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임병식 rbs1144@hanmail.net
나는 태생적으로 왼손잡이다. 의식이 생겨나기 전부터 왼손을 쓰고 왼손을 주도적으로 사용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니 남이 보기에 서툴고 불편해 보일지 모르나 별 불편함을 모르고 산다. 모친의 말씀에 의하면 나는 어려서 왼손잡이였다고 한다. 그러니 나의 왼손 쓰는 버릇은 배냇버릇이 굳어진 셈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왼손잡이는 전체 인구의 10%정도가 되고 우리나라 사람은 그 비율이 조금 낮아서 5%라고 한다. 그러니만큼 조금은 귀하다면 귀한 존재이다. 한데 이러한 왼손잡이는 남 보기에 서툴러 보인다는 이유로 곧잘 눈흘김을 당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여서 집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그래서 무슨 일을 도을 때면 곧잘 퇴박을 맞는다. 일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단지 어설프게 보인다는 이유이다.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억울한 점이 있다. 무시를 당하니 속이 상하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남 보기에 어설퍼 보일 뿐이지, 당사지인 본인은 전혀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니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에 비해 무엇이 부족하거나 능률면에서 뒤진다고 느끼는 것은 지극히 편견이며 오해이다. 연구자의 말에 의하면 왼손잡이는 남다른 장점이 있다고 한다. 우선 시각과 공간능력이 뛰어나 운동을 잘 하며, 사교성이 높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감수성과 창의력이 풍부하며 높은 직관력이 있다고 한다. 얼마나 좋은 점인가.
하면 왜 오해를 부른 것일까. 나는 하나의 경강부회나마 그 원인을 어느 문학작품에서 찾는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작가는 아들 동이가 왼손잡이인 것을 보고 허 생원이 자기를 닮아 아들로 확신하게 되는데, 이는 얼마나 근거 없는 억측인가.
왼손잡이가 유전과는 관계없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인데 말이다. 그런데도 무리하게 그리 엮어놓은 건 눈 흘김을 당할 만하다.
그건 그렇고, 왼손잡이의 왼손은 오른손잡이의 오른손과 다를 바가 없어서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운반할 때는 물론, 하다못해 변을 보고 뒤처리를 하는 것 까지도 왼손은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 그러니 왼손잡이는 아랍국가 사람들이 오른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걸 신뢰하듯이, 왼손으로 건네는 물건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신뢰해도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왼손잡이는 안좋은 선입견을 만들어 놓고 있다. 나는 그것의 원인 중에는 낫등 도구도 한몫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같이 오른손잡이용이으로 만들어서 사용하는데 불편이 있는 것이다. 낫이나 칼을 다룰 때 상처를 많이 입는다.
그점은 왼손잡이의 비애가 아닐 수 없다. 그 점을 제외하면 문제될 것은 없다. 왼손잡이는 왼손만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발 또한 왼발을 잘 쓴다. 왼발이 오른손잡이의 오른발처럼 더 자연스럽게 도랑을 건너뛸 때도 왼발이 먼저 내밀어 진다. 그러니 삽질을 하더라도 주가 되는 왼발로 밟아야 삽날이 깊숙이 박힌다. 그러므로 만약에 왼손잡이에게 공격을 당하면 동시에 왼발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왼손잡이의 행동은 움터 나오는 식물이 그 떡잎부터 다르듯이 아기 적부터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손을 내밀어도 왼손을 먼저 내밀고 수저를 잡아도 왼손으로 잡는 것이다. 이것을 참작하여 수저를 잡을라치면 어른들은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바로 잡기를 강요하여 나만 해도 어릴 적에는 애로가 많았다. 잘 고쳐지지가 않아서였다.
아무튼 그런 과정을 거쳐서 다행히 글씨쓰기만은 바른손을 사용하게 되었다. 형과 누나로 부터 구박을 들으며 이겨낸 결과이다. 그 바람에 다행히 이 두 가지 것, 하나는 밥 떠먹는 것과 글씨 쓰는 것은 바로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이외 것은 별 간섭을 받지 않아 자유방임이 되었다.
왼손잡이가 서툴러 보이는 것은 따지고 보면 오른 손잡이 위주로 만들어진 도구 문제에서 비롯된다. 특히 오른손잡이 낫을 사용할 때 그러한데, 왼손으로는 밑동까지 잘 베어지지도 않을 뿐 더러 미끄러지기도 해서 손가락을 많이 벤다. 나는 군에 입대해서 사격술을 배우면서 애로를 많이 겪었다. M1이나 카빈총이 다 노리쇠와 가스 활대가 오른편에 붙어 볼을 다칠 우려가 있어 뺨에 밀착시키지를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조준이 잘 안 되고 불합격 판정을 받고서 호된 기압을 받았던 일은 잊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왼손잡이가 언제나 불편한 것은 아니다. 왼손 콤플렉스 때문에 의식적으로 오른손 오른발을 쓰다 보니 향상된 결과이기는 하지만, 나의 경우, 오른쪽 기능이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어 주어 양손잡이가 된 것이다. 그래서 자연히 낫질도 양손 사용이 가능해지고 무엇을 던지거나 붙잡는 힘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어 주고 있다. 그러니까 자연스레 역할 분담이 돼서 정밀하고 고급스러운 일은 오른손이 맡게 되고, 그렇지 않고 거친 노동 부분은 왼손이 담당하여 조화를 이루게 된 것이다. 그것은 내가 의식적으로 한 건 아니고 뇌가 교통정리를 해준 탓이다.
어느 날 나는 이런 역할 분담이 얼마나 잘 구분되고 있는지 실험을 해보다가 깜짝 놀랐다. 책상 위로 기어가는 개미를 향해 오른손에 볼펜을 쥐고서 겨냥을 하니 여차 없이 몸통이 눌러졌는데, 왼손으로는 그리되지를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이번에는 약 1미터 떨어진 곳에 쓰레기통을 놓고 휴지를 던지니 오른손으로 던질 때는 자꾸 빗나가는데 왼손은 거의 실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렇게 단련이 된 것이었다. 손을 쓰지 못한 사람이 발가락으로 손의 기능을 대신하고 손발이 불편해진 사람이 입으로 붓을 물고 구화를 그리는 사람처럼 단련된 것이다. 그걸 보면서 나는 사람은 어떻든 간에 살아가는 방도가 있으며 단련하면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불편을 없앨 정도는 하고 살게 마련이구나 생각했다. 왼손잡이가 가르쳐 준 교훈이라고나 할까. (2006)
첫댓글 왼손잡이가 서툴러 보이는 것은 눈에 익지 않은 탓입니다. 즉 보는 눈의 문제일 뿐 왼손이 문제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자신이 알고있는 것만 믿으려 하고, 자신에게 익숙하고 자신이 잘하는 것만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각을 교정하고 좁고 남루한 생각의 틀을 벗어나려는 몸짓이 진정 아름다운 춤사위라고 생각합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당사자는 서툴다는 의식이 없거든요. 그나저나 남들이 그렇게 보니 오른손도 쓰게 되었는데 지금은 어지간 한 일을 양손으로 번갈아 하니 장점도 된듯 합니다.
창작수필
왼손잡이 셨군요. 제 아버지가 왼손잡이셨거든요. 선생님과 같이 식사하고 글쓰시는 건 오른손을 쓰시고 나머지는 왼손을 쓰셨지요. 왼손잡이가 흔치 않으니 오히려 유리한 점이 많은 거 같습니다. 야구도 왼손타자가 유리하고 투수도 1루 견제하기가 유리하구요. 씨름도 왼씨름이고..선생님이 왼손잡이라 하시니 오히려 부럽기도 하고 친근감이 더 생기네요..참고로 저는 왼귀잡이 입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서툴러 보여도 왼손잡이는 스스로는 정상으로 생각하고 삽니다. 양손을 고루 쓴다는 의미에서 장점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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