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관문 '비토교' 건너 별주부전 속으로
'아, 이래서 비토(飛兎)섬이구나!' 항공지도로 본 비토섬은 이름에 딱 들어맞는 섬의 형상을 하고 있다. 거북이 등에서 온몸을 활짝 펴고 하늘로 뛰어오르는 토끼의 모습이다. 별주부전의 두 주인공이 지도에 다 등장해 온몸으로 비토섬을 알린다. 2.975㎢의 면적에 450여명의 주민이 사는 곳. 구전설화를 섬 전체에 스토리텔링한 신비롭고 아름다운 섬, 비토섬으로 들어간다. 섬으로 들어가는 관문은 비토교. 사천시 서포면 선전리와 비토섬을 잇는 270m의 길지 않은 다리가 육지와 섬을 연결한다. 배를 타지 않고 들어가는 섬이어서 섬 같지 않은 출발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비토교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넓은 갯벌이 초행길 여행자들을 놀라게 한다. 사진으로만 보던 사천 8경 중의 하나인 '비토섬 갯벌'이다. 바닷물이 빠지는 간조시각을 알고 비토섬 여행길에 나서면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과 썰물에 몸체를 드러낸 굴양식장의 모습을 비토섬의 첫인상으로 남길 수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해수면의 높이 탓에 그때그때 비토섬의 첫인상은 달라진다.
토끼·거북·용궁로 길따라 섬 한바퀴
한적한 시골도로에 들어섰다 싶을 때 오른쪽으로 리조트와 오토캠핑장, 펜션단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어 본섬으로 들어가는 초입의 거북교. 다리난간에 올라앉은 토끼와 거북의 돌조각상이 헤헤거리는 장난꾸러기 표정으로 '어서 오라' 맞아준다. 거북교를 건너면 Y자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이 거북로, 왼쪽이 토끼로이다. 비토섬의 주도로는 토끼로. 섬가운데를 가로질러 가장 빨리 섬 남쪽 낙지포에 도착할 수 있는 길이다. 거북로는 바다를 끼고 도는 해안길로 낙지포에서 토끼로와 만난다.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를 떠올리게 만드는 재치 있는 길 이름에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낙지포를 결승점이라 한다면, 토끼로는 냅다 달리는 지름길이고 거북로는 엉금엉금 갈 수밖에 없는 구불구불한 둘레길이다. 토끼로와 거북로가 만나는 지점부터 도로명은 용궁로로 바뀐다. 용궁로 끝에 월등도가 있다. 그렇다면 월등도는 용궁인 셈인가! 도로명만 엮어도 여행에 즐거움을 더해준다.
가족낚시 즐기는 '비토해양낚시공원'
비토섬의 즐거움 중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낚시. 별주부전의 고장답게 별난 이름을 가진 낙지포에 비토해양낚시공원이 있다. 토끼로를 따라 비토해양낚시공원으로 간다. 작은 섬이라 도착하는 데 드는 시간은 거기서 거기지만 거북로 드라이브는 해질녘으로 미뤄두기로 한다. 유명한 '비토섬의 일몰'을 양껏 감상할 수 있는 곳이 거북로라는 사전정보 때문이다. 비토해양낚시공원은 2016년 만들어졌다. 포구 맞은편의 별학도와 228m 연륙교로 연결해 별학도 해안선을 따라 수변데크를 조성하고 2곳의 낚시잔교와 4동의 해상펜션을 설치했다. 밤새 낚시를 즐기고 싶은 꾼들은 돔형의 해상펜션을 이용해볼 만하다. 낚시잔교와 해상펜션 아래에는 인공어초를 넣어 볼락, 도다리, 감성돔, 농어 등 사철 조과를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늘 아래 2곳의 놀이터 시설은 어린자녀를 동반한 낚시객들에게 한숨 돌릴 여유를 준다. 주중에는 70여명, 주말과 휴일에는 160명 가까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걸어서 섬에서 섬으로 '바닷길' 체험
썰물에 바다가 갈라져 길이 생기는 현상인 바닷길. 비토섬에도 신비로운 바닷길이 있다. 비토섬과 월등도 사이에 있는 월등도길은 바닷물이 빠지는 물때에 맞춰 하루 두 차례 서너 시간씩 열린다.물이 서서히 빠지면서 드러나는 갯벌과 그 사이 도도록한 바닷길은 걸어서 혹은 차량으로 월등도에 들어가는통로가 된다. 덕분에 월등도 가는데 쓰라고 매놓은 나룻배는 관광객의 촬영소품이 되어 늘 그 자리에 떠있거나 서있다. 바다가 갈라져 생긴 월등도길을 따라 월등도에 오르면 왼쪽으로 엎드린 거북 형상의 거북도와 바다로 깡충 뛰어드는 듯한 토끼섬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별주부전의 결말과는 다른, 슬픈 결말의 배경지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꾀를 내어 용궁을 탈출한 토끼는 달이 휘영청한 밤, 거북이 등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 바다에 비친 월등도의 그림자를 보고 육지로 착각하여 뛰어내린다. 그리고 물론 바다에 빠져 죽는다. 그 모습을 본 거북이는 용왕에게 받을 벌이 무서워 그자리에서 섬이 되고 만다. 마침 목이 빠지게 토끼의 귀가를 기다리던 토끼부인도 그 장면을 보고 낙심하여 죽고만다. 토끼부인이 죽은 곳은 목섬이라 불리는데, 월등도가 바라보이는 검도항 앞에 있다.
'거북로 일몰' 보고 국민여가캠핑장에서 1박
월등도를 돌아보며 비토섬의 별주부전 이야기를 완성한 후, 아껴뒀던 거북로 드라이브에 나선다. '어느 한 지점이 일몰감상지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민들의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해안선을 따라 달리며 노을빛에 흠뻑 젖는 감성타임을 가질 수 있다. 내키는 대로 셔터를 누르지만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일몰사진이 된다.
거북로 일몰을 마음에 담으며 숙박지로 정한 별주부전테마파크 내 비토국민여가캠핑장으로 이동한다. 비토국민여가캠핑장은 일반데크 26면, 글램핑 14동, 카라반 3동을 갖추고 있는 신생 캠핑장이다. 여행 구성원의 성격에 맞게 숙박시설을 예약해 이용할 수 있다. 높은 산이 없는 섬 언덕배기에 위치해 낮에는 푸른 가을하늘을, 해가 지면 별 총총한 밤하늘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바다 쪽으로는 해안데크가, 언덕 쪽으로는 솔숲 길을 따라 전망대까지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이른 아침 고요한 섬 산책을 즐기기에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