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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내게 / 山下
별빛 초조한 달 그림자 용쓰던 희망이 비틀거린다.
때론, 넉넉한 마음인양 작은 가슴 숨기며 외진 성벽에서 날 바람 맞으니 왜 그렇게 매운지.
물은 웅덩이를 다 채워야 앞으로 나아가고 마음은 비워야 되 살아 난다지만 언제나 못다한 가슴을 안고 라르고 렌토 아다지오 안단테 인생은 느리고 느린 긴 교향곡 날쌔지 못하여 허방만 짚는구나
흔들지 마라 시험하지 마라 인간은 다 절벽 끝에 서면 매달리는 절규 마침내, 잠재우지 못하는 고독을 안고 길을 묻는 내게 봄은, 포옹하며 속삭인다
인내하라 인내하라 그리고, 사랑하라.
이사도라 / 山下
바람난 잠은 자꾸만 담을 넘어간다
달빛이 눈을 감고 음악을 들을 때 그녀도 실패한 사랑의 이름을 불러보았을까
젊은 날의 독백 같은 연주 곡 발광의 유연체가 나를 가두리 한다
영혼의 향기를 남긴 몸 짓 이루지 못할 첫 입술은 피아노 건반 위에 별빛 부스러기로 흩어지고
모두를 사면해 줄 수 있을 불멸의 용기 한 줄기 움켜 쥔 빛은 백조의 꿈으로 헤엄쳐 오는구나
남의 사랑을 내 사랑으로 포갤 수 있는 차오르는 행복, 허기진 마음을 잠재우는 멜로디, 오 낭낭 걸린 그리움이여.
천리향 꽃 / 山下
천리 길 풀어놓은 향기에 달빛마저 울어버린 허공
전설 같은 추억 안고 상서로운 서향 달콤한 꿈길로 달려왔구나
자수정 꽃망울 고이 부풀어 유혹으로 그윽한 서글픈 눈동자
다들, 자랑하듯 크고 작은 열매 맺는 것이 생일진대
어이하여 창가에 사랑하나 불러놓고 마음만 허허롭게 흔들고 있는가
그래, 바람이 스산한 오늘밤은 정녕, 문을 열지 말았어야 했나 보다.
봄은 네게, 이사도라, 천리향 꽃 교수님 시평
봉균이 보게.
인터넷을 통해 보내온 서신과 근작 시 들 잘 읽고 감상하였네.
일취월장(日就月將) 괄목상대(刮目相對 ) 詩文(시문)이 발전하고 있어 주경야독(晝耕夜讀), 그 옛 경지 그대로 낮에는 생업에 충실하고 남은 여가에 갈고 닦은 詩道(시도)의 연마, 가위 칭찬하고 남을 만한 수양의 길이 아닌가 여기네.
나 역시 평생토록 교단을 지키며 교육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학문의 길을 걸었고 그 절반의 시간을 아끼고 밤 잠을 줄여가며 詩道(시도)에 정진하였네. “사람이 곧 글”이란 말이 있듯이 작품은 그 사람의 전 생명을 투자하여 이룩한 결과물이라 할 것이네. 밀턴이 말 했듯이 후세에 전범이 되는 古典(고전)은 ‘자신의 생명의 고혈(피땀)을 香藥(향약)으로 처리하여 보존한 것’으로서 생명을 넘어 생명으로 길이 전하여질 불후의 명작이 된다고 하였네. 그러한 명작을 얻기 위하여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자신의 분신인 노작으로 승화시킨 것이라 생각하네. 그러기 위해선 타고난 재능이나 창의력에 99 %의 노력이 모여야 비로소 천재의 소산이 될 것이네. 이 말은 발명왕 에디슨의 말로서 그는 “천재란 1 %의 영감에 99 %의 노력을 기울여 그 뜻(작품이나 학문적 진리)을 이룬다 하였네. 이만한 각오가 없다면 그 경지에 큰 뜻을 이룬다 하겠는가.
男兒立志出鄕關 (남아입지출향관), 學若不成死不還 (학약불성사불환) 남아가 뜻을 품고 고향을 떠나, 만약 그 진리를 깨치지 못한다면 죽어 돌아오지 않으리라고 다짐하였고. 법인성백귀무십 (法人成百歸無十) 이러니 후자안지전자난 (後者安知前者難)이리요, 노원벽천유냉결 (路遠碧天唯冷結) 인데 사하차일역파탄 (沙河遮日力波탄) 이러구나 , 학문의 길(진리 탐구) 걸어간 자 백이면 성취하고 돌아온 자 열도 안 되나니, 후세인들 어찌 앞서간 자의 그 고난의 길 알 수 있으리요. 아득하게 먼 길 푸른 하늘 아래 차가움만 스미는데, 사하에 해는 저물어 고달픔에 지친 구도자의 모습이여. 이 글은 신라 시대의 법승 慧超(혜초) ( 왕오천축국전 : 인도 (천축국)까지 걸어서 진리 탐구의 길을 다녀옴,
이상에서 예시한 바와 같이 학문이나 진리탐구의 길은 전 생명을 담보로 싸우고 연마한 결과물임을, 입증하고 남을 것이네. 남이 이룬 것 보기는 쉬워도 몸소 그 길을 걸어보면 한 편의 작품을 위하여 밤을 새운다는 것 그 의미가 무엇인지 이미 경험하고 남았을 것이네. 편지 하나 남의 작품 한편 소흘 하지 않고 그 뜻을 헤아려 切磋琢磨(절차탁마)하는 흔적 역력하니 대견하고 기쁘기 그지없네.
힘들여 문단에 발을 딛고 보면 겨우 한 계단 발을 올려 놓은 것, 저 목표지점까지는 많은 땀을 요구하는데, 문득 공백이나 절벽이 나타나 초조한 마음 어쩌지 못한 때도 있으리라 여기네.
詩想(시상)이 떠 오르면 그 것을 심중에서 충분히 숙성시켜 그것을 문장으로 옮겨야 좋은 작품이 될 것이네. 비유컨대 봉숭아 꽃 열매가 다 익으면 절로 터져나오 듯 성숙한 생각이라야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된다 하겠네. 성급하게 쓰면 그것은 시가 아니요, 비슷한 것이 되고 말 것이네. 그러하니 많이 생각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사물을 관조 하여야 진리( 詩라는 실체)를 언어로써 형상화 할 수 있는 있을 것이네
봄은 네게, 이사도라, 천리향 꽃 . 세 작품모두 기록면( 소재, 제재, 주제) 과 예술 면 (정서적 표현, 언어의 탁마, 시적 아름다움등)이 균형을 이루어 시적 정의 본질과 속성에 부합된다 평할 수 있네.
자신이 전범으로 삼고자 하는 시(고전이나 자극을 받은 남의 시 )에서 모티브를 가져다가 그보다 한층 더 나아간다면 모방이나 표절(훔치기)이 아니라, 영향관계, 창조적 확산으로 보아야 할 것이네.
Parody 수법은 표현법의 한 갈래로서 전인의 작품에 기탁하여 그 발상이나 동기가 주어져도 작자의 지향점에 따라 그 의도가 달라지기도 하니 이는 모방의 경지가 아니라 창조의 경지라 할 것이네.
때론, 넉넉한 마음인 양 / 작은 가슴 숨기며 / 외진 성벽에서 / 날 바람 맞으니 왜 그렇게 매운지, 쉽게 터득한 경지가 아니라고 여겨지네, 흔들지 마라, 시험하지 마라 / 인간은 다 / 절벽 끝에 서면 매달리는 절규. / 마침내, / 잠 재우지 못하는 고독을 안고 / 길을 묻는 내게, / 봄은/ 포옹하며 속삭인다// 인내하라 인내하라 그리고, 사랑하라 .
진리를 깨치려 구도자의 길을 가려 절벽 앞에서 고심하는 그 곡진한 마음이 언어 하나하나에 응결 되어 있음을 보네. 사랑, 쉬운 말이지만 겪어 본다면 얼마나 어려운가는 잘 알 터, ‘하룻밤 울어 새우지 않은 사람하고는 사랑을 이야기 하지 말라’ 는 괴테의 말은 너무도 낭만적일지 모르네. 사랑, 평생 낫지 못할 지병 같은 것이라면 이해가 될까. 사랑이라는 병은 낫기 보다 지니고 사는 병이라면 어떨지.
‘이사도라’에서 열병 같은 그 사랑이 쇼팽의 야상곡으로 정화되는 묘미도 느껴지네. ‘시는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감정이 아닙니다. 시는 감정이 아니라 경험입니다.’ 이 말은 릴케의 에세이적 소설 자전적 체험기인 “말테의 수기”에 있는 말이네. 감정과 경험의 내면적 의미를 곰곰히 생각한다면 시란 단순한 감상 나부랭이를 옮겨놓는 푸념은 아니라는 것이네.
봉균이 금번 3 편의 작품은 자연 발상적 감상의 시에서 한 단계 올라간 연마의 시, 탁마의 시, 누에가 뽕을 먹어도 명주실을 내놓은 것과 같은 경지가 아닌가 여기네.
수양의 경지를 지나 格物致知(격물치지) [사물의 이치를 깊이 연구하여 궁극에 다다름]에 이르듯 사물을 깊이 관조하여 어느 경지에 다다르면 시가 보이기 시작한다고 하네 . 이제 정군도 그런 눈 ( 시가 보이는 안목 )을 가지게 된 것이라 여겨지네.
더 많이 읽고 남의 사랑을 자기 사랑으로 이해하듯 무수한 남의 경험(저술)을 취하여 자신의 내면을 꼭꼭 채워야 할 것이네. 그럼 새봄을 맞이하여 더욱 더 심신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이 길 기원하네.
2008, 2, 27 일 광주에서 문병란 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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