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블랙해커의 천기누설
유체이탈 세계는 요한이네 집을 가는 날은 기쁨과 설렘의 날이었다.
그것은 요한이 어머니를 통해 대리만족의 어머니를 느끼는 까닭이었다.
하지만 부메랑 회장과 복권사업 설립의 까다로운 대화를 나누는 일은
몹시 머리가 아팠다.
6년 동안 전직해커 게헨나 라이언과 함께하며 그가 가진 컴퓨터에
잠입하여 정보를 탈취했고, 그가 사고 후유증으로 머리가 아픈
5분 동안 영혼이 가출하는 상태가 되면 영혼 속 정보까지 탈탈 털어낸
포식자였지만 그래도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은 무척 버거웠다.
세계는 게헨나 라이언의 보조였지만 6년은 정보보안 전문가로 성장했다.
보안 취약점을 연구하여 해킹 방어 전략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스승인 게헨나 라이언의 꿈인 부흥전자 본사에 입사 시키려고
그 정보를 주려고 했다.
하지만 게헨나 라이언은 여전히 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손 떨림이
호전되지 못해 본사로 들어가지 못하자 세계의 실망감은 너무나 컸다.
“내가 목적을 잃었다. 이젠 무얼 하지?”
그 상실감이 꽤나 길어졌다.
그러나 그걸 탈출하는 방법도 잃었다.
무기력증은 그냥 순수 보안 전문가인 ‘화이트 해커’로 머물렀다.
이럴 때 이성이 올바르지 못한 사람들은 돌파구를 찾으려고
악의적인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침입하여
열람 변조 파괴를 일삼는 ‘블랙 해커’(크래커) 가 되었다.
하지만, 세계는 꿈속에서도 나쁜 일을 생각하면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몹시 후회를 하는 착한 천성을 지녔다.
아직 30세 이전의 건전한 공상 소설작가는 아버지의 선하심과,
새로남 교회 정도진 목사님의 얼굴이 떠오르는 종교적 신앙 양심
때문에 블랙 해커의 길로 접어들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떤가.
대한민국의 총체적 난제로 어려워지는 부흥 그룹을 살리려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부메랑 회장을 소개하는 친구,
요한이를 만나는 날부터 인생 역전의 연속이었지만
그 이전부터 였다 고 해도 틀린 말은 전혀 아니다.
달동네 공상가가 상상으로 던졌던 말들이 현실화가 되어
부메랑 회장은 복권 사업에 발을 들여 놓아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못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돌변할지도 모르는, 선과 악이 공존하며 넘나들며
하고자하는 일을 거리낌 없이 실행하는
‘그레이 해커’가 되어갔다.
유체이탈자 세계는 일을 마치면 사랑 샘 병원에 혼수상태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부메랑 회장을 만나 복권사업구상을 현실로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하니 영혼이라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신의 컴퓨터가 있는 봉천동 산 88번지 달동네 집으로 가야 했다.
한 가지 힘을 얻는 기쁨. 어느 사이에 마음 깊은 곳에
가상의 내 어머니로 자리 잡은 요한이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그 생각. 그 설렘이 날마다 컴퓨터 앞에 앉게 했다.
세계는 복권 추첨기 정보를 보려고 그레이 해커에서
‘블랙해커’로 변신했다.
외국의 복권 추첨과 모든 정보들을 상황들을 샅샅이 파헤쳤다.
공상가의 상상을 현실로 접목하려면 미국의 MAS 사의 복권 추첨기의
컴퓨터 속내를 들여다보아야 했다.
세계는 유체 이탈을 시작했다.
그곳으로 가기위한 상상의 시작. 사전 초입의 말을 시작했다.
“미국. 전자 산업 협회.......”
언어가 방언처럼 터졌다.
“Electronic Industries Alliance, EIA”
“본부.”
본부를 부르자 ‘버지니아 주 앨링톤’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회원 기업으로 전자부품 생산부터 항공, 군사, 산업과
복합 시스템 메이커까지 갖춘 300여개 회사가 장관으로 펼쳐졌다.
“와우~”
유체 이탈자는 MAS 사의 복권 추첨기의 컴퓨터 속내를
요술램프 지니가 되어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아하~바로 이거야 됐어 하하하하.”
석 달 후.
긴 기다림 끝에 미국에서 추첨기가 도착했다.
부메랑 회장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세계를 부흥전자 본사로 호출했다.
“오늘은 우리 아이켄 복권 사업의 본격시작이다.
추첨 기를 점검(?)하고 날짜를 잡아 NDS 방송국에 가서
추첨 기를 설치하고 와야 하겠는데?”
사실 점검이라는 말은 복권 추첨기 조작이라는 말이었다.
“예, 그럼 오늘 추첨기에 제 컴퓨터와 동일하게 추첨 프로그램
파일을 깔고 ‘컴박 님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그래 실수 없이 완벽하게 준비 하라고. 미스터 신을 믿네.”
“예.”
며칠 후. NDS 방송국에 도착했다.
세계의 주도하에 추첨기를 방송국 관계자에게 설명하고
실험을 여러 차례를 했다.
“추첨기 작동을 위해서 컴퓨터를 켜면 숫자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10에서 0에 도착하면 반드시 ‘추첨시작’이라는 글이
뜹니다. 그때 클릭을 해야 추첨기가 작동을 합니다.
각각 7개의 버튼을 추첨자가 누르면 번호가 뜨게 되지요.
클릭, 보세요.”
숫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7번에서 멈추었지요? 이렇게 하는 겁니다.”
‘추첨 시작’을 누르는 순간 세계의 컴퓨터와 동일하게 설치된 파일이
작동하고 세계가 비밀의 사무실에서 조합한 1등 당첨 숫자는
한 달 후부터 실행 하도록 되어 있었다.
컴박과 방송국 관계자 그리고 사행산업 감독위원등이 번갈아 추첨기와
연결된 버튼을 누르자 작동하는 숫자를 보며 오작동이 없는지
여러 차례를 확인을 하고 모두 만족감을 나타냈다.
드디어 국무 총리실과 사행산업통합 감독위원회 로부터
‘아이켄 희망복권’사업이 인가를 받았다.
15층 꼭대기에 세계의 비밀아지트도 생겼다.
세계는 옥상에서 내려 보는 전경이 달동네와 사뭇 달라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달동네 여름,
풍접초에 내려앉은 분홍 하양 꽃나비가 쉬었다가 날아가듯
훨훨 날아보고 싶었다. 아니 스파이더맨처럼 이 건물 저 옥상에
날아가 보고 싶었다.
몸이 붕붕 떠서 ‘투사를 위한 코스’라 불리는 ‘파쿠르’를 하고 싶은
마음이 충동질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무협지에서 튀어나와 일진들을 향해 돌진했다가 몰매를 맞았던
일이 떠올라 공상은 공상 일뿐이라며 슬며시 창문을 닫았다.
‘내가 얼마나 이곳에 살지 모르지만 나는 오늘부터 ‘블랙 해커’다.
하루살이 같이 짧은 블랙 해커가 될지 몰라도 나는 추첨기에
크랙을 거는 크래커다.’
‘아이켄 희망복권’ 판매가 시작되자 사람들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죽은 정치와 몰락한 경제가 희망복권을 살렸다.
호기심과 터지는 반응은 생각보다 크고 놀라워 부메랑 회장은
파안대소가 터져 나왔다.
“파 하하하....아이켄 복권이 이렇게 친숙하게 다가오다니,
여론도 사행성이니 뭐니 그런 말도 없고. 파 하하하하.....”
첫 추첨 생방송 현장엔 경찰과 7명의 유명 출연자들이 자리에 앉았다.
진행자가 추첨 시작을 누르자 텔레비전에 자막이 보이고
방송을 시작하고 무사히 끝이 났다.
세계는 사무실에서 집계 모니터를 살폈다.
첫 1등 당첨자는 총10명으로 세금을 제외하고 10억2천 5백만 원씩
배당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미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좀더....”
2회 차 복권은 10억이라는 입소문을 타자 껑충 2배로 팔렸다.
당첨자는15명으로 당첨금은 18억. 3,4회는 무려 10배가 넘는
판매를 보였다. 세계는 4회 차까지 모든 것을 꼼꼼하게 살폈다.
드디어 부메랑 회장과 약속한 한 달인 5회 차가 되었다.
월요일 초반부터 광풍이 일기 시작했다.
판매소에 줄을 서는 사람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토요일 오후는 가장 피크였다.
마감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세계는 30분전까지 모든 판매 복권을 살피며 눈도 깜빡이지 못했다.
1등 당첨의 6자리 숫자 가 가장 적은 번호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많은 판매로 삼손의 진가를 발휘하는
손가락이 멈추지를 못했다.
“타타타타 탁. 타타타.타타타타탁.......”
하지만 마감 시간 전까지도 정해둔 1등 당첨 번호는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당첨금이 이월 누적이 될 형편이었다.
“이월로 가면 당첨금은 100억을 도달할 텐데 1등 없이
광풍을 불도록 할까?”
고민을 하던 세계가 부메랑 회장에게 황급히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오 미스터 신. 난 집에 있는데?”
“그럼 복권을 살 확실한 사람을 섭외해 두셨어요.”
“그래. 연락만 하면 되지.”
“아,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듣고만 계십시오.”
“어? 무슨 문제?”
“지금까지 살펴본 결과 1등 당첨이 없습니다.
이월 누적되면 다음 당첨액수가 100억으로 예상 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당첨자가 누군지를 알려고 할 겁니다.”
“그런데?”
“그러니 보안을 위해서는 다른 회 차처럼 평범하게 몰아가야
될 것 같습니다. 이번 회 차에는 1등을 5~10명 정도로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지금2명이 같은 번호를 썼습니다.
이젠 번호를 바꿀 수도 없으니 빨리 차명계좌 3명에게 숫자를
보내십시오.”
“그래 알았네.”
“번호는 7,13,24,29,37,44 입니다. 5분전까지 구매하셔야 합니다.”
“알았네. 빨리 끊게.”
부메랑 회장은 비자금 관리창고가 고무풍선처럼 늘어날
생각을 하니 숨이 턱 막혀왔다.
그리고 구입번호를 알리려고 핸드폰을 살피는데 문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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