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박물관에 잘 다니지 않습니다. 제가 무식한 탓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어느 박물관도 제 눈에 충족할 만한 유물이 없어서인 이유가 큽니다. 말이 ‘박물관’이면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한 유물과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유물들이 가득 차 있어야 한다는 생각인데 어느 박물관도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해외에 유명한 박물관들은 정말 며칠을 돌아볼 정도로 유물이 가득하고 그 하나, 하나가 이름값을 하는 것들인데 우리 박물관들은 그런 느낌이 드는 곳이 없었습니다. 특히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서울에 역점을 두고 만들었다는 박물관이 수십 개가 될 만큼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거기에 전시할 유물이 없어서 애를 먹는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신문에 국가예산으로 운영되는 국립박물관이 함량이 미달되는 것이 여러 군데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건립·운영되는 국립박물관 중 7곳이 ‘함량 미달’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2020년 국립박물관 평가 인증제도'를 최초로 시행한 결과,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등 7개 박물관이 점수 미달로 인증을 받지 못했다고 14일 밝혔다. 전국 50개 국립박물관 중 등록 후 3년이 지난 36곳이 평가 대상이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이 문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달 박물관은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행정안전부), 국립태권도박물관(문체부), 국립조세박물관(국세청), 지도박물관(국토교통부), 국립경찰박물관(경찰청), 공군박물관(국방부), 전사박물관(국방부)이다. 대부분 정치 논리나 여론에 밀려 세워졌거나 정부 부처가 홍보용으로 만든 박물관. 평가 대상인 36곳 중 국회 헌정기념관, 국립관세박물관, 해군사관학교박물관은 현재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라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의 경우, 언덕 위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전문 연구 인력이 없다는 게 문제가 됐다. 역사관은 2015년 부산 대연동 2만3000평 터에 7층 규모로 506억 원을 들여 개관했고, 이듬해 ‘국립’으로 등록됐다.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의 실상을 규명함으로써 성숙한 역사의식을 고취하고, 인권과 세계 평화에 대한 국민 교육의 장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현장 평가에 참여한 A위원은 “박물관의 핵심은 소장품과 전문 학예직인데 건물부터 짓고 보자는 사고방식이 문제”라며 “이런 곳이 국립박물관으로 허가가 났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역사관은 2017년 가짜 사진을 전시해 일본 우익 단체에 의해 망신당한 전력도 있다. 조선인 강제 동원 피해자라고 전시한 사진이 알고 보니 일본인 사진이었던 것. 야외 추모탑에 새겨진 뼈만 남은 노동자들 사진도 조선인 징용 피해자가 아니라 1926년 홋카이도 개척 과정에서 ‘노예 노동’에 시달린 일본인들로 드러나자(1926년 9월 9일 자 아사히가와신문) 부랴부랴 전시물을 교체했다. 역사학자 B씨는 “일본인들도 방문하는 곳인데 이런 박물관일수록 팩트가 정확해야 한다. 그걸 검증할 전문 인력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전북 무주에 건립된 국립태권도박물관도 마찬가지다. 2014년 2475억원을 들여 태권도원을 조성하면서 태권도박물관을 세웠다. 하지만 ‘대한민국 전통 무예 태권도와 관련 물품을 보존·연구·전시·교육함으로써 태권도의 역사적 가치를 전파’한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연구 실적이 없다고 평가됐다.
문체부는 “국립박물관 운영의 질적 향상을 위해 처음으로 평가인증제도를 도입했다”고 했다. 평가 기준은 Δ설립 목적의 달성도 Δ조직·인력·시설 및 재정 관리의 적정성 Δ자료의 수집 및 관리의 충실성 Δ개최 및 교육 프로그램 실시 실적 Δ공적 책임 등 5개 항목. 서면 평가와 전문가 현장 조사, 인증 심사를 거쳐 총점 100점 만점에 70점이 넘으면 인증을 받았다. 문체부는 평가 대상 박물관의 개별 점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오영찬 이화여대 교수는 “박물관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로 건물부터 짓고 보자는 식으로 국립박물관을 만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준다”며 “매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세금을 퍼붓는 셈”이라고 했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의 2021년 예산은 23억원, 국립경찰박물관은 14억원, 국립태권도박물관은 3억 원이다.
김예지 의원은 “정부 부처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국립박물관을 지어놓고 막상 개관만 되면 ‘나 몰라라’ 하는 식”이라며 “지역 민원사업처럼 ‘나눠주기’식 건립을 하는 것도 문제다. 박물관 추가 건립 계획만 세울게 아니라 전문 연구 인력의 보강 등 기존 박물관의 내실화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했다.
문체부는 19일까지 이의 신청 기간을 거쳐 2월에 평가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인증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지원이 끊기거나 불이익이 가지는 않는다”며 “결과를 공표해 운영 주체인 정부 부처에 경각심을 주고, 실질적으로 국립박물관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했다.>조선일보, 허윤희 기자.
국제박물관회의헌장(ICOM憲章)에서는 박물관을 “예술·역사·미술·과학·기술에 관한 수집품 및 식물원·동물원·수족관 등 문화적 가치가 있는 자료·표본 등을 각종의 방법으로 보존하고 연구하여, 일반 대중의 교육과 오락을 위하여 공개 전시함을 목적으로 이룩된 항구적 공공시설”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을 의미하는 영어의 뮤지엄(museum), 프랑스어의 뮤제(musee), 독일어의 뮤제움(Museum) 등은 모두 고대 그리스의 뮤즈(Muse) 여신에게 바치는 신전 안의 보물 창고인 무세이온(museion)에서 유래한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박물관 형태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말하는 박물관과 같은 기능을 가지게 된 것은 서기전 3세기경 이집트의 수도 알렉산드리아에 있었던 무세이온에서 비롯되었다. 이곳에서는 각종의 수집품과 도서를 이용하여 문학·철학·미술의 진흥을 꾀하였다. 그 뒤 로마시대에 들어와서는 가정용 소박물관이 많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별 의미도 없는 것들을 정치적 목적이나, 지역 이기주의에 의해 세워져서 그걸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해서는 안 될 일일 겁니다. 저는 오늘서야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라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저기에 가볼 생각은 별로 안 듭니다.
정말 박물관의 기능을 가질 수 있고, 좋은 유물을 보존하는 실질적 의미의 박물관이 아니라면 굳이 세금을 써가며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지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