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교대제 개편 집중분석

<기획연재> 현대차 교대제 개편 집중분석 1

"밤에는 노동자도 공장도 쉬자"…조합원들, 막연한 기대 혹은 불안

“2교대 때메 뽑혔는데 지부가 잘하겠지”, “진짜 하능기가? 일 덜 하는데 임금 다 주겠나”

현대자동차, 아니 자동차산업 전반이 술렁이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대로라면, 내년 1월부터 현대차 생산직 노동자들은 주간에만 2교대제 근무를 해야 한다. 이에 따른 임금·고용·물량 등의 문제가 현대차뿐 아니라 협력업체들에까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교섭 별도 교섭에서 구체적인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방안을 다룰 예정이다. 약속된 시행일까지 8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갈 길이 멀다. 시뮬레이션 단계에 접어들어도 촉박한 시간임에도 바쁠 텐데 노사는 아직 1차전도 치르지 않았다. <매일노동뉴스>가 주간연속2교대제, 즉 실질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쟁점이 무엇인지 다섯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1> 막연한 기대 혹은 불안
<2> ‘기조’와 ‘요구안’은 조응하나
<3> “10+10 임금이 마지노선”…기준이 뭔가 : 쟁점분석 - 임금과 노동시간
<4> 노동시간 줄이자면서 특근 허용? : 쟁점분석 - 물량과 부품사·비정규직
<5> 과연, 내년 1월 실시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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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혁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의 24시간 내내 가동되던 공장이 적어도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멈춘다는 것은 주야맞교대 생산직 노동자들의 심야노동이 없어진다는 단순한 변화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줄어드는 노동시간만큼의 생산량, 이에 연동된 임금문제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출퇴근·가족생활·지역사회 문화 등에까지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상자기사1 참조>

특히 원·하청 수직 거래관계의 꼭짓점에 있는 현대자동차가 근무형태를 바꾸면 수많은 협력업체들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체 자동차산업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 ‘엄청난’ 변화가 이제 8개월 뒤인 내년 1월부터 현실화된다. 현행 현대차 노사의 단체협약이 준수된다면 말이다. 그런데 이달 초 찾아간 현장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과연 되겠능교”라는 의구심에서부터 “그거(2교대) 하라고 민투위 집행부를 당선시켜놨으니 당연히 되겠지요”라는 막연한 기대감까지…. 온도차는 컸다.

합의 후 3년 간 세부방안 논의 안해

그도 그럴 것이 아직 현대차 노사 간에는 어떤 방식으로 주간2교대제를 실시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없다. 현대차 노사는 2005년 단체교섭에서 주간2교대제를 2009년 1월부터 실시한다는 데 합의했지만 세부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는 못했다. 그나마 지난해 단체교섭에서 전주공장을 조기 시범공장으로 운영키로 하고 시범운영 시기를 2008년 10월이라고 못 박았을 뿐이다.

2007년 단협에는 “임금·생산량 감소에 대한 대응방안 및 인력운영 방안 등 전주시범공장 운영 세부사항을 2008년 상반기 중 별도 합의한다”고 돼 있다. 상반기라면 오는 6월 말까지인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지부장 윤해모)는 지난 25일에야 임금교섭과 별도의 주간2교대제 관련 요구안을 마련했다. 현재 두어 차례 상견례 수준의 만남밖에 갖지 않은 금속노조 중앙교섭 일정 등을 고려할 때 현대차 노사가 상반기 중으로 시범공장 운영 관련사항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현대차에서 단체협약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 어디 하루 이틀 일이겠냐마는 논의일정이 이런 정도 수준임을 감안하면 주간2교대제 실시 여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온도차를 대략적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한 현장조직 홈페이지에 이런 글이 올라와 있었다.

“우리 와이프한테 내년부터 주간연속2교대 한다고 했다. 우리 와이프 왈~ 그라믄 퇴근은 언제 하는데? → 밤 12시쯤? 그럼 퇴근 통근버스는 있나? → 잘 모르겠는데. 그럼 차 몰고 다닐 끼가? → 아마도. 한두 명이 아닐 텐데, 주차장은? → 그건 잘 몰라.”(ID 조합원)

물론 이 문제에 대해 어느 누구도 확답을 줄 수는 없다.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막연한 불안감은 퇴근시간·통근수단 등이 아니라 혹여 임금이 지금보다 깎이지 않을까, 하는 데서 비롯된다. 같은 홈페이지에 이런 글도 있었다.

“(집행부는) 그런 목소리 잘 알고 있제? 우리 공장 사람들은 특히나 임금문제에 민감하데이. 지금까지 억수로 퍼먹다가 (주간2교대제 한다고) 쪼끔 퍼먹을 수 없는 거는 누가 봐도 잘 아는 기라.”(ID 엔진맨)

이경훈 지부 엔진사업부 대표는 “집행부가 주간2교대제를 실시해야 하는 이유로 언급하고 있는 건강권 확보는 정말 중요한 문제”라면서도 “설비투자나 실질임금 보장 등 현실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조합원들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지부 1공장사업부 대표 역시 “적지 않은 조합원들은 시간단축을 하더라도 노동강도를 올려서는 안 되고, 임금은 10시간(정취 8시간 + 잔업 2시간)에 특근 2개 할 때 받던 수준으로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시간 줄어도 임금삭감 없다?

이같은 조합원들의 기대와 우려를 반영해 지부 집행부는 지난해 조합원 교육, 올해 대의원·현장위원 간담회 등을 실시하면서 ‘임금삭감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고용불안 없는’ 주간2교대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3불 정책’이다.<상자기사2 참조>

이를 곧이곧대로 이해하면, 조합원들은 하루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근무시간을 2시간 줄여도 노동강도가 강화되지 않은 채 10시간 일할 때와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반대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민투위) 집행부는 ‘2009년 1월 실시’라고 시기를 정했던 2005년 단체협약 체결 당시 집행부였고, 2교대제 완성을 공약으로 내걸고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1·2대 선거에서 당선됐다. 때문에 조합원들은 현재 집행부가 2교대제를 실현시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하면 "2교대제 완성하라고 뽑아줬으니 반드시 완성시켜라"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기대심리에 대해 권오룡 현장연대 부의장은 “승용라인은 내년부터 된다는 환상도 있다”며 “어차피 2교대 하라고 뽑아준 집행부인 만큼 책임을 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대감이 오히려 위험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12대 집행부(민주노동자회) 시절 정책실장을 맡았던 반일효씨는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이 어느 수준인지, 하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접근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심야노동을 없앤다, 3불 정책 펴겠다 등 아주 단순한 논리로만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자기 좋은 방향으로만 주간2교대제를 생각하고 있다”며 “그게 한 방에 깨지거나 밀리기 시작하면 조합원들은 자포자기 혹은 자기 혼자만 잘살기 식으로 뿔뿔이 흩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실은 임금인상 프로젝트?

한편으로는 지난 십수 년 동안 노사관계를 지켜봤기 때문에 집행부 못지않게 ‘빠꿈이’들인 조합원들은 현재 원칙적인 주장만 하고 있는 집행부를 보면서 '과연 내년부터 실시될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 현장조직의 홈페이지에는 이런 글도 있었다.

“결국은 적게 일하고 돈 많이 받아가자는 소리 아니가. 그렇다고 현재 UPH(Unit Per Hour·단위 시간당 생산대수)로 지금 물량을 그대로 맞출 수 있나 말이다. 시설투자? 뭣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회사가 미쳤나 울산에 시설투자하게. 지금도 수익성이 개나발이고 생산성이 개떡이라 카는데.”(ID 현장사람)

아이디 ‘현장사람’이 주장하는 것은 집행부가 원칙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가 단축되는 노동시간만큼의 생산량 만회를 위해 시설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할 경우 지금도 배부른 대공장 귀족노동자라고 손가락질 당하는 판에 무슨 명분을 갖고 싸울 것이며, 20년 전처럼 젊은 나이도 아니고 애들 돈 들어갈 데가 많은데 돈 안 벌고 싸울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회사가 수용할 수 있는 안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일방적으로 우리 안만 주장하는 기 협상이가, 땡깡이지. 맨날 선명성 주장만 하고 앉아서 정리놀음 하지 마라.”

반면에 주간2교대제를 실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임금인상 프로젝트로 여기는 조합원들도 있다. 권오룡 현장연대 부의장의 말이다. “감 빠른 조합원들은 벌써 주말 특근을 통해 추가 임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8+8' 근무만 해서는 지금의 물량을 맞추기 어려운데, 집행부가 편성효율이나 UPH를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니까 당연히 주말특근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간·물량·임금’의 삼각관계

이뿐이 아니다. 조합원들의 생각은 공장별로 편차가 크다. 예를 들어 물량이 적어 현재 연장근무나 특근 없이 '8+8' 정취근무를 하는 1공장의 경우 2교대제를 빨리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지만, 3공장과 같이 물량이 많은 곳, 특히 의장라인과 견줘 절대적인 노동시간이 길고 특근 개수도 월등이 많은 엔진·변속기와 같은 간접부서 조합원들은 조금 주저하고 있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물량을 어떻게 맞출 것이며, 물량이 줄어든다면 자연 임금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선호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윤해모 지부장은 지난 21일 지부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소 임금이 삭감되거나 UPH가 상승되더라도 주간2교대제를 하면 좋겠다는 조합원이 80%에 이른다”며 현장 여론은 ‘3불 정책’이 다소 훼손되더라도 주간2교대제를 해야 한다는 것임을 강조했다. 덧붙여 윤 지부장은 “1공장 조합원들도 '8+8' 하니까 돈은 적게 받아도 몸은 편하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가 15년차인데 8+8 근무만 하니까 지난달에 세금·보험료 같은 거 떼고 138만원 받았다. 몸이 편한 건 맞는데 이래 갖고 살겠능교”라는 1공장 한 대의원의 말을 빌면 조합원들의 다수는 몸이 힘들어도 임금을 많이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특근 물량이 넘쳐나 힘이 들더라도 계속 물량을 확보 받고 있을 때가 가장 좋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이상 조합원들의 평균적인 생각을 취합해 안을 만드는 게 쉬운 과정은 아닐 것이다.

물량이 없어 8시간 정취근무만 하는 1공장 조합원들은 물량 많고 특근 많은 3공장이 부럽다고 하고, 3공장 조합원들은 엔진·변속기처럼 더 많이 일해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싶다고 하며, 정작 엔진·변속기 조합원들은 우리가 일하고 싶어서 하느냐, 임금만 보장되면 쉬고 싶다고 하는, 이 현실을 어떻게든 개선하지 않는 한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 출신인 하부영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조합원들이 임금의 노예로 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노동시간=물량=임금’이라는 등식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며 “지출규모가 현재 임금수준에 맞춰져 있는 조합원들의 삶 자체를 바꿔내지 않으면 노동운동 역시 커다란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간연속2교대, 그게 뭔데?

주간연속2교대는 현행 주야 맞교대 근무형태를 심야(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노동 없는 2교대 시스템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집행부 안에 따르면, 오전반(1직)은 오전 6시40분~오후 3시20분, 오후반(2직)은 오후 3시20분~밤 12시까지 일하게 된다.<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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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 교대제는 2교대제·3교대제, 주말 교대제 등으로 나뉜다. 2교대제의 경우 심야노동을 포함하고 잔업 가능성이 높으며 주간 4~5일을 근무하는 현행 주야맞교대와 심야노동 없이 잔업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주간2교대제가 있다.
 

모든 노동시간단축이 그렇듯 주간2교대제 역시 노조가 먼저 제기했다. 처음으로 주간연속 근무형태가 요구된 것은 지난 98년 현대차 구조조정 당시 노조가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7+7' 체제, 즉 주 35시간 노동제를 주장하면서부터다. 이후 근골격계 투쟁 과정에서 심야노동을 없애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고, 2004년 노동시간단축, 일자리 창출, 건강권 확보, 삶의 질 향상을 모토로 ‘주간연속2교대제’가 공식 요구된 이후 2005년에 주간2교대제를 2009년 1월 도입키로 합의가 됐다.
 

주간2교대제를 실시하자는 핵심 이유는 현행 장시간 노동체제가 노동자들의 건강장애와 과로사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06년 생산직 연간 총노동시간은 전체 공장 평균 2천396시간(평일 1천951.2시간+휴일 445.2시간)이었다. 2002년 2천665.2시간(평일 2천186.4시간+휴일 478.8시간)과 비교해 감소되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세계 각국과 비교(2004년 기준)할 때, 현대차는 2천438시간으로 세계 1위인 한국(2천410시간)을 비롯해 캐나다(1천980시간)·미국(1천815시간)·독일(1천444시간) 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연간 노동시간대별 분포를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전체 생산직의 절반(45.7%)가량이 연간 2천400시간 이상, 100명 중 5명 꼴(4.8%)로 연간 3천시간 이상을 일했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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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은 조합원들의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더욱 절박한 과제가 되고 있다. 2008년 1월 기준으로 보면 주야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는 생산직(2만6천404명)의 평균 연령은 42.0세이고, 근속연수는 17.1년에 달한다. 조합원들의 84.9%가 근골격계 증상에 시달리고 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 유소견자다. 또한 매년 400건이 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2005년(648건)에 비해 줄어들긴 했지만 2007년 현재 산업재해는 총 451건이 발생했다. 특히 과로 등으로 사망하는 조합원이 연 평균 8명이나 된다.

 

‘3불’에서 ‘기득권 저하 없는’으로

지부 집행부가 당초 내놓은 주간2교대제 도입에 대한 원칙은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고용불안 없는' 등 이른바 ‘3불’이었다. 조강훈 지부 정책기획실장은 “매년 교섭에서 노조가 제시한 요구안을 100% 쟁취하는 게 아닌 것처럼 일부 수정할 수는 있겠지만 ‘3불’이라는 기조와 원칙은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3불’이라는 슬로건은 ‘기득권 저하 없는’으로 바뀌었다.<사진> 집행부의 설명에 따르면, 예컨대 임금이나 고용문제는 “깎여서는 안 된다”, “잘려서는 안 된다”라고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지만 노동강도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전체 노동시간과 투입인원·편성효율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치로 확인되는 UPH만으로 노동강도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노동강도 강화 없는’이라는 기존 슬로건이 다소 모호하다는 것이다. 조창민 지부 사무국장은 “같은 UPH라도 연간 290일, 300일씩 일할 때 느끼는 노동강도와 연간 230일 정도만 일하면서 느끼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그러니 '10+10'에서 '8+8'로 가면서 일정 부분 UPH를 올려도 노동강도 강화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주간연속2교대제를 실시하면서 생산량 만회를 위해 일정 부분 UPH를 올릴 경우 조합원들은 당초 노조 요구안과 달리 노동강도가 강화된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집행부 입장에서는 설비투자와 인력충원 등이 전제될 경우 엄밀한 의미에서 노동강도가 강화됐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노동강도 강화 없는’ 이라는 표현 대신 ‘기득권 저하 없는’ 이라는 포괄적 표현을 통해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29일

이정희 기자  goforit@labortoday.co.kr

기획연재-현대차 교대제 집중분석 2

'기조'와 '요구안'은 조응하나

“생선 꼬랑지부터 삼킨 꼴, 곳곳이 가시밭길”

 
연재순서
� 막연한 기대 혹은 불안
� ‘기조’와 ‘요구안’은 조응하나
� “10+10 임금이 마지노선”…기준이 뭔가 : 쟁점분석- 임금과 노동시간
� 노동시간 줄이자면서 특근 허용? : 쟁점분석- 물량과 부품사∙비정규직
� 과연, 내년 1월 실시 가능한가
 
 
“생선을 먹을 때 대가리부터 입에 넣어야 쏘옥 들어갈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 논의를 보면 꼬랑지부터 삼키는 꼴입니다. 대가리까지 먹으려면 중간 중간 수많은 가시가 목에 걸리지 않겠어요. 이것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근무형태를 왜 바꾸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그저 '8+8' 직도입이냐, '9+9' 혹은 '9+8' 같이 과도기를 둔 뒤 '8+8'로 갈 것인가, 만회해야 하는 임금수준이 OT 23%냐 OT 10%냐, 이런 건 다 지엽적인 문제입니다.”

‘어떻게 하면 접점을 찾을 수 있겠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뭔가 번지수를 잘못 찾은 느낌이었다. 주간2교대제를 상수로 두고 임금·물량 만회방안에 대한 노사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돼 있던 기자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반일효 전 현대차노조 정책실장의 설명은 이랬다. ‘노동시간을 줄이더라도 임금을 보전받기 위해 어느 정도의 물량을 만회하자’는 식의 논의가 계속 진행되면 주간2교대제 실시는 불가능한 일이 되거나, 타협이 되더라도 임금과 물량을 맞바꾸는 식의 졸속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밀고 당기기 식으로 접점을 찾아서는 곤란하다. 다시 제대로 된 출발선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간2교대제는 선택지 중 하나일 뿐”

이같은 문제제기는 주간2교대제를 단지 근무형태 변경 프로젝트로 볼 것이 아니라 실질 노동시간 단축 프로젝트로 추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출발한다. 장시간 노동, 높은 변동급 비중에 따른 임금의 불안정성과 불균형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과연 몇 시간을 노동하는 것이 적정한지, 임금을 어느 수준에서 어떤 체계로 구성할 것인지, 해외공장까지 포함해 현대차 전체의 물량을 어떤 비율로 나눠 생산할 것인지 등에 대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묻고 함께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 전 실장은 “지금 얘기되는 것을 보면 컨베이어를 타는 노동자들의 심야노동을 없앤다는 명분밖에 없고 거기에 집행부가 실질임금은 삭감되지 않도록 한다니까 조합원들은 ‘앞으로 야간 안해도 (지금 받던) 임금 받을 수 있겠네’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합의가 되면 우리 조합원들은 술 먹고 다니다가 협력업체 노동자나 비정규 노동자들로부터 얻어터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대제 개편이 정규직의 배부른 투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생산직 주야맞교대자들의 근무형태를 바꾸는 것부터 논의를 하다보니 일반직이나 연구직, 같은 생산직이더라도 상시주간만 하는 조합원들은 애당초 '내 문제도 아닌데 덤터기 쓴다'는 식의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 아니면 전혀 관심을 두지 않거나.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생산직들의 근무형태를 변경하더라도 임금을 일정 수준에서 보전하고 체계를 바꾸면, 자신들은 가만히 있다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시간과 임금의 적정 수준에 대한 공론화를 전제로 적정 노동시간을 통해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을 확인한 뒤 이에 부합하는 근무형태를 사업부별 특성, 조합원들의 선호도, 고령화 정도 등을 감안해 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 전 실장은 “그래야 조합원들이 교대제에 대한 수많은 방안을 놓고 취사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장라인에 비해 많은 물량을 생산해야 하는 엔진·변속기 쪽에는 4조3교대가 필요하겠죠. 고령자들은 야간 뛰기 힘드니까 주간연속2교대를 고려할 수 있겠고, 할증률이 높은 심야근무를 원하는 사람들은 심야노동이 불가피한 공정을 원하지 않겠습니까. 다양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공장 안과 밖, 두루 검토해봐야 ”

현대차 정규직뿐 아니라 사내하청·협력업체·실업자와 지역사회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각 현장조직 정책담당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우선 사내하청 노동자와 관련, 대폭적인 시설투자를 통해 기피공정 문제를 해결한 뒤 여기에 투입된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이후 직무 로테이션이 가능하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한 현장조직 관계자는 “회사로 볼 때는 다기능화 측면이 있고, 노동자로 볼 때는 고용형태를 떠나 어렵고 힘든 기피공정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근골격계 등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설비투자·자동화·공정개선 등을 통해 단위시간당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유인력과 실업군에 있는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도록 신규공장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를 통해 '8+8'로의 시간단축에 따른 부족물량을 만회하는 한편 시장이 요구하는 만큼 생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공장별 물량 편차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 다른 현장조직 관계자는 “노동계급 전체의 이해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려한 종합적인 안을 내지 않으면 배부른 노동자라는 소리를 또 들을 수밖에 없다”며 “현차노조가 귀족노조를 넘어, 일도 안 하고 돈은 더 내놓으라는 황족이라는 비난을 넘어, 이 사회에서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놈들로 몰릴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전제는 '장기적 고용안정 확보'

대다수 현장조직들은 회사가 장기적인 고용안정 전망을 확고하게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5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주최로 열린 주간연속2교대제 관련 토론회에서도 제기된 방안이다. 엄교수 지부 정책연구위원은 “현대차에서 2교대제든, 비정규직문제든, 물량문제든 노사관계를 제대로 풀기 위해 가장 첫 번째로 할 일은 고용에 대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확실한 방법은 정몽구 회장이 직접 평생고용 보장을 약속하는 것이고, 이를 근거로 현대차그룹 산하 노사 간 고용안정 확약서를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 위원은 또 평생고용보장 기금으로 총 1조원을 마련할 때까지 회사측이 매년 1천억원씩 출연, 갑작스런 경기변동에 따른 구조조정시 조합원들의 생계자금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조합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줄이는 장치를 확고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적어도 20만대 생산이 가능한 신설공장을 국내에 짓는 것과 함께 해외공장과 국내공장 간 생산물량을 일정 비율로 규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해외공장 생산확대에 따른 국내공장 물량축소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공장에서 생산·수출하는 대수와 해외공장에서 생산해 해당국가나 인접국가에 판매하는 대수는 올해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44만8천대에서 2007년 90만대로 늘어난 해외생산 대수는 회사 계획대로라면 2008년 131만대로 늘어나 국내공장 수출물량(113만대)을 추월하게 된다.

클릭 같은 소형차 생산기지는 이미 인도공장으로 옮겨갈 채비를 갖췄다. 또한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쏘나타 생산으로, 같은 차종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아산공장의 경우 북미 수출 물량이 10만대가량 줄어들었다. 앞으로 체코공장이 완공돼 인도와 함께 유럽시장 수출 전진기지로 나선다면, 국내공장의 수출물량은 더욱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미국 앨라배마공장이나 중국 북경공장이 가동시간을 줄일 만큼 판매부진에 시달렸다. 자칫 무분별한 해외투자 확대부담이 결국 국내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측이 국내공장 물량을 차근차근 줄여나가 물량 만회에 대한 부담 없이 '8+8' 근무체계를 완성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와 관련, 노동조합이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고용문제와 관련, 정규직은 물론 사내하청·한시하청·부품사 노동자를 모두 포괄하는 총고용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안태호 현장공동투쟁위 정책부장은 “첫 번째 요구는 일자리 창출과 총고용보장”이라며 △외주화 반대 △신규공장 증설을 통한 정규직 충원 △그래도 남는 비정규직과 2·3차 한시하청은 현대차가 직고용 △비정규직과 부품사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등이 전제된 실노동시간 단축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노동시간 단축 과정에서 노동계가 견지해야 할 노동의 원칙과 기조는 회사쪽 입장과 180도 다르다. 채균식 민혁투 정책부의장은 “지도단위는 이러한 노사 간 시각차를 하루빨리 표면화시켜 조합원들이 쟁점이 무엇인지 올바로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지도단위는 정치적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대중적 공감대 형성 과정에서 지도단위가 아니라 각종 특위나 제3의 기구나 인자를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상자기사 참조>

 
 

2차례 대의원대회 끝에 요구안 마련

민투위 계열인 현 집행부도 다른 현장조직들이 강조하는 대목을 크게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단협에 명시된 시행시기가 이제 8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나치게 무리하고 방대한 요구를 할 경우 합의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지부 차원에서 ‘관장’ 가능한 영역으로 요구안을 압축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지부 집행부는 지난 21일 임시대의원대회에 제출한 요구안에 대해 적지 않은 문제가 제기되자 현장제조직 간담회, 운영위원 간담회 등을 거쳐 25일 재개된 대의원대회에서 집행부 안을 수정해 제출했다. 이 방안에는 21일 당시 제기됐던 지적, 즉 신규공장 설립과 공장 합리화 요구, 비정규직 임금체계, 부품사에 대한 요구 등이 삽입됐다.<표 참조>

<상자기사> 전문위원회, 1년 가동됐지만…
현대차지부 ‘해산 검토’ 공식 언급

사실 노사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3자 위원회'는 이미 설치·운영되고 있다. 처음 제안된 것은 지난 2006년 박태주 한국노동교육원 교수를 중심으로 작성된 ‘현대자동차 노사관계 진단과 대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서다. 당시 연구진들은 누적된 불신 때문에 노사 당사자만으로 노사관계 개선을 추진하기 어렵다면 제3자가 개입해 변화 방향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진들은 특히 변화의 계기를 주간연속2교대제에서 찾았다.
 

이에 따라 노사는 2006년 단체교섭에서 ‘근무형태 변경 추진팀과 연계해 노사 동수로 추천한 전문위원회를 꾸리고, 임금제도 개선(월급제 포함) 방안을 추가해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이전까지 협의를 완료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전문위는 지난해 2월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집행부가 중앙파 계열인 민주노동자회(민노회)에서 현장투쟁을 강조해 왔던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민투위)로 교체되면서 전문위를 둘러싼 분위기도 조금 바뀌었다. 전문위원들은 당초 노사 각 5명씩으로 구성됐으나 현대차지부 1대 집행부 시절인 지난해 5월 노조 추천 전문위원 2명이 추가됐다. 결국 한 달에 한 번 개최키로 한 본회의는 지난해 10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급기야 최근 들어 지부 집행부는 ‘전문위 해산’까지 언급했다. 또한 지부 신문이나 대의원·현장위원 간담회 등에서 전문위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유는 내용과 형식, 두 가지 측면에서 언급되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전문위가 ‘고용-생산유연성’ 빅딜을 주장하면서 노동자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 회사 입장을 대폭 수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점, 노동현장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계산적·학자적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형식적으로는 전문위가 노사 직접교섭으로 풀어야 할 문제에 어설픈 조정자로 나서면서 노사 직접대화를 가로막아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강훈 지부 정책기획실장은 “전문위 때문에 노사가 직접 만나 얘기할 타이밍을 놓쳤다”며 “전문위에 맡겨서는 올해 역시 아무 것도 안 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우리가 직접 안을 만들어 회사와 교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문위 설립을 주도했던 민노회를 비롯한 몇몇 현장조직들은 전문위의 긍정적인 역할은 인정하면서도 원래 목적했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전문위 설립 합의 당시 집행간부였던 반일효씨는 “전문위에 요구한 것은 단순한 근무형태 변경이 아니라 임금·노동조건이 어떻게 짜여져야 하는지 A부터 Z까지 다 연구해 공론화시키고 노사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근무형태 변경과 관련한 쟁점사항이 많고, 그것들이 다 맞물려 있기 때문에 어떤 특정방안을 먼저 내놓고 논의할 경우 자칫 논의가 협소화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노사 완충지대로서 전문위가 노사 각각이 고려할 수 있는 모든 사항을 정리해 달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는 전문위 논의가 충분하고 풍부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전문위 안처럼 파편적으로 접근하면 얘기될 게 없어요. 결국 (전문위 안은) 폐기되고 말 겁니다. 전문위가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다가 뒷북을 때린 셈이죠.”
 

전문위에 대한 집행부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문위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현 집행부 단위들도 참여했음에도 시행일자가 임박한 현 시점에 와서 전문위 때문에 안을 못 만들었고, 회사와 직접 교섭하지도 못했다고 하는 것이 핑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현장조직 관계자는 “차라리 전문위 안을 공개하고 이러저러한 점에서 문제가 있으니 집행부는 이런 요구안을 내겠다고 하면 논쟁이 될 텐데, 이미 3불로 대표되는 최고 수준의 공언을 해온 집행부가 전문위를 묵살하려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문위와 관련한 노사합의서에 따르면, 노사가 전문위 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전문위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안을 공개할 수 없게 돼 있다. 어떤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가를 차치하더라도, 자칫 1년여에 걸친 전문위 활동이나 연구성과가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못한 채 그대로 묻힐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30일

이정희 기자  goforit@labortoday.co.kr

기획연재-현대차 교대제 집중분석 3

“10+10 임금이 마지노선”…어떤 기준으로?

또, 특근으로 물량 만회?…노조, 과도기 없는 '8+8' 체제 강조

연재순서
� 막연한 기대 혹은 불안
� ‘기조’와 ‘요구안’은 조응하나
� “10+10 임금이 마지노선”…기준이 뭔가 : 쟁점분석- 임금과 노동시간
� 노동시간 줄이자면서 특근 허용? : 쟁점분석- 물량과 부품사∙비정규직
� 과연, 내년 1월 실시 가능한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윤해모)가 요구하는 주간연속2교대제 근무형태는 현행 주간 10시간에 야간 10시간, 이른바 '10+10' 체제를 곧바로 '8+8'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지부 집행부가 지난달 25일 확정한 요구안에 따르면 오전반은 6시40분부터 오후 3시20분까지, 오후반은 3시20분부터 밤 12시까지 일을 하는 형태다. 관행처럼 해 오던 잔업 2시간이 없어지는 대신 점심시간은 1시간에서 40분으로 20분가량 짧아진다.

이럴 경우 당장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생산량(물량) 감소다. 회사는 전체 공장 시간당 생산대수인 417.1 UPH로 계산할 경우 연간 26만5천대가 줄어들며, 이에 따라 1년 매출액이 4조8천억원 감소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부도 이를 감안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개 조합원들은 물량을 고용·임금과 등치시켜 생각한다. 또한 물량이 줄어들게 되면 현대차에 납품하는 수백 개의 협력업체에 대한 발주량 감소를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칫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윤해모 지부장은 “문서로 남기지는 않았지만 주간2교대제 합의의 전제는 물량보전”이라며 “몇 십만대 고객을 포기하면서 노동자 건강을 위해 2교대제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를 보완하는 안이 과도기 특근 허용 방안이다. 실제 지금도 공장 간 물량 차이는 있지만 많은 곳은 한 달에 특근을 8회나 해야 할 정도로 물량이 넘쳐난다. 현대차의 지난달 근무계획을 보면, 1공장과 4공장을 제외하고는 적게는 2회에서 많게는 8회의 특근 계획이 짜여져 있다.<표 참조>

지부는 UPH를 지나치게 올리지 않고도 생산량을 만회할 수 있도록 설비투자할 것을 회사에 요구하면서 일정 기간 동안 특근을 통해 생산량을 보전하겠다는 복안이다. 집행부는 노동시간 총량제를 도입, 매년 노동시간 상한선을 줄여나갈 것도 고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9년에는 연간 2천500시간 이상 노동하는 사람이 없게 하고 2010년 2천400시간, 2011년 2천300시간, 2012년 2천100시간, 2013년 1천920시간 등으로 상한선을 낮춰가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8+8' 근무형태가 도입되는 2009년부터 특근 개수 상한은 매년 월 6회, 5회, 3회, 2회로 줄어든다. 2013년이면 주말 특근이 하나도 없는 ‘8+8’ 근무형태가 전면 실시된다. 따라서 지부는 노동시간 총량제에 근거해 특근 횟수를 제한하는 선에서 최대한 기존 물량을 맞추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특근을 논의대상에서 빼야 한다?

이같은 집행부 의견에 대해 두 가지 측면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생산량 보전논리에 자꾸 빠지게 되면 결국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보전해야 할 생산량의 기준이 뭔지, 그것이 왜 보전돼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려가 선행돼야 한다.<4회분 참조>

둘째는 부족 물량을 ‘특근’으로 만회하겠다는 것은 결국 특근을 통해 추가 임금을 더 받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실질 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또 다른 임금인상 투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노사전문위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8+8'로 바로 못 가는 이유는 물량 보전이 안 되기 때문이다. 협력업체 문제도 있고 임금보전 문제도 걸려 있다. 회사가 물량을 줄이면서 2교대제를 실시하지도 않겠지만, 다른 기업들 눈치 보느라 못해준다. 한마디로 비현실적이다. 그런데 노조는 특근 많이 해서 보전하겠다고 한다. 정말 속 보이는 일이다.”

그래서 전문위가 제기하는 방안은 '9+9' 혹은 '8+9'와 같은 과도기적 근무형태를 거쳐 '8+8'로 가자는 것이다. 예컨대 회사가 올해 제시한 생산계획이 180만대인데, 휴일 특근을 통해 생산되는 물량을 뺀 나머지 174만대를 생산하려면 과도체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과도기에는 설비투자와 UPH 상승이 전제돼 있고, 덧붙여 15만대가량 생산이 가능한 별도 공장, 이른바 '모델공장'을 신설하자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지부 집행부나 대다수 현장조직들은 '8+8' 직도입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또한 직도입을 하더라도 오전반과 오후반 사이에 여유시간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가 주장하듯이 기계장비 점검 등의 이유로 여유시간을 둘 경우 자칫 연장근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오룡 현장연대 부의장은 “오전-오후반 간 갭(차이)을 허용하게 되면 노조는 임금보전을 위해, 회사는 물량보전을 위해 또다시 연장근무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8+8'로 갈 때 당분간 주말 특근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 경우 집행부가 강력하게 상한선을 정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장라인은 그렇다 치고…

특히 고려돼야 할 사항은 같은 생산직 시급제 안에서도 의장라인과 엔진·변속기와 같은 간접부서 간 조건이 다르다는 점이다. 먼저 설비에서 차이가 있다. 의장라인 1시간에 100대를 생산할 수 있다면 엔진·변속기 등은 평균 60~80대를 생산한다. 상대적으로 설비투자에 훨씬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데다 같은 차종이라 하더라도 가솔린·디젤 등과 같이 엔진의 종류가 달라 그만큼 변동성이 높기 때문이다.

쏘나타를 생산한다고 할 때 의장라인은 한 개의 플랫폼에 쏘나타 차체를 얹어놓고 조립을 하면 되지만 엔진파트는 같은 쏘나타라 하더라도 배기량에 따라, 엔진 종류에 따라 다양한 모델을 그때그때 의장라인에 공급해야 한다. 따라서 의장부서와 간접부서가 1대 1의 설비를 갖추기는 어렵다. 간접사업부 조합원들이 의장에 비해 더 장시간 노동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의장라인이 '8+8'로 갈 때 간접부서도 함께 '8+8' 근무만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현대차지부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장시간 공방을 했던 이유도 바로 간접사업부 대의원들의 반발과 우려 때문이었다. 이경훈 엔진사업부 대표는 “우리도 2교대제 해서 '8+8' 정취근무만 하고 싶지만 설비 대응이나 운영이 안 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8+8'만 하면 엔진물량이 없어 의장은 '7+7'밖에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간접파트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 없이 의장라인 중심으로 2교대제를 시행하면 나머지 부서가 소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집행부 방안은 다소 두루뭉술하다. 집행부가 지부 임시대대에 제출한 방안은 별도 합의나 부서별 합의를 통해 주간연속2교대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는 임시대대에서 요구안으로 확정됐다. 확정된 요구안은 이렇다.

"주간연속2교대제가 불가능한 공정과 업무부서는 도입되는 주간연속2교대제와 연동하여 각 공장 설비투자 확약서를 체결하고 노사별도 합의한다. 부서 세부사항과 공정 특수성 등의 문제는 부서별 단위에서 실무협의를 통해 합의한다."

집행부 안에 대해 특히 간접부서 대의원들은 “모든 책임을 사업부에 돌리려는 듯한 방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고, 특히 집행부가 부족물량 만회방안으로 고려했던 상시야간반 운영(24:00~06:40)에 대한 비난이 거셌다.<상자기사1 참조>

엔진사업부 주용관 대의원의 말이다. “우리가 승용(의장라인)하고 똑같이 '8+8'로 가려면 장비든, 인원이든 둘 중 하나는 보충이 돼야 한다. 집행부는 상시야간조를 투입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은 조합원 아닌가. 심지어 비정규직으로 상시야간조를 꾸리겠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우리 좋으라고 비정규직을 심야에 투입하는 게 말이 되나.”

이와 함께 생산직 시급제가 아닌 일반직, 즉 주간에만 근무(08:00~17:00)하는 노동자들의 근무형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집행부는 생산과 연동이 되는 경우에만 생산직과 함께 주간2교대제를 실시한다는 안을 내놓았는데, 이에 해당하는 일반직과 상시주간조가 어디까지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집행부 안에 대한 현장조직의 평가는 비판적이었다. 요구안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고, 지나치게 맞교대 생산직, 그것도 의장라인에만 초점을 맞춘 방안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현장조직 관계자는 “전체 조합원들의 다양한 근무형태·임금체계를 다 연동시켜 생각해야 하는데 집행부 안에는 그런 고려가 없이 의장부서 생산직 근무형태 변경방안만 내놓고 여기에 모든 것을 짜맞추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고질적인 병폐로 제기되고 있는 공장 간 물량편차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결국 물량이 넘치는 공장은 특근으로 만회하고 모자라는 곳은 싸이클 타임을 늘려, 즉 UPH를 다운시켜서 일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8시간 일해도 10시간분 임금”

근무형태 변경 못지않게 큰 쟁점은 임금이다.<상자기사2 참조> 다수 현장조직들은 단순히 임금수준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임금 개념을 새롭게 제기하는 과정으로 개편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른 현장조직 관계자는 “시급제가 어떤 모순을 안고 있는지부터 출발해서 어떻게 안정적인 임금체계를 만들 것인지, 여기에 직무와 연동한 임금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려해야 하고, 특히 노동력의 일부를 상실한 고령자 고용문제를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벌써부터 “적어도 '10+10' 수준의 임금은 받을 수 있겠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집행부가 이미 ‘실질 임금 삭감 없다’고 공언했고 요구안도 그렇게 냈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집행부가 개최한 주간연속2교대제 관련 토론회에서 집행부는 △현재의 주야맞교대(10+10)에 준하는 임금 확보 △오전반·오후반에 대한 할증률 마련 △O/T 23% 적용 등의 방안을 내놨다. 여기서 고정 O/T(Over Time 수당) 23%는 지난 96년 반장 등 일부 생산직에 일반직과 같은 개념의 월급제를 도입하면서 적용된 항목이었는데, 그 수준으로 맞춰달라는 것이다.

집행부 방안에 따르면 ‘10+10’에서 ‘8+8’로 노동시간을 줄였을 때 발생하는 임금 감소액은 생산직 시급제 평균 월 63만5천150원인데, O/T 23%를 적용하면 감소액은 월 20만7천244원으로 줄어든다. O/T 23% 적용을 전제로 오후반(22:00~24:00) 할증률 50%를 적용하면 감소액은 월 10만원대(11만5,113원) 수준으로 떨어지는데, 여기에 오전반(06:40~08:00) 할증률까지 포함하면 임금 감소액이 거의 없는 셈이다.

집행부의 고민은 현재 물량이 많아 특근을 과도하게 하는 공장, 특히 간접부서의 경우 현재의 임금을 전액 보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해모 지부장은 “현재 노조는 반장들 월급수준을 모델로 잡고 있는데 거기에다 특근 7~8개까지 보전해 달라고 하면 주간연속2교대제로 가기 어렵다”며 “많이 받던 사람들은 집행부 안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설득하면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부의 논의 과정이 상당히 위험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이미 ‘10+10 수준 임금보전’이 기정사실처럼 굳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안을 꺼내 심도 깊은 논의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차단됐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체 임금의 70%든 80%든 통상적인 고정임금을 정하고 근속연수에 따른 직무숙련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나머지 임금이 산정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데 집행부는 이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조합원들의 고령화 추세, 배치전환과 같은 내부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등을 감안하면, 주간연속2교대제는 임금설계를 다시 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10+10 수준의 임금’이라고 조합원들이 인식하는 순간, 이 문제를 꺼내기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공장 간 물량 편차에 따른 임금 불균형, 간접부서 쪽의 과도한 초과노동에 따른 상대적 고임금 문제를 이번 기회를 통해 바로잡아야 하는데 집행부 접근방식대로라면 풀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체 공장의 생산직·일반직을 따지지 않고 서로가 정당한 근거 하에 동의할 수 있는 임금체계를 먼저 설계한 뒤, 임금수준을 올리는 문제는 이후 투쟁과제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상자기사1> 심야노동 없애자면서 상시야간조 투입?
“물량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야간조는 인간도 아이가”

상시야간조에 대한 집행부의 입장은 한마디로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설비투자를 한다고 해도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고 아무리 특근으로 부족물량을 만회하려 해도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조강훈 지부 정책기획실장은 지난달 20일 엔진사업부 대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엔진 같은 간접부서도 의장라인과 같이 주간연속2교대제를 실시하고, 부족한 물량은 설비투자를 전제로 최대한 주말 특근을 통해 해소하되 그래도 안 된다면 상시야간조를 일정기간 동안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집행부는 궁여지책임을 강조했지만 대의원들의 반발은 거셌다. 한 대의원은 “심야노동을 폐지하기 위해 주간2교대를 실시한다면서 상시야간조를 투입하겠다는 것은 그 취지를 무색케 하는 일”이라며 “무척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대의원은 “사전에 심도 있게 조사해서 설비투자가 필요한 곳은 설비투자를 한 뒤 전체 공장이 함께 주간2교대제로 가야 하는데, 이제 와서 물량을 맞추기 위해 한시적으로든 뭐든 심야노동이나 주말특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집행부 얘기는 이율배반”이라고 지적했다.
 

거친 얘기도 나왔다. “우리 좋으라고 누구한테 상시야간 근무를 시킬 수 있나. 우리가 야간하기 싫어서 주간2교대제 가는데 우리 빈자리에 비정규직이든 뭐든 상시야간조가 투입되면 그 양반들은 인간도 아이가.”
 

하지만 조창민 지부 사무국장은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생산공장(의장라인)은 2교대제를 하지만 엔진·변속기 등은 3조2교대나 4조3교대 혹은 상시야간조 투입 등을 허용하고 있다”며 “처음에도 잘 이해가 안 됐는데 막상 도입하려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의장라인에 물량대기가 쉽지 않은 조건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상자기사2> 대체, 임금이 얼마길래?
기본급 30%도 안 돼…잔업·특근에 월 120만원 ‘왔다 갔다’

올 1월 기준으로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는 노동자들(4만3천683명)이 한 달에 받는 임금은 평균 520만5천738원이다. 주야맞교대를 하는 생산직 시급제 조합원들(2만6천406명)은 평균보다 약간 높은 524만4천859원. 액수로만 따지면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 217만5천원(노동부 2007년 사업체근로실태조사)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많고, 비정규직 평균임금(117만5천원)에 비해서는 무려 5배가량 많다.
 

그런데 임금 구성내역을 보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그림> 현대차 생산직 시급제 노동자들의 임금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율은 4분의 1을 조금 넘긴 28.9%다. 통상급까지 포함해야 33.5%가 된다. 그 액수는 181만8천466원. 여기에 상여금 월할분(127만8천609원)을 더해야 월 고정임금으로 309만7천75원을 받을 수 있다. 임금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7.1%이다.
 

나머지 42.9%는 평일 연장근무·휴일특근 등을 해야만 받을 수 있다. 같은 생산직이라도 공장 간 물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평일 2시간씩의 연장근무와 휴일 특근(오후 5시~다음날 오전 8시)을 해서 받는 임금은 122만9천284원으로, 총액 대비 22.7%나 된다.
 

물량이 부족해 '8+8' 정취근무만 할 경우 별도 근무에 따른 임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잔업·특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이를 제외한 20.3%는 기타 임금으로 연월차·성과급·일시금·기타수당 등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지부 집행부는 시급제가 아닌 월급제로의 임금체계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06년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과 연계해 2009년 1월부터 생산직 월급제를 실시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부는 ‘(8+8)+주야 할증률+ OT 23%’를 뼈대로 한 월급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OT 산정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을 어느 수준까지 볼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집행부 안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기본급+근속수당+복지수당+통합수당+개인연금+직무수당’인데, 여기에 덧붙여 기본급과 통상급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직무수당과 교대수당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번 요구안에 교대근무수당 3만원 인상을 포함시켰다. 지부는 그러나 직무수당과 관련, 직무조사를 통해 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적절한 업체’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5월 2일

기획연재-현대차 교대제 집중분석 5

주간연속 2교대제, 과연 내년 1월 실시 가능한가

노동진영 논의시간 넉넉지 않아…전문가들 "시간단축 '의도' 분명히 해야"

 
연재순서
� 막연한 기대 혹은 불안
� ‘기조’와 ‘요구안’은 조응하나
� “10+10 임금이 마지노선”…기준이 뭔가 : 쟁점분석- 임금과 노동시간
� 노동시간 줄이자면서 특근 허용? : 쟁점분석- 물량과 부품사∙비정규직
� 과연, 내년 1월 실시 가능한가
 
 


회사로서야 지금의 근무형태를 굳이 바꿀 필요가 없을 듯하다. 주야 각 2시간씩 연장근무를 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어 언제든 거의 하루 24시간씩 일을 시킬 수 있고, 물량을 많이 뽑아내야 한다면 한 번에 15시간씩(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주말특근을 시키면 된다.

시간당 생산대수(UPH)나 편성효율이 현대차 중국공장보다 낮아도, 강한 노조 눈치(?) 보느라 회사가 이를 자체적으로 높일 수 없는 것은 눈엣가시 같은 것일 테지만 그나마 장시간 일을 시킬 수 있다는 게 어딘가. 물량이 없으면 8시간만 시키면 되니 이 또한 얼마나 탄력적인가. 조합원들은 이미 ‘고용’을 물량·노동시간·임금과 등치시켜 이해하고 있다.

물량조정, 즉 노동시간 조정의 주도권은 언제나 회사측에 있는 셈이다. 각 공장별 물량 편차를 제때 조정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겠지만, 물량 있는 곳은 있는 대로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하겠다고 나서는 데다, 없는 곳은 없는 대로 임금을 덜 주면 되니까 썩 밑지는 장사도 아니다. 공장마다 서로 물량을 달라고 아우성이니 생산계획에 큰 차질이 없는 한 회사가 적절히 ‘관리’할 여건도 마련돼 있다.

특히 시급제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일한 시간만큼 분 단위로 쪼개 임금을 주는 것만큼 확실한 노동통제가 어디 있겠는가. 노조는 월급제로 전환해 물량·노동시간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임금을 보장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회사가 먼저 나서 ‘달콤한 기득권’을 포기할 리 만무하다.

사회정치적인 여건도 회사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후보자 자격으로 울산을 찾아 “현대차는 지난 20년 동안 여러 번 파업해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민 모두 걱정하고 있다”며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런 정치노조·강성노조·불법파업을 없애겠다”고 호언했다. 회사로서는 이만한 응원군이 없을 테다. 이 대통령은 당선된 이후 GM대우차 부평공장을 방문해서는 “노는데 월급을 줄 수 있느냐”고 했다.

이명박 정부의 이런 강경한 태도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지부장 윤해모)의 ‘기득권 저하 없는’ 주간연속 2교대제 요구와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협력업체에서는 사용자뿐 아니라 노동자들도 현대차의 주간연속 2교대제로 물량이 축소될까 우려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 협력업체 노사의 반발은 지부 주장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중요한 계제가 될 수 있다.

그런 자신감 때문일까. 회사는 지난 2005년 단체교섭에서 2009년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한다고 합의했지만, 이후 3년 간 단협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확인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회사 중역이 과장급 이상 관리자들과의 간담회나 1차 협력업체 대표가 모인 자리에서 '내년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더라, 수준의 ‘카더라 통신’만 간간이 들리는 게 전부다.

막연한 기대심리, 어떻게 현실화하나

노조로서야 이런 식의 회사 태도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20여년의 노사관계에서 충분히 봐 왔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는 말을 꺼내지 않아도 어차피 노동시간 단축은 항상 노동진영이 제기하고 관철했던 사안이다.

중요한 것은 노동시간 단축이 어떤 ‘의도’로 제기되느냐다. 현대차 노사는 2003년 법정 노동시간 단축에 앞서 주 40시간제에 합의하는 역사적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그 결과가 실질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라 주말특근이라는 과도한 노동, 이를 통한 임금만회로 이어졌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노동진영에 요구되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이 정말 절박한가, 하는 점이다. 당위로서가 아니라 조합원들의 현실적 요구로 그런가 말이다. 조합원들이 ‘임금삭감 없는 하루 2시간 단축’이라는 프레임을 갖고 주간연속 2교대제를 보고 있다면, 그 프레임이 훼손될 경우 그들은 누구를 원망할까.

노사관계 전문가 A씨의 말을 들어보자.

“현대차 조합원들은 고령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경제학적으로 임부르주아먼트(embourgeoisement), 즉 중산계급화, 안정희구세력화하고 있다. 갈수록 실리주의, 그것도 단기 실리주의에 빠지고 있다. 반면 노조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노조의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비근한 예로 지난해 ‘한미FTA 반대파업’에 대한 반대여론, 무분규로 마무리된 2007년 임금협상 등을 언급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나마 노조가 힘이 있을 때 좀 더 노동 진영의 요구가 반영된 근무형태·임금체계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부 집행부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09년 말까지 13년 동안이나 유예돼 왔던 기업 단위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이명박 정부 하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전에 묵은 숙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간 2교대는커녕 ‘시장에 의한 조정’에 휘말릴 수도

만약 별다른 조치 없이 2~3년이 흐른다면 노동시간 단축이 문제가 아니라 '시장에 의한 조정(coordination by market)'에 휘말릴 수 있다. 고용·임금·노동과정이 걷잡을 수 없이 유연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명박 정부의 핵심 타깃 중 하나는 대기업 정규직노조다. 조합원들의 고령화는 회사 입장에서 구조조정의 유인으로 작용한다. 회사로서는 고령화 현상이 곧 낮은 생산성 대비 높은 임금과 자녀 대학 학자금 지급과 같은 복지비용 등 고비용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조합원들의 막연한 기대수준에 부합하려 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이익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과 같이 공장별 물량 편차조차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낮은 연대성’은 조합원들이 개별화되면 될수록 더욱 느슨해질 수밖에 없고, 그 거리감만큼 자본이 치고 들어오면 올수록 더더욱 노동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공장 내 연대성뿐만이 아니다. 당장 생산라인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와 협력업체 노동자들 간의 연대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노동운동 진영은 시장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을 시장과 똑같은 방식으로 배제해 왔다. 시장 배제자를 포섭하지 않았든, 혹은 못했든 간에 기존의 운동을 바꾸기 위해 산별노조 운동이라는 흐름을 만들고는 있지만 ‘배제’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현대차의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부품사 동지들이 현대차 정문 앞에 와서 현대차지부를 상대로 데모하게 할 수 없으니 노동시간 단축으로 물량을 줄이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 즉 같은 금속노조 조합원으로서 욕 먹기 싫으니 자본이 원하는 방식(물량보전)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궤변 같은 주장도 곱씹어봐야 한다.

‘사회책임경영 선언’과 근무형태 변경

그러나 모든 상황이 노조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횡령과 비자금 조성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던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최근 대법원의 파기환송조치에 따라 조만간 재판대에 다시 서야 하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이와 때를 같이해 현대차그룹은 사회책임위원회(위원장 정몽구)를 만들고 ‘사회책임경영 선언’을 발표했다. 핵심은 ‘노사관계 안정과 부품사의 동반성장’이다.

노조에는 호기일 수 있다. 박유기 전 현대차노조 위원장은 “비록 재판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급조된 것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정몽구 회장이 내세우는 노사관계 안정과 부품사 동반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요구하고 공세적인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며 “그 시작이 실질 노동시간 단축,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 금속 중앙교섭 참가 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부영 민주노총 울산본부장도 “대법 파기환송 3개월 내에 고법에서 새로운 형량을 선고해야 하는데 우연하게도 현대차지부 임투와 주간연속2교대제 확정 합의 타결시기와 맞아 떨어진다”며 “이 시간을 십분 활용해 사회적책임 차원에서 ‘98년 정리해고 사과’와 ‘정규직-비정규직 총고용 보장’에 대한 사회적 선언을 추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놓고 1년 넘게 연구를 진행한 노사전문위 논의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지부 집행부는 ‘전문위 해산’을 언급할 정도로 전문위에 대해 부정적 태도<2회분, 상자기사 참조>를 취하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회사 편향적이고, 형식적으로는 노사 간의 직접대화를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일단 전문위의 논의내용이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회사 편향적인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지난해 10월 이후 노사 당사자들과 전문위원이 참여하는 본회의가 노사 양측의 거부로 5월 현재까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문위를 활용해 추진하려 했던 근무형태 변경과 관련한 ‘종합적인 내용의 공론화’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거의 매월 2~3차례씩 회의와 토론을 통해 전문위에서 진행·검토된 연구결과는 1차 중간보고(근무형태 변경 관련 노사 간 쟁점 정리) 외에 해외업체 벤치마킹, 현대차 생산방식에 관한 연구, 교대제 변경안에 대한 보고서 등이 있다. 전문위의 한 관계자는 “노사 모두 전문위를 비판하고 있지만 세부내용을 놓고 논의할 때는 전문위 안이 기초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전문위 보고서는 노사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해 도출된 내용인 만큼 ‘밀고 당기기’ 식의 노사교섭 전에 모든 내용을 보따리 풀듯 꺼내놓고 다양한 고려사항을 살피는 것도 교섭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교섭은 어떻게

지부는 지난달 25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관련 요구안을 확정했다. 이제 모든 관심은 현대차 노사의 교섭이 어떤 수순을 밟아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에 쏠려 있다. 올해 교섭은 산별노조로 전환하기 전과 다르고, 산별로 전환했더라도 지부교섭을 인정했던 지난해와 다르다.

올 들어 금속노조는 지난달 29일까지 3차 중앙교섭을 진행했지만,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업계는 한 차례도 중앙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금속노조는 완성차 4사에 대각선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 따르면 금속노조와 현대차는 오는 9일 상견례를 갖게 된다.

당초 금속노조는 몇 차례 진행된 대각선교섭에서 불성실 교섭이 이뤄지거나 요구안에 대한 의견차가 클 경우 5월 중순이나 말께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부의 요구안 확정이 늦춰짐에 따라 자연 이 일정은 순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창민 지부 사무국장은 “올해 교섭일정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금속노조 본조의 중앙교섭 일정대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공식 교섭 외에 기존에 운영해 왔던 근무형태변경추진위 등에서 실무작업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자기사1> 시범공장, 차라리 울산에서 하자?
“다른 공장·업체와 연관성 크면 시범실시 어렵다”…“리허설은 본고장에서”

올해 10월로 예정된 주간연속 2교대제 시범실시 공장과 관련, 당초 노사가 합의한 전주공장이 아니라 울산공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모락모락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누구도 선뜻 나서 얘기하긴 곤란하다. 전주공장 시범실시가 단체협약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단협대로 하자니 전주공장 시범실시로는 전체 공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살펴보자는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 것 같고, 기존 단협 내용을 파기하고 울산에서 시범 실시한다는 합의를 다시 하자니 관련절차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현행 단협에는 '전주시범공장 운영 세부사항을 08년 상반기 중 별도 합의하여 08년 10월1일부터 시범운영한다’고 돼 있다. 합의안 마련 기한이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시기적으로 빠듯하다. 특히 임금체계는 지부교섭에서 가닥이 잡혀야 전주공장에 적용할 수 있지만, 지부교섭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일각에서는 임금·물량·협력업체 영향·생활패턴 등 전체 공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주공장보다 울산공장이 적격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집행부로서는 펄쩍 뛸 일이다. 이미 지난해 교섭에서 마련한 내용인 데다, 노사가 별도 팀을 꾸려 시범실시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창민 지부 사무국장은 “전주공장이 인원이 적고 다른 쪽과의 연관성·포괄성이 낮아 임금체계·수준만 합의되면 생산량 합의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전주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집행부는 시범실시가 이뤄지는 전주공장 버스사업부 현장대표를 별도 교섭팀원으로 추가해 논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장조직들은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한 전직 대의원은 “민투위 집행부에서 전주공장을 시범공장으로 한다고 합의했을 때부터 ‘이 집행부는 2교대제 할 생각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주공장이 상용차 공장인 데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협력업체들이 대부분 위치해 있으며 전주시나 전라북도의 지원 등을 감안할 때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2009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전에 다양한 문제점을 살펴본다는 시범실시의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전직 집행간부는 "회사는 현재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전주공장 상황을 감안해 주간 2교대제로 가면서 시간도 줄이고 임금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물량 감소로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임금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형성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행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전주공장 시범실시를 위한 별도 협상에 박차를 가해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이끌어내고, 전주공장 노동자들의 동의를 구한 뒤 예정된 일정에 맞춰 시범운영을 한다는 방침이다. 조강훈 지부 정책기획실장은 “전체적인 임금체계와 수준, 생산량 등이 합의되지 않으면 주간연속 2교대제 시범실시가 힘들 수도 있다”면서도 “내년부터 전체 공장에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각오로 일단 10월부터 전주공장을 시범운영하면서 임금 등은 (교대제 변경 합의 이후 그 내용에 준해)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자기사2> “조합주의와 노동계급 분열 극복 계기”
비정규직 활동가가 바라본 주간 2교대제

주간연속 2교대제에 대한 비정규직 활동가들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공청회가 지난 2월 말 열렸다. 울산노동자배움터가 주최한 이날 공청회에는 비정규직 활동가뿐 아니라 현대차 현장조직 중 하나인 공동투쟁위 활동가도 참석했다. 이념지향으로는 ‘좌파’로 분류되는 관계자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강진관 배움터 기획위원은 "주간연속 2교대제 투쟁은 한국의 노동자계급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하루 6시간, 주 30시간 노동과 생활임금 쟁취’와 같은 보다 공세적이고 계급적인 요구로 전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지 없는지 그 성패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합주의적 시야에 갇혀 완성차와 부품사,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열돼 왔던 노동자들의 투쟁을 전국적이고도 계급적인 단결투쟁으로 상승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 위원은 “주간연속 2교대 쟁취투쟁이 임박한 지금, 부품사·비정규 노동자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며 “그동안 민주노조운동이 조합주의적 경향으로 퇴보한 결과 이같은 상황이 초래된 만큼 주간연속 2교대 투쟁을 계급적 단결력 복원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인 이승희씨는 “현대차 자본이 주간연속 2교대제에 합의한 것은 시장상황과 물량 변동에 따라 자유롭게 해고하고 마음대로 전환배치해 임금마저 줄였다 늘렸다 할 수 있는 노동유연화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물량 만회를 전제조건으로 비정규직 상시야간조와 주말교대조 도입, 노동강도 강화, 생산성과 임금의 연계 등과 같이 노동자를 더욱 혹독하게 쥐어짤 수 있는 ‘지뢰’를 설치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나(노동시간 단축)를 양보하는 척하면서 지속적인 품질개선과 작업장 혁신, 가동시간의 증가라는 고성과 생산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회사측이 자본가에 길들여진 노조관료를 육성해 협력적 노사관계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씨는 △상시야간조 도입 봉쇄 △1일 8시간, 주 40시간 이상의 노동 전면거부(잔업·특근 완전 폐지) △탄력적 노동시간제 도입 저지 △노동강도 강화 전면봉쇄 △전환배치 확대 저지 △외주화 저지 등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규직·비정규직·부품사를 막론하고 모든 노동자들이 시급이 아닌 월급으로 생활임금을 받아야 하고, 물량 만회를 위한 신규공장 증설시 필요한 인원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통해 충원하는 한편 사내하청 제도를 폐지해 원청이 모든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협상과 타협에 연연하면 노동강도 강화, 실질임금 삭감, 비정규직 양산 등을 초래할 ‘무늬뿐인’ 주간연속 2교대제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5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