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적에는 우리 집에서 학교 담이 보였고 마치 관사처럼
시작종, 끝 종 울리는 것 까지 다 들렸답니다. 준비물을 깜빡 있고 안 가져올
때는 종종 학교 담을 넘으면서 저는 일찌감치 불법을 훈련하고 있었습니다.
학교 정문 앞에 문방구가 2개 있었는데 그중 장사가 더 잘되는 집이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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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행이네 문방구입니다. 궁금한 것은 왜 문방구는 홀어머니가 한답니까?
그 때는 문방구에 온갖 진귀한 것들이 많았는데 먹거리로는 10원짜리 ‘뽀빠이’랑
20원짜리 ‘자야’ 그리고 고무과자 정도 기억이 나고 장난감으로는 ‘우주소년
빠삐‘나 ’철인28호‘ , 네모 딱지, 꽃 구슬 같은 것이 절 호리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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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소년 아톰시리즈는 딱지부터 스티커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었습니다.
제가 이 무렵부터 만화책 본떠 그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깜짝 놀랄 만큼
똑같이 그렸다고 보는 사람들마다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일본의 마징가를 제치고
출시한 로봇 태권 V는 시골 소년의 마음에 상사병이 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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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치 아라치’는 우리들 누구라도 파란해골 13호의 바이브레이션 나는 웃음소리
개인기를 못하는 아이가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내 동생과 숨죽이면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췄던 그 때가 40년은 훌쩍 지났을 것입니다. 피터 팬 증후군을 앓다가
‘미나 문방구’ 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잘나가는 미녀 세무원의 일상에 도미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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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 사건사고. 믿었던 애인의 양다리, 청첩장, 물벼락에, 교통사고까지 결국
욱하는 성질에 사고를 쳤으니 2개월 정직은 당연지사, 추억이 방울방울 한 영화를
보았다고요. 물론, 나 홀로 집에서, 시나리오가 D대 학생 작 이라 그런지 복선이나
반전이 없이 평이 했는데 심심풀이 땅콩인데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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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멜로보다 느와르 보다 훨씬 재밌습니다.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골칫덩이 문방구를 떠맡게 되는데 세트가 퍽
낮이 익습니다. 혹, 울 딸내미 다녔던 삼광 초등학교 같기도 하고, 주인공 미나에게
아버지의 문방구는 상처뿐인 공간입니다. 미나는 하루 빨리 문방구를 팔아 치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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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 동네 아이들을 꾀어 재고품을 처분합니다. ‘문방구’가 요즘 10대에겐 익숙하지
않은 단어일지 모르지만 386세대에게는 추억의 공간입니다. 어린 시절, 문방구는
단순히 학용품을 사는 공간만이 아니라 오락실이기도 했고, 음식점이기도 했습니다.
각종 불량식품부터 번개 아톰 사진기, ‘쫀드기’, ‘달고나’ 등 없는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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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 책받침, 라면 땅, 군인놀이, 켄트지, 물감 그중에 그림 딱지는 뭐 하려고 돈 만 생기면
사재기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철인28호 필림은 인화지에서 나는 크레졸 냄새가 황홀할
지경입니다. 흐미 좋은그~ 저 국민 학교 댕길 때는 아예 용돈 이란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그림
딱지 보다는 종이 딱지치기가 더 열광했던 놀이였습니다. 엎어먹기와 커브 중에 커브는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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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입니다. 제가 선 공격을 했다하면 상대방 딱지가 바닥 날 때 까지 정사각형 금 밖으로
밀어 내버렸다는 것 아닙니까, 종이가 귀했던 시절 시멘트 포대는 최고의 재료였고 두꺼운
달력 종이나 잡지책을 가진 친구는 부러운 녀석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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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가 지나지도 않은 달력을 뜯고 새 공책을 찢어 딱지를 만들다가 된 통을 맞은
기억도 납니다. 주인공 미나 는 우리 주위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30대 여성입니다.
최 강호 교사 역의 봉 태규는 오락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엉뚱한 매력으로 아이들과
함께 영화의 웃음을 책임집니다. 문방구의 주요 고개인 어린 아이들의 연기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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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되지 않은 순박한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자녀들이 어머니와 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반면, 아버지와는 서먹할 수밖에 없는데 저희 집은 거꾸로 제가 두 아이
모두 바지 바람을 일으키며 딸내미들 지원군이 되어주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미나는 거리감을 느끼는 것을 넘어서 아버지를 미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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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의 아버지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다음 날에도 “학교 운동회 때문에 손님이 찾아
올 것”이라며 문방구 문을 연 열혈 주인입니다. 그렇기에 미나는 어린 시절 아빠를
독차지한 문방구를 싫어할 수밖에 없습니다. 추억의 문방구를 배경으로 유년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관객의 공감대를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영화는 미나와 아버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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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풀어가는 과정에선 신파에 치우친 점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아버지의 사연을
풀어내기 위해 아이들의 숨겨진 사연을 들려주는데, 갈등을 풀기 위해 너무 급작스럽게
눈물을 동원하는 느낌이듭니다.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결말을 향해 간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수채화 일러스트로 영화의 문을 연 “미나 문방구”는 수채화처럼 소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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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정서를 끝까지 유지합니다.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야기 때문에 결정적인
한 방이 없어서 아쉽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세상 살기 빡빡한 관객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삶의 여유를 찾고, 데면데면했던 부모님께 전화
한 통 걸게 만드는, 이런 착한 영화 한 편도 괜찮지 않겠는가?
2016.10.11..tue.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