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덤프트럭의 두려운 추억
[골프타임즈=김영미 시인] 아버지의 자전거는 어린 나에게 극복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발끝이 겨우 페달에 닿을 나이쯤에,
친구들과의 놀이나 나무 그늘의 풍경도 반납하고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끌고 조심스레 골목길을 달리며 연습하다가가 약간의 자신감이 생기자 신작로로 향했다.
그 시절의 신작로는 거의 비포장 길이었다. 차들도 가끔씩 지나가곤 했는데,
어느 날 맞은편에서 덤프트럭이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왔다.
순간 중심을 잃은 나는 도로 옆 풀밭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자전거 바퀴는 하늘을 향해 돌고 넘어진 나는 다행히 약간의 찰과상만을 입었다.
그 덤프트럭은 한동안 꿈속에서 나를 향해 달려오곤 했다.
두려운 추억과 골목길에서의 일련의 사건들을 용인하고 싶지 않아선지,
자전거는 내 인생에서 한 번도 명마가 된 적은 없었다.
푸른 곡선/ 김영미
한겨울의 몽환을 빠져나와
바람에 편승했던 벚꽃이 진다
계절의 칠판을 벗어난 자전거 바퀴와
등 뒤로 빠르게 지나치던 풍경 속으로
꽃들의 분필가루가 흩어진다
거꾸러진 하늘과
이지러진 풀밭에서의 비릿한 통증
무모한 관성의 법칙에 의존해
들판으로 나온 돈키호테처럼
자신의 불균형을 벗어나기 위해
더 많은 바람과 곡선을 찾는다
때론 탈선을 두려워 않는 푸른 도전이
절망을 딛고 삶의 굴곡을 넘는 페달이 된다
세월에 벗겨진 녹슨 체인 줄에
고장 난 사월이 흔들린다
무시로 별이 박히던 망치소리를 딛고
내일은 망각의 기둥에 묶어둔 자전거에게
푸른 곡선과 풀밭을 가르쳐 줘야겠다
▼ 골프타임즈 가는 길
골프타임즈 모바일 사이트,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14회] 푸른 곡선 (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