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 아동의 교육을 위한 조언
댓글을 달긴 했지만 댓글로는 미흡하여 이렇게 답글을 올립니다. 우선 천사님의 가입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기쁘고 반가운 마음을 전합니다. 시청각중복장애인으로서 시청각중복장애인의 카페를 개설한 이래로 님처럼 시청각장애아동을 교육시키는 데 지대한 관심과 고민을 품고 계신 분들을 간절히 기다려 왔습니다. 물론 그동안 몇몇 분들이 발자취를 남겨주시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발길들이 뜸해지더군요.
물론 그럴 만도 합니다. 제가 시청각 중복장애인으로서 현재 나사렛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아직 학생이고 실질적으로 동료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해 도움을 줄 형편이 못되다보니 저 역시 안타까움이 많습니다. 또 그동안 시청각장애인들의 어려움과 이들에 대한 복지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을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천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반짝 호기심을 보일뿐 진정으로 고민을 함께 나누고 길을 모색하려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그나마도 생업에 쫓기는 사람들이어서 사실상 우리나라의 시청각장앵애인 분야는 여전히 미개간지로 방치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부와의 의사소통이 절실하고 또 수많은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닌 당사자들 이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여기서 당사자란 좁은 의미로는 시청각 중복장애인들을 가리키지만 광의로는 그들의 문제로 고민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가족, 교사, 도우미, 관련시설 종사자 등을 포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가 적고 장애가 중증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복지 현장에서도 배려되지 않고 방치하고 있지만 사실 그 어떤 장애 분야보다 많은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이들이 바로 시청각 장애인들입니다. 헬렌켈러가 얼마나 훌륭한 본보기를 보여주었습니까? 헬렌켈러의 성공은 단지 그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전 세계의 소외계층과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큰 힘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나요? 이것만 봐도 시청각장애인들은 매우 우수한 인력으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고 높은 성취를 이룩할 수도 있는 저력을 품고 있는 존재들임을 알 수 있지 않습니가?
아이가 매우 영리하다고 하셨는데 수화를 약간 안다면 한글을 가르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설리반이 헬렌켈러에게 '물(water)'를 가르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가 노력이 필요했는지 잘 아시죠? 그러나 현대는 교육기법 등이 그 당시 보다 발달했고 많은 보조기기가 있어서 설리반이 헬렌켈러를 가르칠 때보다는 더욱 손쉽게 언어를 이해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생각에는 글을 먼저 가르치는 것보다는 수화를 통해 언어를 인식시켜 나가는 것이 더욱 용이하고 확실할거라고 봅니다. 보통의 아기도 처음에 글보다는 말을 먼저 배우듯이 시청각아동에게도 말을 먼저 가르쳐야 하는데 음성언어의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손을 통한 언어를 먼저 숙지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즉 그 아이가 만지고 접하는 모든 사물들을 수화로 인식시켜 주는 것입니다. 물을 마실 때에는 물 마신다. 라는 수화를, 밥을 먹을 때에는 밥 먹는다. 라는 수화를, 과자를 먹을 때에는 과자라는 수화를 해주는 식으로 끊임없이 수화로 언어를 들려주는 것입니다. 여기서 농아인들이 보는 수화를 시청각장애인들은 만져서 촉독해야 하므로 이 경우의 수화를 촉수화라고 한다는 것을 기억해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방법은 사실상 자료를 찾아본 것이 아니고 제가 생각해본 것일 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시청각장애아동을 교육하기 위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지만 선진국 특히 미국에는 상당히 체계화된 시청각장애아동을 위한 교육기법이 발달해 있을 것입니다. 제가 현재는 학과 공부 따라잡기도 벅차서 외국의 전문 자료를 구할 엄두를 못 내고 있는데 언제든 길이 열리면 연수를 가든 유학을 가든해서 꼭 체계적인 교육 및 복지 시스템들을 도입해서 우리나라의 시청각장애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아실는지 모르지만 제 장애 정도를 잠깐 소개해 볼까요? 저는 원인불명으로 시청각장애를 타고났습니다. 다만 전맹전농이 아니라 전맹난청이기 때문에 불완전하게나마 언어의 습득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난청이 심했기 때문에 어휘수가 매우 적었기에 맹학교에 가서 점자를 배운 뒤로 고학년이 되면서 국어사전을 찾아가면서 어휘수를 늘려야 했습니다. 이제는 청각도 예전보다 많이 쇠퇴해서 늘 함께 지내는 배우자의 목소리 외에는 거의 사람의 말소리를 알아듣지 못해서 대부분 점화로 통역을 해주어야합니다. 그래서 저희 공동체로 전화를 주시면 제가 직접 통화하지 못하고 제 아내가 받습니다.
점화에 대해 문의를 하셨는데요, 점화란 점자를 점자 타자기나 점자 워드프로세서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사람의 손가락에 터치하는 것을 말합니다. 컴퓨터에 '점사랑'이라는 점자 입력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실행시켜서 점자모드로 들어가서 입력해 보시면 금방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점사랑'은 이곳 자료실에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9살 때부터 맹학교에 들어가서 점자를 배웠기에 점화사용이 가능했지만 말씀하신 아이의 경우는 점자는 고사하고 한글도 모르는 상황이니 점화는 아직은 가르칠 단계가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내일 신약고사를 봐야 해서 시험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네요! 댓글에 말씀드린 것처럼 우선 카페의 홈에 게시해 놓은 '빛나무 공동체를 소개합니다'라는 글을 읽어보시고 거기에 있는 연락처로 연락을 주십시오. 그러면 저희 공동체에서 모임을 가질 때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시청각 중복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저희와 연락을 취하면서 함께 고민을 나누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이었다가 실청하게 되신 분들도 계시고 농아인이었다가 실명하게 되신 분들도 계시는데 그분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안정된 생활대책이더군요. 그러나 시청각장애인에게 있어서 가장 시급한 것은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는 일입니다. 의사소통이 되어야만 다른 모든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그 아이에게도 우선 의사소통의 길을 열어주는데 전력을 다해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성과 있기를 바라며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