니, 교무실에서 교감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상황을 다 지켜보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한 마음이 들었다고 하셨다. “내 별명이 뭔지 아니? 내 별명이 ‘할렐루야 선생님’이란다. 너희들 기도 모임 만들려고 많이 애 쓰는 것 같은데, 다음에 선생님한테도 계획서를 가지고 와볼래? 함께 보고, 기도하면서 자율동아리로 한번 준비해 보자!” 할렐루야! 혜성처럼 나타난 저분은 도대체 어떤 분이실까?? 이게 무슨 일인지!?! 짧은 오전 시간에 일어난 일이지만, 이 할렐루야 선생님의 등장(?)으로 내 마음에도 확연히 반전이 일어났다.! 여러 가지 마음 쓰고 힘든 일들이 있었지만, 그런 마음들이 한 방에 날아간 것 같다. 기도 모임을 생각하고, 계획서를 준비하면서, 교장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그 과정을 마치 하나님이 다 지켜보시고, 또 학교에서 도와주실 선생님까지 예비해 주셨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소름이 돋듯, 하나님이 함께 하심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위의 짧은 간증은 구미 모 고등학교 기도 모임의 시작이 된 스토리이다. 현재 고등부에서는 위와 같은 간증들이 일어나고 있다. 아니, 사실 더 정확히는, 구미 지역의 각 학교마다 기도 모임이 세워지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학교 기도 모임에 대한 마음을 품게 하심! 00고 기도회 모임을 위해 기도 시작! 함께 기도할 친구 한 명이 생김! 00고 교장선생님과 면담! 첫 기도 모임 시작! 교사 단톡과 학부모와 함께하는 밴드에서는 연일 학교 전도의 생생한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다. 고등부 교사로 섬기면서, 아이들이 기도로 시작해서 학교 기도 모임을 선포하고 나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도전이 되고, 마음이 쓰이는 만큼 더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게 이유가 되었다.
올 초 고등부 SFC 겨울 수련회가 ‘The Four: 복음, 알고 있니? 믿고 있니? 전할 수 있니?’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The Four’라는 전도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고, 실재 조별로 그것을 통해 전도하는 시연도 해보면서 훈련을 하였다. 전도라는 것은 우리의 삶을 통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하지만, 오히려 어쩌다가 한번 맞닥뜨리면 부담되는 그런 숙제 같은 존재로 여겨졌었는데, ‘The Four’는 네 개의 심벌로 복음의 메시지를 담아, 영상과 이미지라는 콘텐츠로 다가서는 전도 도구로, 학생들이 좀 더 쉽게 ‘전도’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것이 고등부에서 일어난 전도의 물결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한다. SFC겨울 수련회의 말씀을 통해, 전도는 내가 가진 ‘복음’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 것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배웠고, 다시 한번 그 가치를 깨닫는 순간, 내 주위 가까운 곳으로 시선이 자연스럽게 향했다. 전도 훈련 이후, 목사님께서는 아이들에게 한가지 도전의 과제를 주셨다. 일주일에 한 번, 주일만이 아닌, 일상 속에서 하나님을 전하자고! 특히 학교 속에서 하나님을 믿는 거룩한 자녀의 삶을 살아가자고! 학교 기도 모임을 함께 시작하자고 말씀하셨고, 고등부에서도 매주 그것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목사님께서는 함께 할 친구들이 없고, 막막하다면, 나 혼자서라도 기도하면서 모임을 시작하라고 선포하셨다.
처음에 목사님 말씀을 들었을 때는, 과연 이렇게 바쁜 아이들에게 가능한 일일까? 라며 믿음 없이 의심을 했었던 것 같다. 고등부 아이들의 치열한 현실을 볼 때, 전도와 학교 기도 모임은 그 시작이 아마 어려울 거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학생들의 모습과 목장 시간의 나눔을 통해서, 예상하지 못했던 무엇인가가 움찔하는 운동성을 느낄 수가 있었다. 전도는 크게 관심이 없던 아이들이, 같은 반 믿는 친구를 설득하고 있다, ‘아무도 없어서 나 혼자 기도를 시작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해오기도 했다, 그 이후 용감한 학생들이 갑자기 교장실 문을 덜컹하고 열고 들어가기도 하고, 떡하니 동아리방도 하나 얻어내기도 하는가 하면, 딱히 확답을 받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다양한 보고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아이들의 기도가 불씨가 되었고, 학교마다 정말 다양하게, 그 형편대로 하나님께서 학생들을 기도를 통해 인도하시고, 역사하고 계시는 증거들이 주일이면 생중계되었다. 아이들은 영혼을 위한 마음을 품고, 혹은 품게 해달라고 기도를 시작했을 뿐인데, 한 단계, 한 단계 미리 준비하시고, 동역자를 붙여주시는 과정을 눈으로 보면서, 그분의 은혜를 경험케하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기도 모임이 없던 학교에서는 하나씩 기도 모임이 생기고 있었고, 기존에 기도 모임이 있던 학교는 우리 교회 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신의 역할들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고 있었다. 또한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는 여러 친구들과 소통하며 모임을 하게 되면서, 친구가 속한 교회가 이단인 경우도 몇 번 드러난 적이 있어서 오히려 더 경계하며, 바른 지식을 가져야 하는 경각심도 가질 수가 있었다.
어떤 학생은 이러 경험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기도 모임을 선포하고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계신다는 한 선생님이 자기를 따로 부르셨다고 했다. 그분은 기도 모임을 한답시고 기독교인들이 튀게 되면 너만 손해이고, 네가 과연 기도 모임을 할 충분한 신앙을 가지고 있느냐, 기도는 혼자서 조용히, 또는 교회에서 하는 것이지 너의 학교 생활에서 더 열심히 해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라고 하셨다고 하는데, 아이가 들어서는 이것이 격려인지, 주저앉히는 멘트인지, 헷갈리게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하나님을 선포하고, 학교에서 믿지 않는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기도가 시작되자, 우리 각자의 내면에서 뿐 아니라, 각 학교 현장과 당황스럽고, 시험에 빠지게 하는 상황들도 많이 생겼다. 전도 보고를 받고, 함께 그 학교를 위해 기도하면서,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는 순간, 나의 삶이 곧 주목을 받게 되고, 그렇기에 이유를 물어오는 질문들에 내가 답할 수 있으려면, 믿고 확신한 바를 더 알아야 되고, 붙들어야 할 계기가 되었다.
현재 현일고, 구미고, 경북외고, 김천예고, 북삼고, 선주고에서 기도 모임이 시작되었고, 산동고에서는 준비 중이며, 경산과학고에서는 기존 모임에 활발히 참석 중이다. 최근 목사님이 학생들을 격려할 겸, 햄버거 세트를 준비해서 학교로 가시는데, 최근 일정이 꽤 바빠지셨다고 한다. 학교 전도라는 비전을 품고 기도했기 때문에 볼 수 있고, 경험할 수 있었던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심은 우리 학생들의 신앙의 여정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간증이 될 것이다. 각 학교 모임으로 모이는 모든 학생들이 또 다른 연합모임으로 이어져, 함께 예배드리기를 사모하며, 구미 전역의 청소년을 위해 뜨겁게 기도할 그 날을 꿈꾸어 본다. 성령의 강력한 바람을 타고 구미남교회 고등부 청소년들의 믿음의 릴레이가 지치지 않고 계속 이어지길 기도하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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