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벡낙란
그는 특정한 규칙을 정해 놓은 것 같다
외출하고 땀에 젖어 돌아온 날
거울에 비친 날 째려보더니
몸 구석구석을 씻기기 시작한다
등과 어깨, 팔, 몇번이고 반복해서 닦는다
턱 들고 팔 좀 더 올려 봐,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일그러진 표정
겨드랑이며 발가락, 손가락 구석구석
눈에 띄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을 쓴다
피부가 벌개지고 나서야
비로소 입꼬리가 올라가고...,
너무 심한거 아냐,
못내 반항심이 생기지만
넌, 늘 그런 식이야,
바로 꾸중 섞인 표정이 말문을 막는다
대충이란 말은 그의 사전에 없는 말
한번 생각한 일은 바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그런 성격이 난 싫다,
불쑥불쑥 허락도 없이 내방에 들어와
소름끼치도록 내 생각을 낚아챈다
마치 피에 굶주린 흡혈귀처럼
벗어날 수 없이 커다란 손아귀
이젠 지겹다,, 가슴골을 쓸어내리는 땀
그는 특히 냄새에 민감하다
오염된 것에 혐오 그 자체다
그가 눈살을 찌푸리기라도 하면
나는 곧바로 정신을 차린다
먼지 한톨 숨 쉴 틈 주지 않는 고집
늘 성에 차지 않지만
어느새 그의 말에 집중하게 되고
그가 나타나지 않을 때
안절부절 못하는 내가 왠지 가여울 정도다
보채거나 재촉하거나 투정 부리는
어린아이 같아 밉기도 하지만
이제 내 안에 들어앉은 이상
그와 친하게 지내기로 했다
첫댓글 시인님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좋은 시 배독합니다
인긴의 이중성, 귀찮고 싫어하지만 한번 생각에 빠지면 집착적으로 해야하는 성격 탓에 일과 생활에 대한 강박이 생긴 것 같습니다, 나와 또 다른 자아와의 충돌을 슬기롭게 극복하고자 쓴 시입니다, 비가 와도 후덥지근한 날씨에 건강 잘 챙기세요, 시인님
눈에 보이지 않는
강박 관념'과 결벽증'을 나를 지배하고 감시하는 '그 라는 인물로 의인화 하신 멋진 시 먼지나 냄새, 오염에 극도로 민감하고, 피부가 벌개질 때까지 몸을 씻겨야만 만족하는 그'의 모습은 강박증이 개인의 삶을 얼마나 숨 막히게 통제하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주네요 시를 잘 쓰세요 백시인님은
내 자신을 옥죄는 것 같아 순간순간 격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주변이 깨끗해져가는 것을 보며 자신을 정화해나가는 것같은 쾌감도 느낍니다, 선생님의 좋은 평에 용기를 얻습니다.
요즘 선생님이 올리신 시를 보고 많은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