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장날이 주관하는 전통시장 살리기 캠패인의 한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장날 탐방에 참여하다. 2012년에 이어 ‘제2회 장날 한마당‘이라는 주제로 120여명이 참여한 이번 여행도 경북 청송군 진보와 청송장을 탐방하다.
새벽잠을 깨워 깔깔한 눈과 입을 정리하고 5시 50분경에 집을 나서서 사당에서 전철을 타도 양재역에서 갈아탄 다음 압구정역에 내려서 현대백화점 주차장으로 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 있다. 3호차로 배정이 되어 김밥과 객주(10권) 한 권과 물을 받아서 올라가니 자리는 여유가 있어서 제일 뒷자리 가운데 자리를 잡으니 넓어서 좋다.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새벽공기를 마시며 시원하게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은 여행의 재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2시경에 진보에 도착하여 진보시장을 둘러보다. 진보는 김주영의 고향으로 일찌기 가난한 어린시절 시장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시장터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어 그 기억을 바탕으로 소설을 전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오늘의 작가 김주영을 있게 한 곳이다. 소불고기 백반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객주문학관을 관람하다. 12월에 완공을 앞두고 정원을 꾸미기가 한창이다. 그런데 규모가 예사롭지를 않다. 대지 7,500평에 연건평은 2,500평이라고 한다. 아마 우리나라 문학관 중에서 규모는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되다. 경상북도와 청송군에서 예산을 지원하여 짓는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운영하는 것이 염려가 되었다. 제대로 운영하려고 하면 직원이 9명 정도는 되어야 하고 수익사업이 있어야 하는데, 인건비에 전기세, 물세, 관리비 등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 62개 정도의 문학관 중에서 제일 예산이 많은 곳은 경기도 양평에 있는 황순원 문학관으로 1년 예산이 90~100억 원이 된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이어서 청송문화예술회관에서 객주문학관 및 전통장날 활성화 방안에 대한 포럼을 하다. 사단법인 상임이사인 이종주의 사회로 한동수 군수의 인사말에 이어서 박정호(KID-한국개발연구원)와 이형호(문체부 해외문화원 기획관), 김남일(경북도청 일자리 투자본부장-전국 최연소 국장), 이원태(한국문화관광 기획조정실장), 이상렬(한국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의 순으로 주제를 발표하고 사회자의 마무리로 포럼을 마치다.
4시경부터 청송사과 축제장 개막식장으로 가서 자유롭게 둘러보며 6,000원 짜리 두 장씩을 가지고 마음대로 식사를 하는데, 일행 3명이 우선 막걸리를 한 잔 한다고 시켰더니 사과 막걸밖에 없어서 시켜서 먹어보더니 다들 너무 맛이 없다고 하다. 안주로 시킨 파전은 종이장 같이 얇고 맛도 별로라서 다른 곳으로 가서 육개장을 시켜서 먹다. 역시 맛은 별로고 각설이 차림을 한 엿장수 부부가 식사하는 데까지 와서 엿을 사라고 하여 두 통을 사서 보니 양이 너무 적고 눈가림이 완연히 표가 나다. 완전히 속고 바가지를 쓴 기분이다. 축제장이면 모두가 즐겁고 재미있어야 하며 먹거리는 제대로 해주고 제값을 받아야지, 잠깐 동안에 한 밑천 잡으려는 심사로 장사를 하여 관광객에게 불쾌감이나 서운함을 준다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 같다. 저녁이 되니 날씨는 춥고 마땅히 갈 곳도 없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도 고역이다. 8시까지 어영부영하다가 숙소로 가니, 2012년도에 묵었던 민예촌 제7호 생원댁방1로 배정이 되다. 우리의 전통 한옥을 그대로 재연하여 고유의 멋을 살렸지만 편의성이 떨어지는 것이 흠이다. 이광세 씨와 다른 젊은 사람과 3명이 자는데 방이 너무 추워서 밤새 떨며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하다.
다음 날 7시 30분에 준비를 다하여 숙소 앞의 ‘머시기와 여시기‘에서 육개장으로 아침을 먹다. 실내에 피운 난로의 따뜻한 열로 지난 밤에 움추렸던 몸을 녹이니 가슴이 따뜻해 지는 것이 좋다. 사과를 광주리에 잔뜩 담아 놓고 가져가지는 말고 먹기만 하라는 인심에 훈훈함을 느끼며 후식으로 사과 반개를 먹다. 청송사과는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다.
다음으로 역시 작년에 이어 주왕산의 용추폭포까지 트레킹을 하다, 가을 단풍이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듯 산세와 계절의 정취가 아름답다.트레킹 후에 바로 청송 5일장으로 가다. 때맞춰 시장에서는 각설이의 공연과 함께 시화전의 개막식을 하다. 우리 일행들도 참여하여 테프를 자르고 시장을 둘러보며 손두부에 막걸리를 먹는데 김주영 작가도 와서 다른 여러 사람들이 합세하여 작은 잔치가 되다.
달기 약수터로 가서 작년에도 먹었던 서울 식당에서 닭백숙 반 마리와 국물에 밥을 말아서 점심을 먹다. 식사 후에 약 4km 정도 되는 외씨버선길을 걸어서 소헌공원으로 가다. 청송은 조선시대 왕후를 3명이나 배출한 지역으로. 그 중에 제일 잘 알려진 소헌왕후는 세종의 왕비로 간신들의 모함으로 영의정인 아버지 심온이 역적으로 처형되는 바람에 왕비의 슬픔이 말할 수 없이 컸었다. 훗날 세종은 왕후의 아픔을 달래주기 위해서 궁중에 절을 지어 주는 것이 빌미가 되어, 명종 때 간신배인 보우스님이 궁중을 제집처럼 드나들면서 승과를 두게 되는 단초가 되기도 하였다.
외씨버선길은 봉화, 영주, 청송,을 이으면 마치 외씨버선 모양이 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옛부터 보부상들이 밤낮으로 쉼없는 길을 걸어서 장터를 찾아 다니던 삶의 애환이 서린 길로, 바로 김주영의 객주의 주 무대가 된 길이다.
소헌공원에서 마지막 행사로 사행시 발표를 하다. 사회를 하는 이종주의 말대로 심사위원 전원일치로 뽑았다고 하면서 발표를 하는데, 내 이름을 불러서 아주 기분이 좋다. 시상품도 김주영 작가가 10월에 34년 만에 완간을 한 객주 10권, 한 질을 상품으로 주는 것이 아닌가. 많은 사람들의 축하와 부러움을 사기도 하다. 2012년에는 고교 선배인 박재삼의 시를 낭송하여 50,000원 짜리 상품권을 받았는데, 올해는 10만원이 넘는 선물을 받았으니 나에게는 완전 대박이다.
객 : ‘객주‘ 소설을 읽어보니
주 : 주모의 익살과 맛깔스런 주안상에
장 : 장날 따라 모여드는 갖가지 군상들
날 : 날마다 정을 담은 신명하는 잔치일세!
1박2일의 모둔 이정을 마치고 청송을 출발하여 서울에 도착하니 8시가 넘어서 10시경에 집에 와서 늦은 저녁을 먹고 후련한 마음으로 여행을 마무리하다.
2013. 11. 8 ~ 9. 진보 청송 장날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