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전투'의 패배로 궁지에 몰린 공명은 병사와 노약자 2천 명을 이끌고
군량 확보를 위해 ‘서성’이란 작은 성으로 입성하고, 이곳을 지나던 15
대군의 사마의는 공명의 매복을 의심한 채 조용히 돌아갑니다.
북벌이 실패하고 퇴각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조자룡의 모습이 나옵니다.
참고로 이미지 중 전투신이 단 한 컷도 없는 이유는, 소위 간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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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전투가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드라마 자체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한데, 초반에는 화려한 전투들이
그렇게나 많다가 조조 사후를 기점으로 전투신이 거의 등장하지 않아요.
북벌은 싸움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렇게도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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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심리묘사 위주로 표현한 것은 그 나름의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가령 조조와 조비와의 신경전을 다루는 시퀀스가 비교적 디테일하게 나옵니다.
그러나 조자룡은 처음에 '나이가 70이라는 이유'로 북벌에서 제외되었다가
퇴각 중에 단신으로 위나라 장수 세 명을 제압한 것은 상당히 유명한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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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만으로 넘긴 것은 너무도 아쉽네요. 실제로도 조자룡은 북벌에서
실수가 적고 전공이 많았다고 합니다. 더불어 삼국지가 종반을 넘어가면서
조자룡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인 한중 공방전도 빠져있습니다. 거기서
유비가 조자룡을 두고 '온몸이 담덩어리'라 평한 것 역시 유명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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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룡의 복귀가 늦어져 노심초사하는 공명의 모습과, 후한 포상을 내리지만
끝내 사양하는 조자룡의 깨끗한 모습은 빠트리지 않고 그렸습니다. 재미있는
것이 이 과정에서 조자룡에게 공명이 "아주 잘 했네"하고 중국 특유의 예법인
손을 모으고 목례하는 인사를 하는데, 동시에 조자룡도 인사를 하며 "승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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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데다 조자룡 역의 성우분이
조자룡의 나이든 목소리를 연기하고자 힘을 잔뜩 주어, 마치 한 사람이
연기하는 것 같아 성우분의 실수, 내지는 대본 오류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더불어 위연을 칭찬하며 비위를 맞춰주는 것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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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벌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된 마속의 사형 집행 때 보면 왕평을 제외한
모든 장수들이 반대했고 제갈량은 눈물을 흘렸는데 마속의 사형 집행관이
위연입니다. 마지막 길에 마속에게 술을 권하며 눈물까지 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속을 중용하지 마라'는 말은 유비 생전에 공명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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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말이어서 공명의 결단에 있어 영양을 받은 느낌도 있습니다.
실컷 잘 이겨놓고도 조예는 친인척, 곧 조휴와 조진의 말만 듣고(서성
에서 공성지계에 당한 의미없 는 퇴각) 사마의를 완전히 신용하지 못하자,
사마의가 황제인 조예의 바로 앞에서 '우 어어 어어'하는 신음을 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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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워하는 장면입니다. 조예는 주변의 이목을 생각하여 잠시 동안만
사마의에게서 병권을 회수하고 낙양성 내 저택을 마련해 줄 테니 쉬라고
하는데, 이것은 사실 자택연금입니다. 저택에 연금된 것을 알자 사마소는
분개하고, 아버지 사마의에게 역정을 내며 따지다가 따귀를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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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당황한 정주가 따귀를 맞은 사마소에게 다가가자 정주를 내치고,
아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정주를 챙기는 사마의의 모습이 살짝 부럽네요.
조예는 오나라를 칠 생각으로 돌을 굴리다가 조휴가 육손에게 사망하자,
기어코 사마의의 연금을 풀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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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주변 인물들이 북벌에 죄다 대패했으니 믿을 수가 있어야지.
사마의는 오나라를 칠 때가 아니라며 요충지인 '진창'에 장수를 배치하라고
간언합니다. 조예는 사마의로 하여금 다시 대도독의 자리에 앉아 진창으로
가주길 바라지만, 사마의는 건강이 좋지 않음을 문제 삼아 거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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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황궁을 오르는 과정부터 지팡이를 짚고 부축을 받지 않으면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건강상태가 악화되었는데, 아마도 처세를 위한 연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조예는 진창에 누구를 배치해야 좋을까 묻지만 사마의는 거드름을
피우며 아무 장수나 툭툭 내뱉어요. 아무래도 조예의 의중을 떠봄과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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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완전히 신뢰코자 만들게끔 하는 일종의 심리전이 아니었을지?
한참 후 이윽고 '학소'를 천거한다. 그러나 언급했다시피 기산이 아닌
진창을 예견한 것은 사실 조진이며 학소를 천거한 인물 역시 조진입니다.
한편 북벌에 실패한 공명은 스스로의 죄를 물어, 유선은 그를 우 장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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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하는 한편 승상의 업무를 그대로 도맡게 합니다. 바보 유선이 영명한
걸 보면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촉은 2차 북벌을 위해 계속
해서 국력을 쌓고 있었고, 훈련과 병권에 관한 일체를 위연에게 일임하며
관련한 보급을 모두 위연 위주로 챙겨주자, 이를 들은 위연의 아주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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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찢어집니다. 장완은 87회 에서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드라마만 놓고
볼 때 위연이나 사마의나 어떤 의미에선 비슷한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썼다가 버렸다를 반복하는 조예에게 사마의가 '엿같아서 못 해먹겠네'라는
마음을 품어도 별 도리가 없고, 위연 또한 제갈량과 묘하게 그런 입장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2022.12.15.thu.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