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일차.150127.화. 금진항-경포해변
반갑게도 어제의 그 기사가 운전하는 첫 버스 112번을
탄다. 금진항에 가까워질수록 하늘이 더욱 밝아오고
폭설과는 거리가 멀어 보여 절로 미소가 나오고 해가
나온다. 심곡항을 지나 등산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순수한 산 길을 오른다. 08:40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고갯마루 찻길로 접어들자 제법
쏟아진다. 친구들
과는 카톡방에서 마지막 일정을 조정하느라 바쁘다. 말로만
듣던 정동진에는 평일임에도 적지 않은 관광객들
이 눈 오는 겨울바다를 즐기느라 바쁘다. 정서진을 출발하여
정남진을 거쳐 이 곳에 오기까지 8개월, 실제 일
수 82일이 걸렸다. 내 머리는 하얗게 투명해지고 세상은 설국으로 변했다. 가장 아름다운 색! 하얀색의 세상
에 존재하고 있으니 기분이 붕 뜨는
듯이 좋다. 12시경 눈은 그치고 신발 속은 완전히 젖었고 옅은 구름을 뚫
고 해가 비치면서 또 눈발이
날린다. 길 위의 눈은 이미 다 녹았다. 안인해변 염전해변을
지나고 지나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완전 시골동네인 하시동리 버스정류장에서 어쩔 수 없이 먹어야만 하는 차디찬 김밥을 먹
는다. 눈이 곱게 내리지 않고 바람에 날려 사선으로 뿌린다, 그것도 정면에서. 넓고 긴 성덕로를 따라 한참을
외로이 걷는다. 남대천 하구에 놓인
공항대교를 넘고 안목해변을 지나 송정해변에서 경포해변으로 이어지는
길은 울창한 솔밭 사이로 오솔길처럼 길이 있어 남녀노소 모두가 한가로이 산책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길로 아
내에게 반드시 소개하고 싶은 곳이다. 걷기 좋게 꾸며놓은 해변가 데크를 걷다가
허기를 느껴 편의점에서 컵
라면을 먹는다. 눈은 더욱 더 신나게 쏟아진다. 6시도 되지 않아 날이 어두워진다. 배를 채우고 2시간 동안 주
문진까지 가려던 계획이 폭설 때문에 무리라 느껴진다. 남은
일정을 재 조정하더라도 천재지변에 의해 오늘
은 경포대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맞다. 버스를 타고 휴대폰
충전이 가능한 강릉 궁전보석사우나를 찾아간다.
오늘은 한 두 곳 정도 오르막이 있었지만 대체로 순한
길이었다. 단지 눈으로 인하여 발이 젖어 불편을 겪었
다. 안목해변에서는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아 아쉽게도 흔적이 없다. 눈보라 때문에 사진 찍기도 어렵고 메
모하기도 어렵고
경치 보기도 어렵고 그래서 역설적으로 머리가 편해진다. 우려했던 30Cm의
폭설은 미수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