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는 전형적인 가을의 날씨다.
햇빛이 흐르는 나뭇잎에서 나뭇잎까지
서러운 핏줄은 통하여
아파트의 단풍나무들이 온통 붉은 색이다.
창문 앞 팥배나무는 금방이라도 붉은
울음을 떨어뜨릴 듯 가지를 낮게 드리운다.
이런 날이면 듣는 곡이 있다.
브람스 현악6중주 1번 제2악장이다.
현악6중주는 브람스로부터 시작하여
드보르자크, 차이코프스키, 쇤베르그와
스트라우스 등의 곡들이 있다.
브람스 이전에 보케리니나 독일의 슈포어
같은 일부 작곡가들이 비슷한 곡을 썼지만
현악 6중주가 빛을 보게 된 것은
브람스의 이 곡이 처음이었다.
6중주의 특징은 3조의 현악기들을 위한
곡으로 두 대의 바이올린, 두대의 비올라
그리고 두 대의 첼로가 사용되는데
현악4중주에 비올라와 첼로를 한 대씩
추가한 것이다.
저현 악기들을 보강함으로써 앙상불의 깊고
풍부한 선율은 새로운 대위법적 라인상에서
전체적인 탄탄한 음의 조화를 추구한다.
젊은 브람스는 현악4중주곡들을 섰지만
맘에 들지 않아 모두 파기하고
새로운 현악6중주에 도전하여 베토벤의
현악4중주에서 받는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나려 했던 것 같다.
그후 브람스는 10년에 걸쳐 각고 끝에 쓴
현악4중주가 나온지 4년 후에야
두번째 현악6중주를 작곡했다.
두 곡 모두 그의 젊은시절 작품들이지만
브람스의 걸작으로 꼽히며 그의 따뜻하고
겸손한 세레나데풍을 느낄수 있다.
제 2악장은 허스키한 비올라가 주제와
변주를 통해 우울하게 행진하는 헝가리풍의
슬픔을 연주하면서 단조로 어둡게 시작한다.
첫 변주는 두 대의 첼로가 밀물이 들어오듯
저음을 연주하면서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슈베르트를 연상시키는 것 같은
드라마적 긴장감을 점점 고조시킨다.
네 번째 변주가 찬송가처럼 따뜻하게 부풀어
오르고 다섯 번째 변주는 뮤직박스나
허디거디(손으로 돌려 연주하는 현악기)처럼
리드미컬한 비올라 솔로와 천상의
바이올린들이 공중에 떠서 들려오는 것 같다.
마지막 변주는 일종의 압축된 코다로서
도입부의 슬픔을 생생하게 환기시키는 것이
마치 슈베르트의 묘한 색채감 속에서
가느다란 희망을 두드리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https://youtu.be/4XXFsv2BB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