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노동이 존중받을 때,
우리 아이들의 평등한 일상도 시작한다
-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에 부쳐 -
우리는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총파업이 ‘아이들을 외면한 선택’이 아님을 깊이 이해한다. 오히려 아이들의 평등한 배움과 성장, 교육복지의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호소이며, 공교육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오늘의 과제임을 밝힌다.
우리 아이들의 하루를 책임지는 노동이 존중받길 바란다
급식, 돌봄, 상담, 특수교육, 방과후과정, 도서관, 청결과 보건, 교무·행정 등은 오늘날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서 누려야 할 권리이며, 필수 교육복지이다. 그 필요성은 교사들에게도 있으며, 그 모든 영역의 실행 주체가 바로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기본급, 그나마 방학 중에는 월급이 끊긴다. 차별 또한 명백하다. 정규직보다 낮은 금액일지라도 명절휴가비 지급 기준이라도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너무도 당연하다. 게다가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일을 해도 임금이 더 낮기도 하다. 이러한 저임금과 차별 구조에서 노동자가 웃고, 우리 아이들이 함께 웃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문제를 견디라고 할 뿐, 노동이 존중받지 못하는 곳에서 교육복지는 발전할 수 없다. 교육복지가 불안정하면, 그 피해는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들에게도 미친다.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을 지키는 일이 곧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일”임을 우리는 이해한다.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합당한 노동환경에서 일할 때, 비로소 우리 아이들은 따뜻한 급식, 촘촘한 돌봄, 세심한 상담, 안정된 특수교육, 깨끗한 교육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다.
교사들은 교육공무직과 함께 학교 공공성을 지킨다
이 성명에 함께한 교사들 또한 파업의 불가피성을 이해한다. 그건 교사들이 가르쳐야 할 기본권과 헌법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의 학교는 교사 혼자 운영할 수 없다. 학교의 모든 곳에서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교사와 함께 학생의 하루를 책임진다. 이들이 차별받고 인력이 불안정할 때 교사들이 교육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학교 일상에서 확인돼왔다. 교육공무직의 부재는 학교 기능의 후퇴이고, 교사의 업무 과부하로 이어진다. 결국 공교육의 역량은 교육공무직의 안정적 역할과도 연결돼있다. 학교를 구성하는 모든 노동은 존중받아야 한다.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학교 공공성을 발전시키기 위해 학교의 모든 노동은 협력해야 하며, 교육주체들은 서로의 권리를 격려해야 한다. 그 누구의 투쟁과 권리도 연대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파업의 책임은 교육 당국에 있다. 적극적 대화와 책임을 바란다
파업은 교육 당국이 차별 해소를 위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해법을 손에 쥔 정부와 교육청이 더 적극적으로 교섭했다면 어땠을까? 파업의 책임은 아이들과 매일을 함께한 노동자가 아니라, 해법을 외면해온 교육 당국에 있다. 부당한 차별과 저임금을 방치했기 때문이며, 파업 전 해결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노사 모두에게 대화 노력을 포기하지 않길 당부한다. 학교의 혼란이 시급히 해소되고 파업이 해를 넘기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책임 있는 교섭으로 해결의 길을 찾길 바란다. 정부와 국회의 역할도 필요하다. 학교급식 위기 등 교육복지의 불안은 국가의 책임이다. 기본급 정상화, 방학 중 무임금 해소, 교육공무직 법적 지위 보장과 학교급식법 개선 등은 개별 시·도교육청의 재량만으로 해결이 쉽지 않은 구조적 과제다.
정부와 국회의 지원 아래 노사는 조속히 해결점을 찾길 바란다.
우리 아이들의 성장과 배움을 위한 환경은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 함께 가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