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충기의 세계배낭여행기 47>
아프리카의 보석 모로코(Morocco)<8>
<6> 또 다른 옛 모로코왕국의 수도 페스(Fes/Fez)
모로코의 옛 수도였던 페스(Fes)는 동물 가죽 염색공장 태너리(Tannery) 등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관광도시이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설립되어 오늘날까지 운영되고 있는 세계 최고(最古)의 대학 칼라위인 (Qaraouiyne) 대학 등 볼거리가 굉장히 많은 도시였다.
마라케시에서 페스의 숙소를 예약하며 제발 메디나 가운데만 아니기를 빌었는데 이 무슨 애꿎은 운명의 장난인가 또다시 메디나 안에 있을 줄이야...
모로코 가죽제품들 / 밥 보젤루드(블루 게이트) / 페스 중앙광장
악몽의 메디나(Medina) 숙소
모로코로 들어오기 전 미리 짐작은 했었지만 모로코는 어디를 가나 여행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운다. 이곳 페스에서는 택시 타는 것부터 숙소 정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한번 적어 본다.
저녁 8시쯤 페스에 도착해서 지도를 펴들고 우리의 숙소를 물어보았더니 메디나 안에 있다며 거리가 머니 택시를 타고 가라고 한다. 그러잖아 배낭도 무겁고, 날도 어둡고.....
택시 정류장으로 가는데 웬 40대 녀석 ‘택시?’ 하더니 따라오라고 한다. 택시 기사 복장이기에 지도를 보여주며 ‘얼마?’ 했더니 ‘50디르함(6천 원 정도)’ 한다. 오케이. 하고는 따라갔는데 기사가 앉아있는 택시로 가더니 기사에게 뭐라고 속닥거리더니 우리보고 타란다.
택시에 오르며 조금 미심쩍어 택시에 앉아있던 기사에게 ‘얼마?’ 했더니 ‘40디르함’ 한다. 우리를 데리고 오던 녀석이 50디르함이라고 했는데 싸다! ‘오케이!!’ 택시 뒤 트렁크에 우리 배낭을 싣고...
그런데 채 5분도 안되어 다 왔다고 내리라는데 보니 숙소가 아니고 메디나 문 앞이다. ‘우리 숙소는?’ 했더니 메디나 안에 있어 택시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나중 알아봤더니 택시비 10디르함이면 충분하다고... 끓
◆ 메디나의 구조
모로코는 가는 도시마다 메디나가 있는데 견고한 진흙 성벽으로 둘러싸인 고대 성곽으로 성곽 안쪽 메디나는 미로와 같은 좁은 골목이 얽혀있고 주거지역, 상업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복잡하기가 이를 데 없다.
세월이 지나면서 메디나 성곽 바깥쪽으로 신시가지가 생겨서 전체 도시가 커지고 인구가 많아졌는데 메디나의 크기는 도시마다 다르지만 보통 성곽 둘레가 4~6 km 쯤 되는 것 같다. 골목길이 워낙 좁다보니 작은 손수레나 당나귀로 짐을 실어 나르고 대부분은 사람들이 어깨에 메고 운반한다.
우리는 택시에서 내려 배낭을 짊어지고 문을 들어서는데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가는데 미로가 끝도 없다. 또 결국 길 안내를 세우고서야 겨우 찾아갔는데... 우리가 예약한 숙소주인 녀석은 우리를 보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방에 빈대(Bed Bug)가 많아서 약을 뿌려서 잘 수가 없으니 자기 형(Brother)이 운영하는 숙소로 가라며 열 두어 살 먹은 소년을 보고 길 안내를 하라고 하며 따라가란다.
◆ 바가지 상혼
제기럴... 배낭도 무겁고 10시가 다 돼 가는데... 항의해 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아 터덜터덜 소년을 따라나섰는데 이 녀석.... 가깝다더니 꼬불거리는 골목길을 한없이 간다.
얼마나 갔을까 다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데 소년이 간판도 없는 집 앞에 도착해서는 이 집이라며 손바닥을 내밀고 길안내 수고비를 달라고 한다. ‘잠깐, 일단 들어가서...’
소년이 문을 두드리니 주인 녀석이 나오는데 오늘은 손님을 받지 못한다고 하며 문을 열어 보여주는데 모든 방에 불이 꺼져있다. 이런 넨장... 그러더니 소년을 따라 자기 아버지가 운영하는 숙소가 좋으니 그리로 가라고 한다.
무지 짜증이 나고 화가 치미는데 소년이 앞서가다 돌아서며 또 손바닥을 내민다.
그러잖아 화가 치미는데... 나도 모르게 소리를 꽥 내질렀다.
‘가깝다더니 이리저리 골목길을 헤매게 해놓고는...’(You said It's very close... Is it close? It's maze...)
소년은 퉁퉁 부은 얼굴로 골목길의 깡통을 걷어차며 걷는다.
더 가관인 것은 세 번째 숙소의 60대의 돼지 같은 영감탱이는 내가 예약한, 두 사람이 1박에 60디르함 예약서(핸드폰)를 보여주었더니 자기는 그렇게 싸게는 할 수 없다며 오리발을 내민다. ‘그럼 아들한테 전화를 해봐!’
내가 볼멘소리로 따졌더니 영감탱이 전화기를 들고 한참 통화를 하더니 계약은 그렇게 한 것이 맞지만 자기는 그런 가격으로 사람을 받아본 적이 없단다.
‘그럼 얼마냐?’ ‘1박에 1인당 100디르함이다.’ 이런 빌어먹을... 두 사람이 1박에 60디르함 예약인데...
‘임교장 갑시다.’ 내가 배낭을 다시 메며 일어서자 임교장은 울상을 하며 ‘선배님 거의 12시가 됐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배낭을 메고 돌아섰더니 주인영감... ‘그러면 1인 1박에 60디르함이면??’
임교장이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결국 1인 1박에 60디르함으로...
되돌아서서 들어오는데 기분이 더럽다.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짐작되었다. 망할 놈들.... 속셈이 빤히 들여다보인다. ‘너희들, 12시인데 설마 가기야 하겠어...’ 이런 속셈... 끓. 어쨌거나 숙소는 비교적 괜찮은 편이었다.
8세기 건축된 이 페스의 메디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모로코에서 가장 오래된 메디나 엘 발리(El Bali)였다.
◆ 페스 가죽염색공장(Tannery)
이튿날 아침 술주정뱅이처럼 생긴 40대 중반의 주인영감의 아들 녀석이 50디르함에 길 안내를 해 주겠다고 한다.
그러잖아 길 찾기가 어려운데... 녀석은 우리를 골고루 데리고 다니며 안내를 한다.
수공예품 가게, 카펫가게, 향수와 크림 가게.... 화장품 가게에서 모로코의 특산으로 모로코 전통요리에도 들어간다는 아르간 오일(Argan Oil)... 향수와 크림제조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는데 아르간 향수와 크림을 사라고 성화다.
사진을 찍어도 돈을 요구하고, 특히 여성들은 찍지 말라는 안내 녀석의 경고에 사기는커녕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했다. 이슬람 여성들은 사진 찍히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점심때쯤 우리를 가죽염색공장(Tannery) 입구에 데려다주고는 빠이빠이다.
꼬불꼬불 가죽제품 가게와 공방(工房)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 보니 옥상인데 관광객들로 이미 꽉 차 있다. 눈 아래 펼쳐진 광경은... 우리가 사진으로 보던 바로 그 가죽 염색공장(Tannery)이었다.
흡사 벌집처럼 생긴 칸막이마다 형형색색의 가죽염색 물감들이 들어있고 염색공들은 물먹은 무거운 가죽들을 뒤집으며 치대느라 구슬땀을 흘리는데 관광객들은 그 칸막이 위로 걸어 다니며 사진을 찍어댄다. 그리고... 코를 찌르는 비릿한 악취로 골머리가 지끈거린다.
당나귀에 실려 온 가죽들은 이곳에서 털을 뽑고 무두질을 한 다음 염색과 가공공정을 거쳐 천연가죽으로 만든다고 한다. 동물의 가죽은 부패하기 쉽고 건조하면 딱딱해져서 무두질(Tanning)이 필요한데 가죽에 붙어있는 털, 지방, 살 등 불순물을 제거하고 가죽을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이다.
무두질이 끝나면 염색과정인데 갈색 재료는 나무껍질, 녹색은 박하, 빨간색은 개양귀비꽃, 파란색은 인디고(Indigo), 노란색은 샤프란(Saffron) 꽃 등인데 착색이 잘되게 비둘기 배설물이 첨가되고 염료가 골고루 착색되도록 계속 뒤집어주어야 한다니 그 노고가 짐작이 간다. 특히 노란색을 내는 샤프란은 염료 채취하기도 힘들고 샤프란 자체의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노란색 가죽의 가격이 가장 비싸다고 한다.
염색이 끝나면 햇빛에 건조시키는데 마른 후 칼로 일일이 말린 가죽을 펴고 늘리는 작업을 해야 가죽원단이 완성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무두질과 염색과정을 거쳐 가죽원단이 탄생하기까지는 적어도 한 달....
모로코 페스(Fes)는 고대로부터 가죽으로 가방, 마구(馬具), 갑옷, 칼집, 부츠(Boots), 샌들(Sandal) 등을 생산해 왔기 때문에 무두질 기법과 염색기술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스 가죽염색공장 태너리(Tannery)
가죽 무두질(Tanning) / 가죽 말리기 / 털로 직물 제조
한쪽 옆에는 각종 동물들의 털을 뽑아 종류별로 수북이 쌓아놓은 곳도 있고 가죽을 잡아 늘려 말리는 곳도 있다. 가죽으로 사용되는 동물들은 낙타, 말, 양, 염소 등이라는데 털들은 종류별로 모아 손질해서는 다시 실을 잣는 공장으로 보내진다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페스 메디나 가죽염색공장은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곳으로, ‘모로코 가죽원단’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다닥다닥 붙은 가옥들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고대 가옥형태 메디나는 세계 최대의 미로로 꼽히며 유일한 운송수단은 당나귀와 수레이다.
페스(Fes)의 메디나 엘 발리(El Bali)는 작은 골목길이 9,400 갈래나 뒤얽혀 있는 세계 최대의 미로(迷路)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어 있으며 GPS도 무용지물이고 처음 가는 사람은 절대로(!) 길을 찾을 수 없다.
어느 가이드의 농담...
‘한 달 전, 한 일본 젊은이가 메디나 안에서 길을 잃어버렸다는데 아직도 길을 찾고 있는 중일 겁니다. ㅎ’
수긍이 가는 농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