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장이 들어가지 않은 짜장면을 상상할 수 있을까? 짜장면의 '생명'은 춘장소스다. 까만 춘장을 채소 해물 돼지고기 등으로 볶아 만든 소스를 면 위에 뿌려 쓱쓱 비벼 먹는 게 짜장면 고유의 맛이다. 춘장은 짭조름하고 달콤한 소스를 면에 비벼 먹는 한국식 짜장면을 완성한 핵심이기도 하다.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춘장을 뺀 짜장면을 개발한 중식당이 있어 눈길을 끈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중식당 남풍은 춘장을 뺀 우리밀건강짜장면을 완성해 최근 출시했다. 전석수(43) 조리장이 '웰빙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부합해 짜장면도 건강식으로 바꿔보라'는 총지배인의 제안으로 건강짜장면을 개발했다. 한국 춘장에는 발암 등 유해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캐러멜색소가 들어가 있다. 이 때문에 '건강하지 못한 음식'이라는 인식에서 짜장면은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전 조리장은 "춘장을 넣지 않은 짜장면은 누구든 상상할 수 없는 개념이어서 시도가 어려워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춘장 대신 된장을 사용해 소스를 만들었다. 개발 과정에서 우리 된장의 짠맛을 줄이는 게 과제였다. 그래서 전통 된장과 개량된장(일명 왜된장)을 일정 비율로 섞고 여기에 설탕을 가미해 단맛을 냈다. 설탕이 단맛을 내는 것은 물론 짠맛과 매운맛을 잡아주는 역할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통 된장과 개량된장, 설탕을 섞어 기름에 해물, 돼지고기, 닭 육수 등을 넣어 살짝 볶아 짜장면 소스를 완성했다. 시커먼 색의 춘장과 달리 갈색의 된장은 오래 놔둘수록 탈색될 가능성이 높아 주문을 받는 대로 즉석에서 볶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된장 짜장면은 일반 춘장 짜장면과는 달리 짭조름하고 구수한 맛이 강하다. 된장 때문이다. 대신 개량된장과 설탕 때문인지 단맛이 짠맛과 적절히 조화한다. 해물이나 돼지고기, 양파 등 내용물은 일반 짜장면을 먹는 기분이 들게 하면서도 특유의 된장소스 때문에 전혀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느낌이다. 면의 밀도 수입 밀이 아닌 우리 밀을 사용해 건강식임을 더욱 강조했다.
전 조리장은 "중식에는 보통 튀기거나 춘장을 사용한 음식이 많아 트랜스지방을 배척하는 요즘 트렌드와 맞지 않는데, 소비자 선호도에 맞춰 찌거나 굽는 등 건강한 메뉴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중식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남풍은 건강짜장면을 별도 메뉴로는 판매하지 않고 코스 요리의 식사로 내놓고 있다. 손님이 원하면 일반 춘장 짜장면 가격으로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