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날개로 바꾸시는 요술장이 교육장님!!!
일일드라마“힘내요 미스터김”에 등장하는 인물 중,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휠체어를 이용하여 생활하는 회장댁 아들인 호경이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스스로 이렇게 말합니다.“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짐짝일 뿐이야”건강하던 사람이 사고를 당하거나, 번창하던 회사가 망하거나, 죽어라 공부를 오르지 않는 성적 때문에, 부모님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자녀들, 대인관계에서 오는 무력감, 퇴직 후 느끼는 소외감과 외로움 등,,,,, 세상을 살아오면서 누구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쓸모없는 짐짝’이라는 생각을 한 번 쯤은 했을 것입니다. 사실 인간의 존엄성보다 물질이 우선시되는 분위기가 만연한 사회일수록 이러한‘짐짝’의식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짐짝’의식은 정신 분열증이나, 자살 충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그저 매사에 거추장스럽기만 한 사람일지라도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얼마든지 자신을 필요로 하는 무수한 일거리들과 반겨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거의 날이면 날마다 술에 취해 퇴근하는 아버지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합니다.“난 가족들에게 별로 쓸모가 없어 언제 죽을지 모르니, 보험이나 많이 들어 놔야 겠네”그러자 친구의 말을 듣고 있던 한 친구가 다음과 같이 말을 합니다. “그런 말 하지마소, 자네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자네는 가족들과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충분히 가치가 있다네. 자네 다시는 죽는다는 소리 하지 마소.” 그렇습니다. 꼭 돈을 벌어 오고, 무슨 일을 해야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넉넉히 자기 몫을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콜롬버스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것은 잘 알면서도 자신 안에 크나큰 존재감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사람들의 존재감 속에는 이 세상을 밝게 비출 수 있는 꿈과 가능성 그리고 무수히 많은 등불들이 얼른 꺼내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상에 불필요하게‘짐짝’으로 태아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자신의 욕망과 탐욕에 노예가 되어 스스로 짐승만도 못한 행동으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간혹 있을 뿐입니다. 또한 세상에 불필요한 것은 없습니다. 혹 불필요한 것을 느끼거나 만났다면 그것은 필요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게 해 주려고 보낸 메시지일 것입니다. 우리들이 세상을 살아갈 때, 쓸모없는 것의 가치를 알아야 비로소 쓸모 있는 것을 논할 수 있습니다. 가령 선생님이 넓은 들판을 걸어간다고 해 보십시오. 들판이 아무리 넓어도 선생님에게 딱 필요한 땅은 발을 내 딛는 부분입니다. 그 외 나머지 부분의 땅은 직접 필요한 부분이 아닙니다. 그런데 선생님에게 필요 없는 땅이라 해서 발 딛는 부분 외의 땅을 모조리 다 파버린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렇게 되면 선생님은 아마도 까마득한 절벽 위에 발 딛는 부분만 겨우 남아 있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선생님이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부분만 남겨 놓으면 어찌 맘 놓고 넓은 들판을 제대로 걸어 갈 수가 있겠습니까? 이와 같이 직접 내가 발을 내 딛지 않는 땅도 실은 내가 걸어가기 위해서는 다 필요한 땅들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등에 짐을 살아갑니다. 정호승 시인은 '내 등의 짐'이라는 시에서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 미숙하게 살고 있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무게가 내 삶의 무게가 되어/ 그것을 감당하게 하였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를 성숙시킨/ 귀한 선물이었습니다'라고 노래했습니다. 짐이라고 하니까 낙타가 생각납니다. 1년 내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고 뜨거운 모래바람이 세차기 불어치는 고온의 고비사막에서 주인을 태우고, 또 주인의 필수품인 무거운 짐짝까지 가득 싣고 씩씩거리며 콧김을 내뿜으면서 사막을 힘들게 걷는 낙타의 모습을 보노라면 마음이 조금은 아프지만, 그래도 사람들을 위해 등에 짐을 지고 사는 것을 인내와 순응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낙타가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크든지, 작든지 모두가 등에 짐을 지지 살아갑니다. 등에 짐을 지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내 등의 짐이 무거울 땐 다른 사람이 좀 지고 갔으면 하고 바라지만, 내가 아플 때 누가 대신 아파 줄 수 없듯이 나에게 주어진 삶의 짐 또한 내가 짊어지고 갈 수 밖에 없으며, 무거워 벗어놓고 싶어도 살아 있는 동안은 벗어 놓을 수도 없는 끝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입니다.
아침 뉴스를 보니, 지난해 7월, 충남교육청 교육전문직 출제위원이었던 P씨가 시험문제 유출 사건과 관련되어 음독자살을 기도하여 11일 오전 끝내 숨졌다는 보도를 들으면서, 얼마나 짐이 무거웠으면 생을 마감했을까? 실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짐이 무거워도 존재를 무시하고, 생을 마감해도 좋을 만큼 무거운 짐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머리가 좋아 교육전문직에 선발되었을지라도, 생명의 고귀함과 존재의 위대함을 다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육의 출발은 아이들의 또래에 맞추어 생명의 존엄성과 자아정체감을 가르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저도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를 허락하신 분에게 감사하며 출근을 합니다. 늘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무슨 전화가 올까? 어느 분이 방문할까? 친절하게 맞이해야 할 텐데,,, 설레임과 미소로 소중한 하루를 열어갑니다. 이 뿐 아니라 사무실 내에 진솔함과 온화한 성품들을 소유한 장학사님들과 직원들이 있어서 의욕과 여유로 사무실의 분위기를 채워갑니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우리 주변에 서성거리는 무수히 많은‘짐짝’이라는 말과 그의 친구들‘좌절, 포기, 자살’까지 몽땅 싹싹 긁어모아 커다란 화물선에 싣고 저 멀리 태평양 한 가운데에다 버리고 오겠습니다.
지금까지 무겁게만 느꼈던 등의 짐은 더 이상‘짐’이 아니라 나를 존재케 하고, 희망을 찾아 비상하는‘날개’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교육장님!!!
오늘을 살 수 있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대한 축복입니다.
기온이 변덕스럽습니다. 운동 쉬지 마시고, 늘 즐겁게 지내십시오.
이강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