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간의 공백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시 자연속으로 떠났다.
다행히 이번에는 친구가 차를 몰고 갈 수 있어 몸은 조금 편안하게 갈 수 있었으나,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장이 끝난 바로 다음 날이라 편치만은 않은 마음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일정은 한달 전부터 잡혀 있었고, 일주일간을 눈물로 보낸 나에게도 뭔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분께서도 내가 계속 울기보다는, 기운을 차리고 열심히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셨으리라. 사실은, 떠나기 전날 술을 약간 마신데에다 왜 그런지 몸이 너무 좋지 않아 지각을 하는 바람에 기다리는 친구들에게 폐를 끼쳤다.
어쨌든, 변명같은 말은 뒤로 하고, 이번에는 친구 두명과 함께 셋이서 떠나는 캠핑이다.
목적지는 홍천. 홍천강에서 더 깊이 들어가면 인가가 없는 계곡이 나오는데, 그 곳을 봐 두었다는 친구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이번에는 버려진 나무 등으로 식탁도 만들어보고, 여러가지 시도를 해 볼 예정이었으나 아쉽게도 그러지는 못했다. 이유는 차근차근..
이제 떠나보자~
운전을 하는 친구의 모습. 나름 진지하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진지함이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는 놈이다.
차 안에서 지나가는 풍경도 찍어보며..
한시간 반 가량을 달려오니 홍천강에 도착하였다. 물이 많이 말라있었던 것 같지만..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아무튼 이래저래 좋았던 거야.... 응?????
아무튼, 저기 보이는 다리를 건너서 우회전해서 가면.. 친구가 목적하는 곳이 있다고 하였다. 보이는 것처럼, 다리 아래에서 노는 사람들도 조금 있었고, 강가에 텐트를 친 사람들도 보였다.
이 사진의 왼쪽이 우리가 가려는 방향인데, 이 사진을 찍을 당시 목적지를 알지 못해 제대로 찍지 못했다.
그 곳으로 한 20분 가량을 달려가다보니 슬슬 민가나 펜션들이 사라지면서 논, 밭, 하우스 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꽤 많은 시간을 올라갔으나, 좀처럼 경작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혹시나 하여 차를 세우고 친구들과 내가 떨어져 깊은 곳으로 올라갔다 와 보았으나, 마땅한 장소가 보이지 않는다. 위의 사진은 내려오던 중 멀리 있는 친구들을 찍은 것. 뭐가 좋은지 둘이서 엄지를 세우고 서 있다.
계곡에서 내려오는 듯한 물줄기를 더듬어가며 조금 더 올라가다보니 오호라.. 슬슬 괜찮은 곳이 보이기 시작한다.
위의 사진처럼 뭔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렇게 깨끗한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이 나타난다.
결국 이 자리에 터를 잡기로 하고, 계곡보다 조금 더 올라간 곳에서 좁다란 평지를 발견하였다.
잘 곳의 바닥 풀들을 쳐 내고.. 최소한으로만 쳐내야 한다.
이 자리의 자연들에게 우리는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자리를 폭력적으로 점령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우리에게 쉴 곳을 마련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우리의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말라서 부러져 있는 나무는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한 곳에 모아둔다.
중간 과정은 함께 작업하느라 찍지 못했지만, 이윽고 우리의 잘 자리에 텐트가 세워진다. 파라코드를 묶어 옷을 말리면서 짐을 푼다. 짐은 안에서 잘 것들과 밖에서 먹을 것들로 구분하고, 잘 쓰지 않는것은 구석으로 몰아둔다.
땀을 흘렸으니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잠깐 쉬어준다. 일을 하던 중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다리에 장갑을 올려놓은 저 가식적인 모습을 보라!
이번에 처음 온 친구. 아버님께서 캠핑을 좋아하셔서 어릴 때 따라다녀 보고는 30년 가까이 와본 적이 없다고 한다.
무지막지하게 센 힘에, 햇볕을 쳐다보면 재채기를 하고 게다가 잘 땐.. 끔찍하다. 암튼 좀 이상한 녀석이지만 나름 착하긴 하다.
슬슬 정리를 하고 저녁과 술을 준비한다.
빨간 색의 반찬통과 흰 뚜껑은 내가 준비해 간 고추장 양념에 버무린 고추장 삼겹살. 한시간동안 재우면 맛있다.
그 옆에는 씻은 쌀과 국을 끓일 쌀뜨물이다. 쌀뜨물을 쓰면 물도 아끼면서 인스턴트라도 한 층 맛있는 국이 된다.
왼쪽의 소주는 고추장 양념에 조금 넣은 것. 고기 냄새를 없애준다.
내가 음식을 준비하는 사이 친구는 다 마신 물통을 잘라 어항을 친다. 그러나.. 한 마리도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이유는 고기가 안들어온다고 한시간 간격으로 어항 위치를 옮긴 참을성 없는 친구 때문이 확실하다.
시원한 계곡물에 물과 소주를 떠내려가지 않도록 나무에 꿰어 놓고..
그런데... 사진에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이 사진을 찍는 순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야!! 비온다. 장비 철수해!"내가 소리를 질렀으나 친구는 천하태평. 앉아서 담배만 피우고 있다.
"에이.. 이거 몇방울 떨어지다 말아. 전방에서 군생활 한 내 경험이지. 후방에서 군생활을 했으니 알 턱이 있나. 크크"이러면서 여유만만이다.
그러나 친구의 예상과는 다르게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여유를 부리던 놈은 텐트로 도망가 버린다.
이런 나쁜놈. 배신자!! 라면서 욕을 했지만 나 역시 비를 피하기 위해 장비를 주섬주섬 치운 후, 텐트로 들어간다.
↓ 클릭하면 더 재미있습니다.
첫댓글 함께할 친구가 있다는 것은 좋은것이죠.. 지금도 데이워커님과 같은 친구들과의 여행을 꿈꾸지만 서로의 삶의 무게를 인정해 줘야하는지라 요즘은 꿈만꾼답니다. 후기 잘보고 갑니다~~~
네.. 저도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한 해 한해 친구들 만나는 것이 어려워지네요.ㅜㅠ 칭찬 감사드립니다.^^
이상하게도 이 날 춥더군요;; 가평 갔을때는 그나마 버틸만 했었는데... 딴 건 다 괜찮은데 이제 추위가 두렵다는... ㅡ.ㅜ 이제 조만간 양수리 쪽으로 또 출발 할 계획입니다 ㅎ
ㅎㅎ 글을 쓸때에 데이워커님의 혼자 피식 하면서 웃는 얼굴이 상상이 가네요. ㅋㅋ 참 재미있습니다. ㅎㅎ 친구들 끼리 캠핑가서 밤새 하는 얘기들은 다 똑같은가 봅니다. 여자얘기 귀신얘기.. ㅎㅎ - 즐감했습니다^^
ㅎㅎ 정말로 후기 쓰면서 그 때 생각에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라구요. 감사합니다.^^
즐거움이 가득하네요^^ 한참이라지만 그 정도 비 맞은 나무는 속은 안젖었을 것 같아요. 그냥 살살 불 지피면 타오를 듯~~~ 비 온 뒤의 상쾌함도 굿!!!
그러게요, 나이프로 겉을 깎아내고 불을 내 볼까도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ㅎㅎ 비온 뒤라 상쾌했지만 온도가 떨어져서 밤에는 쌀쌀하더라구요.^^
상상을 하면서 보게되는 훌륭한 후기네요 저렇게 훌쩍 함께할수 잇는 친구가 있어서 행복 하시겠어요~~
넵! 행복합니다.^^ 꼭 친구 때문은 아니예요..ㅎㅎㅎ
친구와함께한시간 즐겁고행복하시겠어요~~~~~~^^
네^^ 가자고 할 때 같이 호응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는게 좋긴 하네요. 하하
즐감요~~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저분같은 친구 있습니다~^^;; 자기 힘들다고 저보러 먹을꺼 다 사오라는...장비만 쏙 들고오는 친구죠~!!ㅎㅎ
네 그래서 전 앞으로 또 그러면 좀 갈구려구요.ㅋㅋ
부러버요 저렇게 같이할 칭구가 있다는게... 여자들은 나이 들고 결혼하믄...
제 꿈이 같이 산행하고 캠핑을 즐길 줄 아는 여자와 사는겁니다. 흐흐
우홋.. 언제 한번 차라도 한잔...ㅋㅋ-_-;;
ㅋㅋ
데이워커 변태 같애 ㅋㅋ;;
압카 너만할까.ㅋㅋ
팔봉산 위쪽 되룡골에 오셨네요! 저희 집에서 30분거리인데 좋은곳 다녀가셨군요~~~
3번째감하다,,가기 아쉬워 점찍고 가요,,,암튼,, '그들만의 개척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