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23일(금)
새벽에 일어나서 여행기를 작성하다. 여행후 이렇게 오랫동안 인터넷을 접속하지 않는 것도 드문 일이다. 상하이에서도 왕빠(피씨방)를 찾기 어려웠고, 항저우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오늘은 찾아봐야겠다.
여섯 시 조금 지난 새벽에 다시 폭죽을 터뜨린다. 춘절 기간 동안 시도 때도 없이 폭죽 소리가 난다.

아침을 먹기 위해 동네 한 바퀴를 돈다. 항저우 역 방향으로 걸어가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 건국남로(建國南路) 쪽은 옛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전깃줄에도 빨래가 주렁 주렁 널려 있다. 팬티와 속옷과 더불어 생선이랑 고기도 함께 말리고 있다. 과일 가게에서 귤을 사다. 무게를 근(斤)으로 표시하여 불편하다.
저게 정확하게 몇 그램(g)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킬로그램(kg)으로 표시하면 좋겠다. 훠거(火鍋) 식당이 보인다. 저녁에 와서 먹기로 하고 결국 한국식당 <부산향(釜山香)>에서 김치찌개 1인분으로 아침을 먹는다.

공기밥만 두 개 추가를 시켰다. 한글로 된 <좋은아침>과 <행복한생활> 정보잡지를 훑어본다. 중국에서는 출판 허가 없이 정보지를 만드는 데 제약이 있는가. <좋은아침>은 허가를 받고 출판 등록한 잡지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침을 먹고 좀더 걷다보니 마침 801번 버스 종점인 후쉐옌(胡雪岩, 호설암) 옛집(故居) 이다. 호설암이 누군지 기억에 없다. 나중에 돌아와서 찾아보니 청 나라 대상인이다. 호설암이라는 소설도 출간되었다. 관심이 없으면 지나치게 마련이다. 버스를 타고 시내 투어를 한다. 이 버스에는 차장이 없이 승차하면서 돈을 넣어야 한다.

1 위안을 내고 서호(西湖) 옆까지 가서 항저우 북쪽으로 간다. 종점에 내렸다. 시간도 그리 많이 걸리지 않는다. 801번 종점 가까이에 K45 버스 종점이기도 한다. K 가 붙어 있는 것은 에어컨(공조, 空調) 버스로 요금이 두 배다.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 겨울에는 요금이 내려야 하는 건 아닌지. 하긴 다른 물가에 비해 중국 버스 요금은 무척 싸서 버스로 이동하면 경비를 많이 절약할 수 있다.
K 표시가 없는 일반 버스가 오기를 기다릴 겸, 마침 발견한 왕빠(피씨방)에 들어간다.
전깃불을 켜지 않아 무척 컴컴하다. 10 위안을 내면 카드를 주고 사용한 만큼 나중에 공제하고 돌려주는 방식이다. 한 시간에 3 위안 구역이 있고, 2 위안 구역이 있다. 아마도 LCD 모니터로 장착된 속도가 빠른 쪽은 요금을 더 받는 모양이다. 한 시간 가량 접속하여 간단히 메일과 카페 일을 처리하다. 속도는 동남아시아 속도와 비슷하다.
창반씨앙(長板巷) 종점에서 K45 버스에 올라탔다. 이 버스는 좌석이 서로 마주보게 된 부분이 있다. 찬이와 마주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 찬이 옆에 앉은 노인이 찬이에게 조선말로 말을 건넨다. 그러다보니 노인과 인사를 하게 되었다. 임(林) 선생은 선친 고향이 영천인데, 만주 심양에서 태어나 오래 살다가 십여 년 전에 아들과 함께 항저우로 와서 살고 있다고 한다. 원래 식물연구원이지만 지금은 은퇴하고 살기 좋은 이곳에서 손녀를 돌보는 재미와 매일 서호(西湖) 구경하는 낙으로 살고 있다. 오늘도 서호에 나가서 미나리도 뜯을 참이라고 한다. 미나리를 뜯는다는 소리가 참 생소하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노인의 말속에 식물에 관련된 내용이 종종 등장한다. 서호 주변 산에서 고사리도 많이 난다는 것이며, 수양버드나무가 잎사귀가 떨어지기 전에 벌써 새싹이 돋아나는 이상 난동에 대한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예전에는 서호에 살얼음이 얼 정도로 겨울에는 추웠는데 올 겨울은 너무 따뜻하다고 한다.
서호에서 내려, 노인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잠시 함께 걸어간다. 따님은 북경에 거주하고 둘째 아들은 대구에 있다고 한다. 책을 많이 읽고 여행을 많이 해서 세계 정세와 여러 가지 면에서 박식해 보인다. 좀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우리는 배를 타고 서호 유람을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8년 전 여행에서도 백제(白堤) 산책 중에 조선족 노인을 만난 기억이 난다. 만주 지방에 살던 조선족들이 이제는 중국 각지 특히 상하이와 항저우 등지로 많이 이주해온 것이다.

45 위안을 주고 유람선를 탔다. 정원을 잘 지키기에 줄을 서지 않으면 바로 타지 못한다. 호심정(湖心亭)에 먼저 내린다. 작은 섬이라 볼 것은 크게 없다. 다시 배를 타고 삼담인월로 향한다. 갑판에 앉았더니 아직은 강바람이 차갑다.
삼담인월은 생각보다는 멋있다.

사진을 찍을 곳도 많이 만들어 놓았다. 역시 갓 피어나기 시작한 수양버들이 멋진 배경을 이룬다.

이곳에서 군것질을 하다. 그런데 가격이 비싸다.

미리 먹을 것을 싸들고 가는 게 좋겠다. 한글 표지판 틀린 것이 또 눈에 거슬린다. 삼담인월(三潭印月)을 ‘삼단인월’로 표시하고 한방대다실(안씨안팡타이, 閑放臺茶室)을 ‘휴방대다방’이라 잘못 적고 있다. 게다가 ‘구사석’이라고 적으면 무슨 뜻인지 누가 알까? 구사석(九獅石)은 ‘아홉 마리 사자 바위’로 표현하든가 ‘아홉 사자 바위’로 나타내야 한다.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친절을 베풀려는 의도는 좋으나 전혀 우리말 같지 않는 표현으로 우리말 파괴, 나아가서는 중국발 국적불명 신조어는 사양하고 싶다.
* 여행 기간 : 2007년 2월 20일(화)-2007년 2월 27(화) 7박 8일
* 여행 장소 : 인천-중국(상하이-항저우-쑤저우-상하이)-인천
* 누구랑 : 연오랑 세오녀 찬이(만 11세) 가족
* 환전 : 1 위안=121원
* 연오랑의 다른 여행기는 앙코르사람들과의 만남http://cafe.daum.net/meetangkor 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첫댓글 폭죽을 백주대낮부터 터트리나보네요~ 폭죽의 이쁜 불빛을 봐야하지 않나?
LAST SPRING , I WAS THERE T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