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일찍 도착해서 차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 갑자기 커다란 사진기를 든 분이 사진을 찍겠다고
하는데 안찍겠다고 버티다가 찍혔다. 독사진을 왜 사진을 찍는지 졸업식장도 아니고 이상했는데
나중에 4호차의 과장님이 온산 공장에 도착하면 찍은 사진들을 액자에 담아서 드린다고 하는
것이다. 미리 얘기를 해주셨으면 화사하게 웃으면서 자세를 취했을텐데 아쉬웠다. 가는 길이 이리
길줄은 예상을 못했다. 직지사에 도착해서 산길을 오르니 청량한 공기가 사람들을 맞는다. 비로소
오기를 잘했다는 안도감과 평화로움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부대표님이 사찰의 역사와 담겨진 의미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셔서 훈훈한 시간과 공간이 되었다.
사실 무슨 얘기를 하시는지 잘 들리지 않지만, 그 목소리의 톤이나 내내 머금고 계시는 인자한 미소가
마음을 흐뭇하게 해준다. 그냥 사람들 틈에 섞여서 사람들에게 열정을 다해서 뜻을 전달하려고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보는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한다. 부대표님의 표정을 보고 좋은 얘기를 많이 하시는구나
하면서 나는 어슬렁거리며 꽃도 찍고 나비도 찍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하나도 안찍혔다.
법당에 들어가서 삼배를 올리고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기도를 잠시 한다. 사찰을 둘러보며 느낀
인상은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인위적이지 않아서 좋았지만 오래도록 저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을지 우려됐다. 하산길에는 폭포소리가 나길래 반가운 마음에 동영상을 찍었다.
사찰에 있는 물은 언제나 마음을 정갈하게 해준다. 흐르는 물처럼 천천히 발길을 돌려 식당으로
향한다. 늦은 점심이라 그랬는지 밥이 맛있었다. 늦게 도착해서 방안으로 들어가니 우연히 4호차
한국제지의 오승훈과장님, 김한국주임님, 김지원실장님, 사진기자님까지 모두 모여서 식사를 했다.
남자분들이 밥 한그릇을 가지고 애를 쓴다. 나는 진작에 끝내고 떡을 먹으면서 아쉬움을 달래는데
반갑게도 김실장님이 밥을 더 달라고 해서 다행이었다. 과장님은 두 그릇을 말끔히 비우는 나를 보고
놀래서 "말씀을 하시죠~. 떡만 드시길래 안드실줄 알았더니 큰일날뻔 했습니다." 하면서 박장대소를
한다. 비건이라 우려를 했는데 다행히 먹을 수 있는 식단이었다.
모바일폰으로 찍었더니 사진들이 흔들려서 나와서 올릴게 마땅치 않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바닷가와
토함산의 일출을 기대하며 여행길에 나섰다. 그런데 온산 공장에 도착하니 놀랍게도 저녁 노을이 멋있게 맞아준다.
차에서 내리니 코를 스치는 바닷내음은 하늘의 노을과 함께 묘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한국제지 공장의 건물과
빨간 노을은 이상한 조화를 이루면서 바닷가에 우두커니 서있다. 하늘의 구름이 참 예쁘다. 마치 잘왔다고 기다
렸다고 환영이라도 하는듯이 깨알같은 웃음을 지으며 장엄한 광경을 눈앞에 펼쳐낸다.
액자에 곱게 담긴 사진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더 많이 찍을걸 하는 생각이 나올 정도로 잘 나왔다. 포토용지에
나온 색감도 좋고 사진기자분이 정말 사진을 잘 찍어줬다. 집에 와서 액자에 담긴 사진을 볼때마다 잘 찍었다는
생각과 그날의 여행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는다. 한국제지에 근무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모두 환한
웃음과 미소를 머금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 공장장님만 빼고. 너무 무섭다. 강의장에서 맨앞에 앉아서 표정을
바로 앞에서 보고 있었는데, 시종일관 함박웃음을 머금는 부대표님과 나란히 앉으셔서 더욱 대비가 됐다.
그래도 언제쯤 살짝 웃어주실까 계속 기다렸는데 웃어주지 않으셨다. 다음에는 못이기는척 살짝 웃어주세요~!
역시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이라는 말이 맞다. 포토용지에 사진들을 담아낼 궁리를 이리저리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