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의 천적… 한 마리가 하루에 유충 1000마리 잡아먹어요
미꾸라지
장마가 지나면 항상 모기가 기승이죠. 요즘 각 지자체에서는 하천이나 웅덩이에서 극성을 피우는 모기를 퇴치하고자 힘쓰고 있어요. 지역 보건소에서는 모기 유충을 없애기 위해 강에 미꾸라지〈사진〉를 몇 만 마리씩 풀기도 한답니다.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의 천적 미꾸라지를 활용하면 살충제를 쓸 때보다 환경오염이 덜해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잡아먹는 장구벌레가 하루 1000마리가 넘는대요. 장구벌레도 미꾸라지처럼 수심이 낮고 고여 있는 물에 많이 살거든요.
논이나 웅덩이, 연못 같은 곳에 사는 미꾸라지는 13년까지 살며 최대 30㎝까지 커요. 통통한 몸통이 장어랑 비슷하게 생겼지만 장어보다는 납작하지요. 통에 물을 넣고 채우면 거품이 일어나는 것도 장어와 닮았어요. 피부가 매끄럽고 몸이 장어처럼 둥글고 길어 좁은 곳도 몸을 틀어 빠져나갈 수 있어요. 힘차게 진흙 바닥도 뚫고 들어갈 수 있죠.
미꾸라지 피부는 황갈색이나 흑갈색이라 흙이 섞인 물바닥 색과 비슷해 새나 가물치의 공격을 피하기 좋아요. 미세한 비늘이 피부 속에 박혀 있고 피부샘에서 점액질이 나와요. 사람이 손으로 꼭 잡아도 용을 쓰고 몸을 비틀어 빠져나가요. 그 모습이 밉살스러워 요리조리 쏙쏙 빠져나가는 사람을 "미꾸라지 같다"고 말하기도 하죠.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강물을 흐린다"는 속담이 있지요. 못난 사람 하나가 온 사회를 어지럽힌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속담과 다르게 미꾸라지는 인간에게 도움을 많이 준답니다. 미꾸라지는 농작물을 뜯어 먹는 달팽이도 잘 먹어요. 예전에 논농사를 짓는 집에선 논에 미꾸라지를 키워서 먹거나 팔아 용돈 벌이를 하기도 했어요. 3~7월에 여러 번 알을 낳는데 한 번에 약 5만개까지도 낳기 때문에 잘 보살피면 수가 왕성하게 늘죠.
미꾸라지는 가을이면 '작은 장어'라고 할 정도로 통통하게 살이 올라 식용으로도 쓰입니다. 가을이 제철로, 추어(鰍魚)라고 부르기도 해요. 추어탕이나 튀김으로 많이들 먹지요. 식당에서 쓰이는 수요가 많다 보니 중국에서는 미꾸라지를 양식해 수출하기도 합니다.
미꾸라지는 가을이나 겨울이 되면 흙 속으로 파고들어 숨기도 합니다. 산소가 부족한 흙탕물이나 더러운 물에서도 잘 견뎌요. 입을 물 위로 내밀어 숨을 쉬기 때문이에요.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면 공기가 내장으로 들어가 산소가 피로 공급되죠. 날숨은 항문 쪽으로 나가요. 시장에서 물통에 미꾸라지를 수십 마리 담아놓은 것을 보면 우글거리며 하얗게 거품이 이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아가미로만 숨 쉬는 물고기는 그렇게 두면 죽지만 미꾸라지는 내장 호흡도 하기 때문에 살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