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길 있는 곳으로 가지 말고 길 없는 곳으로 가서 길을 만들어라.
인위적이고 편안한 길보다 자연이 만들고 바다가 만들고 달(月)이 만든길따라
드넓은 갯벌의 나라 서해안 땅끝 해남에서, 목포, 무안, 함평, 영광, 고창, 부안 군산, 서천, 보령, 홍성, 태안, 서산, 당진, 아산, 화성,
안성, 인천을 지나는 길에, 가장 아름다운 전남 무안 한 뼘 제방길과 충남 태안의 파도리를 제하고, 본다면 전북 부안군 변산면
채석강 주변이 그 뒤를 이을 것 같다.
금요일 저녁 해안팀 두 분 따라 부안의 왕포마을 인근에 도착하니 새벽 2시 무렵이다
걸음을 위해 길가 어디서든 잠을 좀 자야 할 것 같아 왕포마을 인근 식당옆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정자가 보여 자리 펴고
누워본다.
한겨울에는 비닐 렙으로 정자를 둘둘 말아 바람을 피했지만 4월 초봄날 차가운 마루바닥에 은박 돗자리 하나 깔고 누우니
몸은 따뜻한데 얼굴 위로는 차가운 바닷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니
자는둥 마는둥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보따리 정리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물때시간은 만조가 새벽 4시 30분이고 물이 모두 빠져나가는 간조시간 오전 10시 30분
달의 지배를 받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바다의 움직임을 곁에서 느껴보며
바닷물이 빠져나갈 무렵부터 지척으로 들어오는 시간까지 물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은 고작 7시간 내외
갈 수 있는데까지 물로부터 도망쳐야 보다 많이 볼 수 있는 해안길이다
달이 만든 밀물과 썰물의 움직임은 하루 두 번 왔다 갔다 하며 똑같은 모습을 결코 보여 주지는 않는다.
저 많지 물러나는 바다와 갯벌 바로 앞은 소요산과 선운산(경수산)이고 멀리 고부천 넘어 정읍의 입암산이나 방장산이 길게 늘어서 있다.
두 분은 서해안 시작인 해남 땅끝에서 무안, 함평, 영광, 고창, 부안, (군산?) 3분의 1 정도 지나는 지점에 서있고
그동안 무안에서 고창까지 갯벌을 지나왔기에 다소 위험한 구간이 있어
제가 군산까지 길안내 해주기로 했으니 오늘이 마지막 길안내가 될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 선답은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가본길을 가르쳐 주는 것이니 서해 갯벌의 아름다움과 그 길에 숨어있는
비경을 찾아가며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속살을 살펴보는 것을 주제로 해본다
달이 지구 주위를 돌면서 지구에 있는 바닷물을 당기게되어 간만의 차이가 생기는데
어찌 보면 달이 지구의 물을 잡고 있는것, 달이 없다면 바다의 흐름인 조수 간만의 차도 없을터...
밤새 물이 차지하고 있는곳은 어느새 땅이 드러나 있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이 와서 이건 "기름진 옥토(沃土)이니 헐값에 줄테니 사라"고 할 정도로 드넓은
땅이 펼쳐진다
축축한 땅위로 저와 깽님은 장화를 신고 왔지만 솜주먹님은 장화를 두고 와서 조금 걱정이 되는군요
가는 길에 장화 한 켤레 주워야 할 텐데 마을 앞 쓰레기 버리는 곳을 살펴보다가...
장화는 접지력이 아주 좋고 질퍽한 갯벌에 최적화되어 있어 우리가 암릉을 다닐 때 신는 그 어떤 릿지화보다 접지력이 좋다
갯벌과 갯바위 어느 곳이던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신발이니 꼭 기억해 두셨다가 갯벌로 갈 때 한번 신어 보시기 바랍니다.
바지락 껍데기를 담아 계단을 만든 곳을 오르며
왕포로부터 2km 정도 진행 후 바닷가에 버려진 장화를 주워 신고
뭐든 간절하게 바라면 이루어지나 봅니다.
주운 장화는 작아서 제가 신고 제가 신던 장화는 솜주먹이 신고 가는데
버려진 장화는 왜 버려졌는지.... 바닥에 구멍이 뚫려 물이 스며들더군요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대단하고
산에서 만나는 바위와는 질감이 다르기에 장화가 제격이다
장화는 이런 바위에 접지력이 어마무시할 정도로 잘 달라붙고
멀리 지나왔던 영광이나 고창 인근이 길게 보이고
달이 만들고 바다가 만들어 놓은곳에서
이곳의 터줏대감인 작은 고동
다슬기와 크기가 비슷하니 이 녀석들도 하루에 약 1리터 정도의 물을 맑은 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
해안길을 지날 때 일부러 잡아 먹으면 마음씨 고운 용왕님께 벌 받을 것 같다
물이 동해바다처럼 맑지만
바다는 바다가 허락한 공간만 인간이 사용한다.
그 외 지역은 절대적인 공간이라 탐해서는 안되고
변산 자락과 바위길
한여름이라면 가로질러 갈 만한 곳
고운 진흙의 뻘이라 많이 빠지는 곳이다.
작은 공룡알 같은 바위가 인상적이고
마치 그려놓은 듯
앰보싱 바위
티라노 닮은 녀석도 있고
돌아가기 귀찮으니 갯벌로 들어와
갯벌체험장으로 들어오는 나무테크길
어느 마을의 작은 슈퍼에 들어와
이 많은 게 공짜라면 믿으시겠습니까!
반찬도 내어 주시고
아주 맛나게 먹고 人心값으로 적당한 돈을 드리고 나옵니다.
모든게 공짜지만 인심값은 드려야겠죠
천지만물의 근원인 물
만물의 어머니이며 영원히 소멸되지 않은 물
고대 그리스에서도 물은 만물의 근원이라 했고 동향 철학에서도 우주만물의 시작은 물이라 했는데...
바다가 달에 이끌려 움직이며 내는 소리는 시원하고 짭조름한 맛처럼 느껴진다.
옹기종기 모인 고동
생사를 가르는 절망의 순간에 이렇게 모여든 것일까
살고자 하는 털끝 같던 희망이 모여 바위에 달라붙어 있는 것일까
모항 근처의 벼락바위
어느 바람 불던 날 벼락이 처서 쪼개졌다는 바위
나들이 나온 가족분들
물이 지나 간 자리에는 참기름을 발라놓은 듯 반짝이고
바지락 잡는다며 손에는 작은 삽이 하나씩 들려있다.
도심에서는 흙이나 모래 대신 콘크리트가 자리 잡았지만
바다가에는 흙이나 모래가 꼭 필요하니 이 바닷가에서 꼬마 아이가 뭐라도 한 마리 잡아 돌아갔으면...
길이란 남들이 뭐라 하던 성공하면 그 길을 따르게 되는데
애써 찾지 말고 가다 보면 그 길을 길이라 부른다.
서해안길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도로길도 좋겠지만 나무나 산에 가려있어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곳이 너무 많다.
경치를 보는 데 있어 도로길은 편하나 음지에 해당하고
거칠고 질퍽한 곳이 어쩌면 양지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자고로 목수(木手)란 연장이 많아야 하지만 바닷길에서는 장화 한 켤레면 충분하다.
해안길에는 편할것 같은 등산화나 운동화는 많이 불편한 길이고
조금 불편해도 장화가 진정 편안한 신발이다.
멀리 지나온 고창 방향
이 녀석들이 멀리 나가기 싫은지
지척에서 잡아먹을듯 출렁인다
바다나 갯벌과 싸워 이기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한다면 보다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해안길
한여름이라면 물에서 즐기며 걸을텐데 아쉬움도 있고
바위길이 거칠다고 나무테크길로 올라가시는 두 분
보고 싶은데로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본다면 갯바위로 가는게 맞죠
일루 내려와...
어느 바닷가를 지나며
나무는 죽은 녀석들이고
소금물을 먹고 자라는 나무는 맹그로브 나무가 대표적이지만
어느 누구의 작품인지 전나무 한쌍을 심어 놓았다.
거대한 암릉 아래를 지나며
모퉁이 돌면 어떤 지형이 이어질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은 어떨때는 마음속깊이 자리하는 공포와 대면할 때도 있다
하지만 가다 보면 알게 된다 그곳도 갈 수 있다는 걸
솜주먹님은 회사일로 전화기를 놓지 않고 뒤에서
싸우다가 도망치는 놈은 절대 죽지 않고
까칠한 해안길에 피하지 않는다면 아주 좋은 경치는 덤으로 구경할 수 있고
특이하게 생긴 바위
변산이니까 가능한 바위들이 아닌가 생각해 보고
거참 애매하네...
솔섬 앞으로 바지락 사냥 오신 관광객분들
딱 먹을 많큼만 잡아가시지
크던 작던 나오는 건 모두가 내 것이라며 바케스에 담아 가신다.
사진 찍는 분들이 많이 찾는다는 솔섬
솔섬 한 바퀴 돌아 나와
바다를 가로지르며
내가 걸어간 해안길이지만 그때는 물이 가득하여 멀리서 지켜보던 곳
누구나 이런 곳을 걷고 싶겠지만 결코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달과 바다가 허락하는 시간에만 가능한 곳
제 장화에는 물이 흥건한데
발아래로 바지락이 많지만 그건 우리 것이 아니기에
고운 입자의 진흙은 잘 빠지고
고운 입자의 모래는 단단하여 걷기에 좋고
육지로 돌아가면 너무나 멀고 바다를 가로지르면 거리를 많이 줄일 수 있어 좋고
조금 험해 보이지만 바다는 물이 빠진 만큼 허락해 준다
이제 바다가 다시 돌아올 무렵인가.
산이 비록 많은 걸 가졌다 하지만 결코 가질 수 없는 것도 있으니
잠시 육지처럼 보이던 곳에 바다가 밀려오니 결코 산의 일부이나 육지는 아닌듯하다.
출렁이는 파도를 지나...
드라마 촬영지
두 분께 시간이 없으니 5분간만 둘러보고 오라고
이후에는 물이 많이 들어와 있었고
위험한곳을 겨우 지나 채석강으로 갈수 있었다.
변산 채석강으로 가는 길에
시루떡을 포개 놓은듯한 곳
흙이지만 흙이 아니고
돌이지만 돌은 아니고
온통 하나의 바위로 이루어진 곳
딱딱한 바위길
모두가 하나인곳에 바닷물이 많이 들어와 있어
테프라포드 계단에 물이 들어찬 것 같아 마음이 급해지는데 두 분은 천하태평이고
겨우 겨우 물이 넘실거리는 계단으로 올라와서
10정도 늦었어도 다시 돌아갈뻔
채석강 방향
채석강으로 와서
채석강을 벗어나니 관광객들이 없어 조용하니 좋고
저도 한 장 담고
물이 어느정도 들어왔지만 아직은 해안길로 걸을만합니다.
수성당 아래 얼굴바위
어린 소년이 "바빠도 하늘 한 번 올려다보고 가라"며 말하는듯한 바위
얼굴 바위를 지나니 물이 많이 들어와 진행 불가
다시 빽!~
수성당의 유채꽃
수성당을 관리하시는 아주머니와 잠시 이야기 나누다가 일어서서
다시 바다로 내려와
특이하게 생긴 바위
깽이님
지나온 해안길에 햇살은 좋고
배는 고프고...
서해안길을 걷고자 한다면
이미 만들어 놓은 길 보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은 클 수 있지만
달과 바다가 만들어 놓은 해안길로 가보시면 전혀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해안으로는 물이 가득하여 부안에서 만들어 놓은 둘레길 따라
고무신 신고
해안길을 걸으며
저쪽 마을에서 점심 겸 저녁 먹고
다시 산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저는 이곳까지만...
인근에 주차해 둔 차로 해넘이 구경 갑니다.
두 사람은 찬바람을 맞아야겠지만...
서해안으로 해는 지고
두 분이 밤에 걷게 될 33km의 새만금
벌써 바람이 차가운데...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결국은 "나만 아니면 돼"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다시 나갈무렵
멀리 신시도와 무녀도인 듯 내일은 저곳에 좀 다녀와야 할 것 같다.
그동안 무안의 한 뼘 제방길과 태안의 파도리 코스는 조금만 조심한다면 아주 재미난 트레킹 코스가 될 것 같고
이번 구간은 딱 한 곳만 위험하지만 잠시 돌아가면 갈 수 있는 곳으로 경치가 좋고 걸을만한 곳이다.
山이 탐을 내고 달이 만든 서해안 영역은 언제나 새롭고 신비한 곳
그곳은 서해안 입니다.
첫댓글 얼굴바위 신기하네요.
유채꽃도 너무 멋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계의 봄의 정취와 일출과 일몰의 서정 아름답습니다
덕분에 눈 호강 합니다
장화신고 다니시느라 고생 많이하셨습니다
유채꽃밭이 멋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서해안 뻘에는 달달한
새발 낙지도 많았을텐데요 ㅡ쩝!
해안길은 드론 FPV 로 담으면 아주 멋질듯합니다
시속 140KM 로...
FPV 구입해서 실력좀 쌓이면 한번 담아보러....
형님도 드론한번 배워보십시요 해안길 이런곳은 드론으로 담으면 아주 멋집니다
센스형
드론1대드릴수있습니다..ㅎ
5월6일 망주봉 레펠및 드론촬영하러갑니다 드론전무가들도 초청했고요..
정보감사합니다
채석강 바위가 특이하고
수성당의 노란 유채꽃이 바다와 하늘과 대비 멋집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파도리 해안길은
아주 오래 35년전쯤 파도리 몽돌 해변에 텐트치고
일몰을 보며 최고의 하루을 지낸 기억이 있는곳
새삼 옛추억을 기억해 봅니다......
수고 하셨고요 잘보고 갑니다
서해안의 바닷가 길은 그 자체가 한폭의 그림이요 풍경이고 밀물과 썰물의 사이를 유유자적 즐기는 모습이 너무 좋네요. 즐겁고 재미난 풍경 즐감하였습니다.
이국적인 풍경 눈으로 보니 더 멋진 해안길입니다
만들어진 길이 아닌 만들어가는 해안길이기에
볼거리가 많은 그림같은 풍경이 참으로 아름다운
해안이네요 두분 델고 다닌다고 고생많았습니다^^
방장님^^
어제가 클럽 20주년인거 같은데..
맞는지 모르겠어요^^
암튼.. 오랜시간.. 선답자의 길을 걸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제야.. 알게되고..
이제야 뵙게되서..
아쉽기도 한데..
그래도 감사하고.. 너무 반갑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앞으로 가실 모든 걸음도 응원합니다^^
달님을 볼때마다 이제는 해안 갯벌이 함께 생각이 납니다.
달님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힘과 기운으로 이 지구의 자연을 움직이고 질서를 잡고 있잖아요.
아름다운 해안길의 선답자 방장님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이번구간도 마이마이 함께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머나먼길 다녀오셨네요^^
이쪽에서 서해안가는 차편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갯벌은 걷기도 힘들것 같은데 대리만족합니다^^
새만금직전바닷가에서 찍은 하트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