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 알고 있듯이 그레인키는 타격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재능도 출중하지요.
고등학교 시절에는 단 한번도 4할 밑으로 내려가 본 적이 없는, 학교를 넘어 주를 대표하는 강타자 선수이기도 했는데요
당시 스카우터들은 타자 그레인키가 2라운드에 뽑힐 포텐셜을 가지고 있는 걸로 봤다고 하네요.
잭은 타격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또 재능도 있었지만, 피칭에 대한 재능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결국 3학년부터는 완전히 투수로만 뛰게 됩니다. 고교시절 투수로서 그레인키가 어떤 활약을 했는지는 다들 잘 알고 있을테니 패스하고, 아무튼 피칭에만 전념한 그를 캔자스가 1라운드 6번으로 지명하지요.
2004년에 메이저로 콜업된 그레인키는 루키로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그해 신인상 순위 3위였나 4위였나..(헷갈려서 죄송...ㅠ_ㅠ) 암튼 신인왕 후보로도 손꼽혔고 시즌이 끝나서는 그해 로열스의 투수로 선정이 됩니다. 그렇죠.. 그는 소년가장이었습니다..-_-(참고로 그레인키는 로열스의 투수로 선정된 것에 대해 '팀이 플옵에 가지도 못했는데 이 상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라고 말했습니다. 루키의 일침..)
2005년, 그레인키는 2년차 투수로서 나쁘지 않은 투구내용을 시즌 초에 보여줍니다만, 자기가 잘 던지면 타선이 안 터지고 타선이 좀 터질라 하면 본인이 꼴아박고... 뭐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가 결국엔 5점대 방어율에 5승 17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맙니다(패왕이다, 패왕. 다패왕..). 야구로는 단 한 번도 실패해본 적 없던 소년이, 처음으로 와르르 무너진 시기였지요. 이 상황에 대해 당시 지역언론은 로열스가 어린 투수에게 너무 큰 부담감을 주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훗날 인터뷰에서 그레인키는, 자기가 엉망으로 던지면 던질수록 팀에서 그를 타자로 전향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기도 했답니다. 인터뷰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그레인키의 멘탈은 갈갈이 찢어진 상태. 뭐 방망이 끌어안고 울다 잔 거는 유명한 일화고.
2006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 스프링 캠프에서 당시 로열스 포수 존 벅은 그레인키의 투구가 분노로 가득 차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결국 그레인키는 베어드 단장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스캠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서 뭐했냐는 질문에는, 그냥 뭐 낚시하고 골프하고 친구들, 여자친구와 놀고 뭐 그랬답니다. 그러다가 뭔가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 했던 생각이 대학을 갈까, 골프선수를 할까- 뭐 이런 거였다네요.
당시 로열스의 단장이었던 앨런 베어드는 어려움에 처한 어린 투수를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었습니다. 어서 돌아오라고 재촉하지도 않고, 그저 그레인키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기만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그레인키는 두달 정도 쉬고, 로열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으로 복귀해서 2006년에는 주로 마이너리그에서 경기를 뛰었습니다. 당시 함께 경기를 뛰었던 동료들은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을 알렉스 고든과 빌리 버틀러였지요.
루키 시절의 그레인키 모습입니다. 지금과는 좀 다르죠? 얼굴도 얼굴이지만 하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원래 그레인키는 다리가 굵어지는 게 싫었다네요. 그래서 하체를 두껍게 만들지 않았지만,
방황을 끝내고 마음을 다시 잡은 그레인키는 하체를 키우기 시작합니다.
웨이트를 겁나 열심히 했던 모양인지, 06년 스캠 인터뷰와 07년 스캠 인터뷰 모습은 완전히 다르답니다.
얼굴도 남자답게 변했고(까맣게 탔던 그 모습), 하체도 후덜덜... 스샷이 없어서 아쉽네요.
루키 시절엔 형들 사이에 끼어있는 고등학생 같은 모습이었는데 말이죠 ㅋㅋㅋ
로열스 루키 시절.
더 옛날인, Apopka 고등학교 재학 시절.
2007년 그레인키는 선발투수로 시작을 합니다. 초반엔 좋은 모습을 보여주다가 점차 무너지기 시작하는 그레인키를 보고 버디벨 감독은 불펜으로 가서 마음껏 던져보라고 하죠. 그렇게 시작한 불펜 알바.. '피칭의 미래' 라고 불릴 정도로 그레인키는 특급 투수유망주였지만 막상 그레인키가 던지는 공을 보면 90마일 초반대였습니다. 커맨드는 훌륭하지만 구속은 물음표였죠. 근데 이게.. 그레인키가 강속구를 못 던지는 게 아니라 안 던지는 걸 알고 있었던 코치진들은 그레인키에게 "너 왜 세게 안 던지냐?" 라고 꾸준히 물었죠.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은 "그렇게 던지고 싶지 않으니까."
불펜 알바를 시작한 그레인키는 강속구를 마구마구 뿌리기 시작합니다(당시 최고 구속 99마일). 그리고 동료(..누군지 까먹었습니다)에게 말하죠. 불펜은 마음껏 공을 던질 수 있어서 좋다고. 그러자 동료가 대답하죠. "선발 가서도 그렇게 던지면 되잖아?"
그레인키는 마무리 투수가 경기를 끝내고 포수와 하이파이브 하는 장면이 늘 멋져보였답니다. 그래서 당시 뒷문이 불안했던 로열스가 자신에게 마무리 보직을 맡기길 은근히 기대하죠. 하지만 소리아가 오면서 이 기대감도 물거품으로..ㅋㅋㅋ 불펜 알바를 하며 안정을 되찾은 그는 다시 선발로 복귀하고, 2008년에는 데뷔 처음으로 두자리 승수를 기록합니다.
2008년이 끝나고 인터뷰어는 그레인키에게 시즌이 재미있었느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그레인키는 '다소 지루했다' 라고 답합니다. 07년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던졌기 때문에(한가지 보직이 아니라 여러 보직을 겸해서) 즐거웠다면, 08년에는 줄곧 선발로만 던져서 07년만큼 즐겁지는 않았다고 하죠. 하지만 승리를 쌓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지루함은 감당할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좀 지루해도 이기면 장땡이라는 뜻.
08년이 끝나고 데이튼 무어 단장은 그레인키와 4년 연장계약을 맺습니다. 기자들이 '이 연장계약은 로열스가 너를 기다려준 것에 대한 보답이냐?' 라고 묻는 질문에 그레인키는 단호하게 'no' 라고 대답하며 로열스의 미래를 보았기 때문에 연장계약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도시에서 뛰는 게 즐겁고 로열스 유니폼을 입고 플옵에 진출하고 쉽다고 말하면서요(이래놓고 떠날 때는 왜...)
다들 알고 있을, 환상적인 시즌이었던 2009년.
SI의 표지 촬영 요청에 "그런 건 나보다 내 약혼녀(현 와이프)가 훨 잘하는데" 하면서 정중히 거절하고 등짝 보여줍니다.
SI의 표지를 장식하게 되어 기쁘지 않냐는 질문에는 "사인요청 더 많아질 텐데... 귀찮음" 이라고 대답.
시즌 끝나고 사이영 수상을 알려주는 강같은 전화를 그레인키는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나였으면 택배전화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루종일 맘 졸였을 텐데)
못 받은 이유는 "아마 게임하고 있었던 듯."
당시 와우에 푹 빠져 있던 때라... 길드 만들어서 운영할 정도. 본인이 길드장이었음.
2009년이 최고의 한 해 였다면, 2010년은 조금 슬픈 해였습니다.
시즌 초 그레인키는 호투하지만 좀처럼 승리를 쌓지 못하고, 오히려 패만 늘어가는 상황이었죠.
터지라는 유망주들은 터지지도 않고, 패는 쌓여가고..
뒤늦게 1승을 올린 그레인키는 인터뷰 때 "경기에서 지면 질수록 스트라익 존이 작아보였다" 라고 말합니다.
FIP에 비해 ERA가 너무 높았던 해.
시즌이 끝나고 그레인키는 '이 팀엔 미래가 없다' 라는 직언을 날리며 틀드 요청을 합니다.
투수의 수명이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르고, 본인의 선수생명이 끝나기 전에 플옵에 나가고 싶다고 말하면서요.
근데 로열스는 미래가 안 보인다고... 이렇게 로열스 팬들에게 대못을 쾅쾅 박으며 밀워키로 떠납니다.
컨텐더 팀으로 가면 뭐하겠누... 다쳐서 경기에 뛰지를 못하는데...
2011년의 밀워키는 '남자의 팀' 이라고 불릴 정도로, 거의 도박에 가까운 수준으로 가을야구를 위해 투자합니다.
그 투자 중 하나가 바로 그레인키.
그레인키가 오자마자 밀워키는 버스에 광고판도 싣고 그야말로 신나서 난리가 납니다 ㅋㅋㅋㅋ
(이에 반해 엔젤스는 유니폼에 그레인키 스펠링을 틀려버린... 마음으로 다가가지 않았던 거야)
신나서 난리가 났는데... 그랬는데...
난데없이 그레인키의 갈비뼈에 금이 갔다는 소식. 그것도 야구도 아니고 농구하다가 다쳤다는 소식...
친구들이 말렸는데 지가 고집부리고 농구하다가 갈비뼈 금...
하지만 이런 어이없는 사건에도 불구하고,
밀워키 동료들은 그레인키에게 "너 없는 동안 우리가 어떻게든 버텨볼테니 걱정하지 말고 회복에만 신경써라. 대신 다시는 그런 부상 당하지 마라" 라고 말하면서 그레인키의 죄책감을 덜어주고 지지해줍니다. 아마 이 때 그레인키는 밀워키 팀원들에게 강한 동료애를 느끼지 않았나 싶습니다. 로열스 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그레인키의 모습을 많이 봐서 말이지요 ㅋㅋ 아, 동료애가 아니고 빠따질을 할 수 있어서 그렇게 밝았던 건가?
암튼 그레인키가 밀워키에서 했던 의외의 행동을 꼽아보자면,
당시 밀워키 타자들은 안타를 치면 비스트 모드라는 걸 했는데요(몬스터 주식회사에서 나오는 그 비스트)
그걸 그레인키가 소심하게나마 합니다!! 안타치고 나가서 소심하게 비스트모드.
두번째는, CS 앞두고 카펜터 저격.
중요한 경기 앞두고 선수들이 상대팀이나 선수를 저격하는 건 종종 있는 일이죠.
근데 그 저격을 다른 사람도 아닌 그레인키가 했다니...-_-
당시 카펜터는 모건과 사건이 있었는데, 그레인키는 팀 동료인 모건의 편을 들어주기 위해
"카펜터는 위선자다" 라는 발언을 하죠.
그리고 이 발언하고 우째 됐냐구요?
와이프한테 존트 깨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고로 카펜터의 반응은 "걔가 왜 나에 대해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음" 이라며 당황해 했죠.
후에, 그레인키는 이 발언을 후회한다고 밝혔습니다(퀜튼하고 어깨빵 했을 때.)
기자들이 퀸튼에 대해 묻자 그레인키는 자기가 선수생활을 하면서 후회하는 일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카펜터를 저격한 일이라고 다시는 다른 선수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텍사스 원정 떠났을 때,
텍사스 카우보이 스타일로 입고 사진을 찍으면 어떨까? 라는 제안에 흔쾌히 응한 그레인키 ㅋㅋㅋ
얼굴 제일 작은 사람 찾으면 됩니다.
그레인키가 엔젤스로 틀드 되었을 때 엑스포드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
다들 떠나지뫄 모드.
(브론 개XX야)
이 때만 해도 둘이 사이 좋아보인다고 흐뭇해했는데..
결론은 브론 개XX야...ㅠ_ㅠ
너,너무 길게 썼네요.
그레인키는 2012년 시즌 중반에 플옵 진출을 노리는 엔젤스로 트레이드 됩니다만... 엔젤스는 플옵 탈락.
다들 알고 있는 슬픈 엔딩.
다저스와의 돈싸움에서 이길 수 없었던 엔젤스는 그레인키를 반년 렌탈한 걸로... 크흡
애너하임에서 짧게 뛰었지만, 도시는 마음에 들었다고 하네요.
지금부터는 다저스에서 ..ing
사람들이 그레인키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점이 있는데,
그레인키는 우울증을 앓았고, 사회공포증이라는 심리질환을 가지고 있을 뿐인데
무슨 성격이상자 보듯이 한단 말이죠.
사이코에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다, 팀 케미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등등.
근데 그레인키는 단지 내성적이고 말이 없을 뿐, 여태껏 뛰었던 팀에서 동료들과 다 사이가 좋았답니다.
정말 친하게 지냈던 선수들도 몇몇 있었구요.
로열스는 그레인키에게 장차 로열스 투수진들을 책임질 리더로 커주길 바랐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성격은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로열스는 길 메쉬를 영입했던 거고요(실제로 메쉬가 그레인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답니다. 당시 멘토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로열스 시절에는 지미 고블 선수(추억의 이름...)가 마이너로 떨어졌다고
그래서 슬프고 한동안 야구가 재미없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사이가 가까웠고,
존 벅과는 아직도 연락을 하는 사이지요.
알렉스 고든과는 재미있는 일화도 있답니다.
메이저에 콜업되고 극심한 타격 부진을 겪고 있던 고든을 그레인키는 비디오실로 데려가
본인이 홈런 친 영상을 보여줍니다(무슨 생각이었을까. 고든의 자존심을 긁어보고 싶었던 걸까.)
인터리그 때, 애리조나 전에서 쳤던 그 홈런 말입니다(홈런은 쳤지만 정작 피칭 내용은 최악).
그리고 고든에게 말하죠. "홈런이란 이런 거야."
그 날 고든은 분노의 홈런을... 날립니다 ㅋㅋㅋ
밀워키 시절은 루크로이와 상당히 친했지요.
루크로이가 그레인키에게 다가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라커룸에선 따로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 정도였답니다.
결국 부부동반 데이트를 할 정도로 둘 사이는 가까워졌지요.
루크로이와 그레인키.
밀워키의 단장인 덕 멜빈과도 아직도 연락을 하고 있죠.
그레인키를 엔젤스로 보낼 때 멜빈은 그레인키를 두고 아들처럼 아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멜빈과 함께 드래프트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그레인키.
이 때 그레인키를 사로잡았던 선수는 다저스의 탑유망주 코리 시거.
올시즌 밀워키와의 경기 때, 론 로니키 감독을 찾아가 인사하는 그레인키.
예의바른 사회공포증 환자랍니다.
마지막으로 올시즌 폭발한 그레인키의 타격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밀워키 시절에도 종종 장타를 보여주긴 했지만 사실 올시즌처럼 인상적은 타격 실력은 아니었습니다.
타격에 감각이 있어보이는 건 분명했지만 팀 동료인 가야르도에게 딱 묻힐 수준이었죠!
그랬던 그레인키가 다저스로 와서 타격에 완전히 눈을 뜬 건 아무래도...
이 분의 공이 큰 듯 ㅋㅋㅋ
맥과이어의 팬이었던 그레인키이기에, 맥과이어 코치의 가르침이 쏙쏙 들어오지 않겠어요?
그리고 올시즌 인터뷰에서 밝혔듯,
안타에 집착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타석에 서면 안타를 치기를 기대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하네요.
역시 타격에 눈을 뜨려면 마음을 비워야...
... 주제 없이 주절거리기만 했네요.
읽어보신 분들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암튼 그레인키 커리어 100승이 너무나 기뻐 잠시 정신줄 놓은 일개 덕후의 주절거림이라고 봐주세요 ㅋㅋ 아 글에서 냄새나는 것 같네요. 덕후냄새...
+) 그레인키와 와이프 사진.
이 커플 스토리는 제가 예전에 적었었는데,
고교시절 학교도서관에서 만나서 잉키가 열심히 들이대서 결국 결혼까지~ 라는 스토리랍니다.
가끔 에밀리가 그레인키가 운전하고 있으면, 그레인키에 대한 기사나 칼럼을 읽어주는 것 같더라구요.
부럽다..ㅠㅠ
마지막 사진은 핑크반바지 입고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잉키 ㅋㅋㅋ
옆에 있는 남자애는 그레인키 동생인 루크 그레인키.
역시 아부지가 지리선생님답네요. 세계지도가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