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이야기] 싸리나무
싸리나무를 추억합니다
누군가에겐 빗자루와 회초리였지만 어떤 이는 화롯불과 캠핑으로 추억합니다.
실용적(?) 기억이지요. 그렇습니다. 추운 겨울, 싸리나무 화롯불은 실내 온도를 한 겹은 더 두텁게 할 정도로
화력이 좋습니다. 산골의 겨울밤을 훈훈한 열기로 채우지요. 캠핑 때도 마찬가지! 별빛 잠든 캄캄한 밤,
싸리나무 가지를 태우면 톡! 톡! 소리와 함께 오로라 같은 불길이 일어납니다. 불멍 때리기에 더없이 좋지요.
신기하게도 싸리나무에 불을 붙이면 연기도 최소한에 그쳐 산행 때 조금씩 모아 두면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캠핑의 추억을 한 차원 높게.
싸리나무의 쓰임은 어느 한 부분에 그치지 않습니다.
바구니 등 농기구와 땔감, 나물의 재료가 되고 껍질과 꽃 씨앗은 귀한 약재로 씁니다.
나무를 태울 때 나오는 진액은 습진 치료에, 뿌리와 껍질은 알칼로이드, 플라보노이드, 사포닌 등이
풍부해 신장염, 동맥경화 예방에 좋습니다. 민간에서는 뿌리를 달여 독을 풀거나 열을 내리는
해열제로 활용했지요. 한방에서는 뿌리와 줄기 씨앗을 호지자(胡枝子)라 하여 봄 여름 가을에 채취
그늘에 말려 약재로 썼습니다. 씨앗은 기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른 봄에 나는 어린 순은 나물로 먹거나 떡의 재료로 썼습니다.
폭력에 대한 잣대가 엄격해지면서 가정과 학교에서 회초리가 사라졌습니다.
‘매’를 ‘애정과 관심’, ‘지도’, ‘사랑’으로 둔갑시켰던 먼 과거의 가정과 학교폭력!
그 행위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존경과 권위가 사라진 가정과 교단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매보다 아버지와 선생님의 권위가 더 무거웠던 시절!
그때가 떠오르곤 합니다. 물론,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 강병로 전략국장(강원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