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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가칠봉 산행기
청산(靑山)에 유수(流水)로다.청산에 내린 빗물 나뭇잎 적시고 방울 방울의 물방울은 모여 계곡을 타고 내리니
유수는 물길따라 절로절로 흐르고, 숲 또한 푸르러 절로절로 한가롭다. 울울 창창한 숲속에 별빛 내리는 밤이면
천적없는 멧돼지 무리지어 정적을 깰 뿐, 인적 없는 산 숲은 바람도 멎어 요요하다. 주인없는 산마루 땅엔 각종의
교목과 관목들이 다툼없이 공생하고, 온갖 기화요초 푸른 천상의 화원엔 지금 하늘말나리, 꿩의다리,여로,박새꽃
이 한창이다. 진동리의 가칠봉과 곰배령에 이르는 고원 능선을 두고 하는 말이다. 흔히 "가칠봉"하면 방태산과 응
복산의 가칠봉(1,240,4m)을 떠올리는데, 오늘 몽중루가 가는 가칠봉은 위에서 언급 했듯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에 있는 가칠봉(柯七峰;1,264,7m)이다.백두대간 점봉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갈래쳐 분기해 나온 작은 줄기
하나가 작은점봉산-곰배령-챗목-가칠봉으로 이어 지는데,이곳은 천혜의 식물자원보고이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
지역에 포함된 우리나라 몇 안되는 생태보전지역중 한 곳이다.
인제군 기린면을 예기하면 내린천이 생각나고, 조선이래 민간에 유포되어 전해오는 예언서인 정감록에서 언급하
는 삼재불입지지(三災不入之地)의 복지(福地), 삼둔 사가리가 생각난다. 삼둔(살둔,월둔,달둔)은 홍천군 내면의
율전과 광원리에 있지만 사가리(아침,명지,연,곁가리)는 방태산 자락 기린면에 있다.오늘날 이들 사가리 중의 한
곳인 아침가리(조경동 朝耕洞 - 산고심곡이라 "아침 한나절 햇살이 내릴때 바삐 밭을 간다"- 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계곡은 백패킹(★backpacking) 코스로 유명세를 타 주말이나 휴일이면 그 깊은 계곡에 인산인해를 이룬다.
2012,07,21. 주말산행은 백패킹과 산행을 두팀으로 나눠 진행하는 산악회에 동행하여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으로
간다. 홍천군 내면을 지나 인제 상남면을 들어서니,제7호 태풍 카눈과 장맛비가 많이 내렸는지 내린천은 엄청난
수량으로 유려하게 흘러 내린다. 비개인 수삼일이라 시리도록 푸르고 맑으며 간간이 내리는 햇살에 은비늘 팔딱
이며 노래하며 내린다.원근 산 아래 띄엄한 산촌 마을의 옥수수와 호박 익는소리가 들려 오는 듯, 푸른색 수채화
같은 전원풍경이 새록하다.남사고 선생(★)이 점찍은 십승지(十勝地)중에 이곳이 포함되지 않음은 기존 삼둔 사
가리가 있었음에서 일까,차창으로 스치는 산골마을이 왠지 낯 설지 않고 친근함 느끼는 건 의외이다. 은퇴 후 이
곳에 살러 오라는 의미인가!
▼진동계곡 풍경
▼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가칠봉과 곰배령 지도
▼ 가칠봉 산행 들머리인 기린면 상치전 마을.
▼ 상치전 "물골" 계곡./ 멀리 가칠봉 전위봉이 어렴풋이 보인다.
▼ 물골릐 속새밭
속새(일명 절절초,절골초)는 습지에 자생하는 상록 양치식물로 "비범"(범상치 않음)이란 꽃말을 지님.
▼ 물골의 낙엽송조림지 숲
▼ 8명의 대원중 뒤쳐진 이를 기다리며 잠시 숨 고르고-
▼ 가칠봉 산행 개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1리 마을 회관(지도 좌하)을 지나 귀둔리쪽으로 가다가 "하늘아래첫동네"
상치전마을을 들머리로 하여 물골계곡을 지나 올라 가칠봉에 오른다.
▼ 가칠봉 아래의 갈림길(귀둔리와 진동리)과 유산풍류 회원인 jsg0093님
▼능선의 산죽밭에 우거진 교목숲을 헤치고 내리는 햇살
▼ 갈림길 안부에서 바라본 남쪽 방태산의 원경
▼ 전형적인 육산인 가칠봉 능선에 외롭게 선 바위
▼ 가칠봉(1,264,7m) 정상에 비닐봉투에 담겨 나무에 메단 표식지
▼ 가칠봉 정상 풍경- 1
▼ 가칠봉 정상 풍경 - 2 / 한무리의 큰까치수영이 등산자를 반겨준다
▼가칠봉 정상 풍경-3
◁ 가칠봉과 챗목 ▷
가칠봉에서 곰배령으로 가는 마루금 길 호랑이코빼기봉에 이르기 전에 "챗목"이라는 작은 언덕 목이 있다.
챗목이란 "산나물(채菜)이 많이나는 좁은 언덕 목"이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인데, 가칠봉을 지나자 산마루에
온갖 기화요초가 숲을 이루어 천상의화원 같고, 챗목의 작은 평원 곳곳엔 여름 야생화 활짝피어 유산자를
반겨 준다. 바람 한점없는 산마루의 후텁지근한 습기와 열기속에 상큼하게 반겨주는 꽃은 첫사랑 임일레라.
▼ 말나리(좌)와 하늘말나리(우)
▼ 모시대(사진 상)와 도라지모시대(사진 하)
모시대(초롱꽃과 다년생초)-뿌리는 도라지처럼 살이 두툼하며 40~100cm의 줄기에 잎이 호생(어긋나기)
한다.도라지모싯대는 이렬로 나란히 꽃차례가 형성되고,꽃차례에 잎이 달리지 않는다.(잔대는 잎이 윤생)
▼ 여로(黎盧) / 멜란티움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백화, 파랑색화, 보라색화가 있다.
▼ 박새 /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
▼ 곰취(상)와 취나물(하)
챗목의 곰취잎이 너무 커 필자의 발을 잎 밑에 넣어 그 넓이를 가늠하고,
취나물은 이제 개화가 시작되었다.
▼ 챗목 풍경- 1
▼ 챗목 풍경- 2 / 지난 밤 멧돼지들이 숲속 땅을 모두 파헤쳐 놓았다.
▼ 챗목에서 귀둔리를 향해 바라본 풍경인데 흐려서 --
▼ 점봉산과 곰배령 / 자료사진
☞ 챗목에서 호랑이코빼기봉으로의 산행을 이어가지 못하고 가이드인 등반대장의 요청으로 하산길을 서두른다.
시간이 없다는 명분이다. 함께온 아침가리골 백패킹팀이 트레킹을 마친가 싶다. 가이드를 뺀 7명의 유산자는 아
쉬움에 찬 격정을 참을 수 없지만 등반대장 인솔하에 온 산행이라 애써 참으며 벌막골을 향해 하산 하는데, 등산
로는 커녕 사람이 다닌 흔적도 없는 산능선을 오직 육감에 의지해 방향을 잡고 풀숲럿셀로 하산한다.중견 산악회
의 무능한 등반대장은 GPS기도 없나 보다. 수없는 산행에서 겪어보지 못한 실망스럽고 한심스런 산행이다.
▼ 벌막골로의 하산길에 우거진 사초숲을 헤치며-
▼ 안부마다 멧돼지들이 풀뿌리를 캐먹은 흔적으로 숲은 초토화 되었다.
▼ 벌막골로 내리는데 긴 돌담의 축성이 해묵은 이끼를 덮고 늘어섰다.
▼ 깊은 산 벌막골의 독가촌.
파란 지붕은 녹색의 숲속에 유난히 파란데, 풀숲이 우거져 사립문에 이르지 못하고 계곡으로 내린다.
▼ 벌막골의 하늘타리(하늘수박)는 바위를 덮고 -
▼ 산행 날머리인 진동리 두무터 고갯길
▼ 두무터 앞 개울/ 연가리골 입구
▼ 두무터앞 카페 "진동리의 아침"
▼ 두무동 교(橋)에서의 필자.
▼ 진동계곡 풍경- 1
▼ 진동계곡 풍경 - 2
▼ 진동계곡 풍경 - 2 / 아침가리계곡 안내 표지목
▼ 진동계곡 풍경 - 4
▼ 진흙등과 계곡 풍경
▼ 계곡 풍경- 1 / 바위틈의 돌단풍
▼ 계곡 풍경 - 2 / 물가 암반위의 돌나물
▼ 계곡 풍경- 3 / 계류가 빚은 화강암반
▼ 계곡 풍경 - 4 / 계류가 빚은 화강암반과 폭포
▼ 동자꽃
▼ 긴산꼬리풀
▼ 구릿대
▼ 함께한 산우들
사진 상좌부터 유산풍류회원인 jsg0093님과 성인봉을 제외한 100대명산 99봉을 등반한 "짱이"님
◑ -後 記 -
-두번의 쓰라린 "머피의 법칙"후에 얻은 단 한번의 "셀리의 법칙"에 산우의 이타행(利他行)을 배우고-
평소엔 필자 혼자 산악회를 통해 주말산행을 해 오다 오늘은 故友이자 유산풍류 회원인 jsg0093 님과 모처럼 동행
을 하였다.그리고 그 처음의 동행 산행길에 목표한 산행길을 타의에 의해 도중에 접고 하산을 하게되니,박복한 이
가 받는 머피의 법칙에 아쉬움을 애써 삭이며 하산 날머리를 나온다. 그런데 이번엔 또 마땅히 와 있어야 할 차(버
스)가 없다. 아침가리 트레킹팀의 날머리를 쫓아 먼길을 걸으며 겨우 산악회 관계자와 통화가 되어 사정을 듣고보
니 이번엔 태우러 와야 할 버스가 산속에서 고장이 나서 움직일 수 없단다. 관계자가 하는 말이 겨우 지나가는 아
무 차량이나 얻어타고 ㅇㅇ로 오란다. 이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어이 없는 상황에 귀가 찬다. 박복
도 복이려니 하고 그 상황을 애써 받아 들이려 해도 이해가 안된다. 고우와의 첫 동행길은 그렇게 두차례 연속으로
찾아온 머피의 법칙에 삼재불입지지의 복지를 찾은 산행길도 한낱 우울한 산행이 되어 버린다. 죄없는 탁주잔만
축내고 귀경길을 염려 한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비 온 후 하늘 파랗 듯,관계 산악회의 긴급 조치로 삼
삼 오오 귀경 조치하고 남은 최후의 11인에게 백마 타고 온 백기사가 나타난다. 서울 ㅇㅇ 회사 사내 산악회원들이
아침가리 트레킹차 타고 온 버스에 마침 11석의 빈 좌석이 있었고, 그들은 기꺼이 우리들을 포용해 준다. 거듭된
2차례의 머피가 셀리로, 셀리의 법칙이 우리를 미소로 맞아준다.역시 인자 요산이요, 유산자가 덕자(德者)임을 확
인한 순간이다. 이 자리를 빌어 서울 구로공단 "주식회사 甲乙" 사내 산악회 관계자에게 다시한번 감사 드린다.
그날의 따듯한 손길에 대해- !
★ 백패킹(back packing) - 짊어 지고 나른다는 말 뜻 그대로, 필요 장비를 꾸려서 등에 지고 떠나는 등짐여행을
일컷는다. 등산과 트레킹의 의미가 합쳐진 레저 스포츠로 발길 닿는대로 걷는다는 점에서 트레킹과 유사 하지만
주로 계곡이나 냇가를 끼고 걷는다는 점에서 트레킹과 구별된다. 영국에서는 하이킹이란 말로 쓰인다.
★ 격암(格庵) 남사고(南師古, 1509~1571) - 조선 중기 현 경북 울진 태생의 예언가로, 효행과 청렴으로 고명하였
고 역학, 풍수, 천문,그리고 복학 관상에 도통한 학자이다.동양 최고의 예언서로 불리는 격암유록"은 그 진위 여부
에 논란이 많았다 하나 조선조 중종때 남사고에 의해 작성된 예언서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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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힘든 산행에 여러모로 고생 하셨군요
그래도 인덕이 있으셔서 끝은 좋았으니
다행이였네요 곰배령 사계절 모두 가본산인데
말 그데로 천상의 화원이지요 산행사진 늘 잘보고 있읍니다
꽃사진중에 첫번쩨 꽃이 하늘말나리가 아니고 그냥 말나리가
아닌지요 아래쪽은 긴산꼬리풀 가기도 하네요
힘들게 찍은 사진 잘보고갑니다
고맙 습니다.
위의 사진엔 말나리와 하늘말나리 두종을 동시에 담았습니다.
더위에 산행 하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덕분에 항상 산행기에서 발품팔지 않고 많은지식을 쌓고 있습니다 ,
고운 걸음에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