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노동인권 상담실]중학교 대상 노동인권교육

[장승]

[청소년 노동인권 상담실]중학교 대상 노동인권교육

`5분 지각 1000원 깎는다’ 근로계약 위반·무효
“청소년 노동인권 학교서 상시 교육됐으면”

박수희

기사 게재일 : 2014-12-19 06:00:00

▲ 교육 차 중학교를 찾은 박수희 상담사.

　중3 딸아이가 다니고 있는 수완중학교에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진행했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거의 없는 중학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할까 걱정이 앞섰다. 수완중학교에서는 매년 3학년들에게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인권 강사들에게는 학교장 명의의 1일 명예교사 위촉장을 수여했다. 위촉장을 받아든 강사들의 표정이 기분 좋아 보인다. 학교의 배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교실에 들어가자 ‘ㄷ자’ 자리배치로 학생들이 앉아있다. 청소년 야간노동을 금지하라는 내용의 따따부따 동영상을 볼 때만 해도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중학생이 알아야 할 알바 10계명을 하나씩 이야기한다. 한 남학생은 치킨집에서 주방알바를 했다. 근로계약서는 쓰지 않았고 시급은 5500원을 주겠다고 했다. 평일은 3일, 주말 2일을 일하다가 말없이 일을 그만뒀다.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는 다른 사람을 구할 때까지 1주일 전에는 반드시 사장님에게 이야기를 할 것을 당부한다. 주방알바를 한 학생에게 임금을 받을 수 있음을 설명했지만 거부의사를 밝힌다. 1주 15시간 이상 일을 했고 일을 하기로 한 날 결근하지 않았으니 주휴수당도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고개를 숙인다. 낯선 일터에서 수고한 노동의 대가를 받았으면 좋으련만 내 맘 같지가 않다.

　기말고사도 끝났고 창밖으로 눈발이 날리면서 학생들의 자세가 자유스럽다. 점심 먹고 오후 2시5분부터 45분 수업을 하는데 시나브로 눈꺼풀도 내려앉고 머리도 숙여지고 책상에 엎드린 학생이 하나 둘씩 눈에 띈다. 그런 와중에도 맨 뒷자리의 남학생은 현수막에서 올해 최저임금과 내년 최저임금을 봤다며 정확한 답변을 한다. “고것 참 대견한 녀석 일세” 흐뭇하다.

　2교시는 알바상담사례를 이야기했다. 실제의 사례를 이야기하자 아이들은 진지하게 듣는다. 간혹 1~2명이 잡담을 하거나 장난을 쳤지만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듣고 싶지 않으면 나가도 돼요” “짝짝짝” 집중의 박수소리를 내 보기도 하지만 떠드는 녀석들은 꼭 떠든다. 목소리 톤을 높여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목이 쉬었다. 일회적인 만남이지만 자신이 필요한 것을 사기위해서든 다른 이유에서든 알바를 할 경우 꼭 알아야할 알맹이만 전달하고픈 욕심이 생긴다. 어렵지 않은 쉬운 언어로 에두르지 않고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알바신고센터에 상담한 학생들 중 자신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키다리 장비위에 삐에로 분장을 한 사진이 학생들의 시선을 모은다. 이벤트 행사장에서 풍선으로 동물모양을 만들어 나눠주는 알바를 위해 연습한 시간도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을까라는 질문에 장난하며 지적을 받았던 남학생이 인정받는다고 의견을 자신 있게 낸다. 맞다. 행사장에 나가기 위해 연습한 시간은 교육시간으로 임금을 받아야한다. ‘5분 지각하면 1000원, 10분 지각하면 하루일당’을 깎고 ‘3개월을 못 채우면 임금 20%를 삭감 한다’는 근로계약은 법위반이고 무효임을 이야기한다.

　알바 하는 장소에 있는 물건은 사장님 것이니 절대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실제 물건이나 돈에 손을 대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음을 전달한다. 식당 매니저의 욕설을 참을 수 없어 일을 그만뒀는데 욕설을 하는 매니저를 처벌해달라는 학생이 사과를 받아내고 받을 임금에 추가된 금액을 더 받았다는 이야기를 할 땐 아마도 내가 더 신이 난 것 같다.

　신고센터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나눠주자 어느새 고개를 숙였던 아이들도 적극적으로 명함을 소중하게 간직한다. 2교시 수업이 끝나고 수고했다는 말을 들으며 교실 밖을 나오는데 어깨가 으쓱해진다. 수업시간에 좀 떠들면 어떤가, 책상에 누워있으면 또 어떤가, 듣는 귀가 있으니 들으면 된다. 청소년 노동인권이 초등학교·중학교에서 인문계·전문계 고교에서 상시적으로 교육됐으면 좋겠다. 하늘에서 탐스러운 눈이 흩날린다.

박수희<광주시교육청 민주인권교육센터내 안심알바신고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