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1일
아침에 대장 ‘화’가 우리민지와 저거 딸 경민이를 데리고 포탈라 궁 입장권예매와 기차
역에 암표 팔러가고 재원이는 다시 공항에 표 사러 보냈다.
여기 라싸는 히말라야 산맥의 해발 3650M 이다.
고원지대에서는 약 이틀간은 적응시간을 가지고 움직이라고 교과서에 적혀있다 .
그래서 영어 못하고 도움 안 되는 친구 셋은 고지 적응훈련으로 내가 준비해 간 화투와
10원짜리 동전 46개로 갱핀을 줘 가며 화투를 친다. 훈련 중 간간이 손발이 저리고 머리
가 아프다고 들 한다.
파견조가 돌아왔다.
포탈라 궁 앞에서 예매줄을 서 있는데 여행사 직원들이 자기 차례가 되면 버스에 대기
중이던 자기네 손님들을 우루루 새치기 시켜서 하루천명 예매에 실패 했단다. 패키지
값이 비쌀 만하다.
역에 가서는 공안들이 있어 암표도 못 팔고 오는 길에 여관과 호텔마다 ‘기차표 팝니다'
를 붙이고 왔단다. 벌써 매진되어 있어 잘 하면 웃돈도 받을 수 있단다.
뱅기표를 여행사보다 좀 싸게 사려고 두시간 거리인 공항에 내 보낸 재원이는 고생한 끝에
여행사와 같은 가격에 표를 사왔다 . 그리고 여기선 안 되던 현금서비스를 받아왔다. 돈이
부족 했었는데 빚이라도 중국 돈을 보니 순간 맘이 넉넉해진다.
‘이왕 이리 된 거,우선은 즐겁게 지내자! 그리고 돌아가서 빚잔치 하는거야. 아자!’
오후에 첫 관광으로 티벳의 심장이라는 조캉사원으로 약 20분 걸어갔다.
넓은 광장에는 끝없는 노점상들과 한손에 마니차를 돌리고 한손엔 염주를 쥔 수많은
순례자들과 각종 얼굴색의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절 입구에 가니 많은 사람들이 강한
햇볕아래서 TV에서 보던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하려 했으나 자세히 보니
맨 돌바닥에 무릎을 깔방석과 몸을 쭉 뻗을 때 쉽게 미끄러지기 위한 양손 바닥에 야크
버터 칠한 판자가 있어야 절을 할 수 있다. 근처의 바닥 돌빼이가 모두 반질반질 하다.
오체투지 대신 사원 앞에 있는 황금원통의 마니차를 돌리며 기원문을 중얼거렸다.
“옴마니 팟메훔”
순수의 상태로 회귀한다는 우리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같은 의미의 기원문이다.
사원입장료가 70元이다. 너무 비싸 망설이다 우린 들어가고 친구 ‘화’ 가족은 밖에서
기다리겠단다.
엄청난 규모의 불상과 화려한 탕카(탱화), 버터양초의 야릇한 냄새, 그리고 순례자들이
내놓은 1각짜리 시주 돈이 불상 앞에 수북하게 넘쳐난다.
사원의 규모가 엄청나고 아름다운 제라늄 등 많은 꽃들이 자리하고 있는 절에서 좁은
나무계단 한 층을 오를 때 마다 숨이 가쁘고 답답하다. 몸은 여기가 고원지대임을 잊지
않는가 보다.
건물마다 옥상이 있어 경치를 조망하기에 좋아 우리의 기와 건물과 비교된다. 이곳은
착한 사람들만 간다는 하늘과 가까워서 그런지 산도 하늘도 구름도 유난히 맑고 아름다
운 것 같다.
절에서 한국 단체 관광팀을 만났다. 가이드 없이 왔다니 우리보고 용감하단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딱 우리다.
밖에서 비싸다고 절 껍데기만 본 화 가족에게 십원어치 만 얘기해줬다. ㅋ
얼마 전 그간 겁이나서 못하던 것을 1.5배 예뻐진다는 말에 꼬여 30년 숙원사업인 귀를
뚫고 나니 내 눈에는 귀걸이만 보인다. 근데 1.5배 예뻐진 사실을 나 말고는 아무도 모
르더라.
광장 노점상에서 에누리 잘하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100元을 15元에 사고 90元을 16元
으로 깍아 귀고리 등을 샀다. 여기 물건들은 거의 야크뼈와 옥과 산호 등 자연산들이 많은
것 같다.
건조한 날씨에다 햇볕이 너무 따가워 내 얼굴이 금방 상하는 것 같다.
물건구경하다 일행과 헤어져 딸 민지랑 둘이 집을 찾아가는데 골목이 비슷비슷하다.
거리엔 어린 아이들이 아랫도리가 터진 바지를 입고 고추를 내놓고 돌아다닌다. 우리의
얼마 전 모습이라 과거로 여행 온 듯하다. 풍족하겐 못 살지만 집집마다 예쁜 창문아래
제라늄 꽃화분들이 놓인 걸 보니 티벳인은 파리약을 칠 때도 파리에게 양해를 구하고
친다는 영락없이 착한 사람들이 맞는 것 같다. 먼 땅에 와 있지만 가까이서 보던 꽃들과
배롱나무, 다알리아들이 있어 친근하고 반갑다.
저녁에 라면이 지겨워 카페에 가서 옆 노랑머리가 먹는 음식을 시켜먹었다. 여기 음식은
다 짜다. 책에서 공부해 온 ‘칭자로스’를 아는 체하며 시켰더니 밥은 안주고 반찬만 주더라.
실패했다.
2000년도부터 배낭여행을 한 달씩 다니던 ‘화’는 식당에서 지꺼는 안 시키고 집에서 가져
온 빵과 우리가 남긴 음식을 함께 먹는다. 이젠 보는 우리도 자연스럽다. 지 말대로 거지
같이 살다 온다더니, 이번 여행은 우리덕분에 고급이란다.
밥을 먹고 나니 눈이 욱신거리고 아플 것 같아 일찍 솜이불을 덮고 잤다 . 제발 오늘 밤엔
천장에서 쥐들이 반상회를 안 하길 바라면서 남은 음식들을 빨래줄에 달아놓고 잠을
청했다.
첫댓글 히히 그래도 쥐는 무서븐가봐요^^ 자연으로 돌아가려면 자연이 되야죵~~~^^ 재밌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이번 모임에는 작품하나 내서 함께 공부하입시덩....
덕분에 여행 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