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 서울에서 태어나서 줄곧 송파구에서 자랐다. 아기때는 연극, 미술관, 박물관 등 다양하게 돌아다녔으나 크고 나서는 여름에 바다나 해수욕장, 겨울에는 스키장을 가는게 휴가의 전부였다.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과 거리가 먼 나는 인하대에서 예비대학을 진행할 때에나 인천을 처음으로 방문할 수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가던 나는 창 밖을 보고 놀랐다. 낙후된 땅과 건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인천이면 그래도 서울과 가까운 편인데 인천이 이 정도라면 다른 지역은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입학 후 송도가 유명하다는 소식을 듣고 수인선을 타고 송도역에서 내렸는데
이러한 풍경이 날 반길 뿐이었다. 도로밖에 없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른 인천의 모습에 실망하고 한 학기동안 기숙사와 학교만 반복하며 지냈다. 여름방학이 되고 집에서 쉬며 동네 친구와 통화하던 중 갑자기 송도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알고보니 수인선 송도역과 센트럴파크가 있는 송도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던 것이다! 통화하던 시간은 새벽 3시였고 우린 자고 일어나서 바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아침에 만나서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너무 졸려서 잠들어버렸는데 깨어나보니 동인천과 몇정거장 안남은 곳이어서 동인천에 내려서 차이나타운을 구경하기로 했다.
차이나타운에서 카페도 들리고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다. 계획을 짜고 온 것이 아니다보니 어디로 갈까하며 걸어가는 도중 신포국제식당이 나와서 구경하고 떡볶이를 먹었다.
그 후에 월미도에 가려고 하다가 조금 더 가서 오이도에서 바다를 보기로 결정했다. 바다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나는 특히 바다를 좋아해서 겨울에도 놀러가면 손발이라도 꼭 담근다. 그런데 마침 오이도에 갔을 시간에 물이 빠진 상태라서 갯벌에 새들이 앉아있는 것과 작은 꽃게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물이 들어올 때쯤 밥을 먹으러 슬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바다까지 왔으니 당연히 해산물 아니겠느냐고 메뉴는 당당히 정했는데 식당이 워낙 많다보니 어느 집으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서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식당이름이 가장 인상깊은 ‘여기가 좋겠네’ 식당으로 갔다.
아무리 계획 없는 여행이라도 우리가 이곳으로 올 수 있었던 계기인 송도를 가보기로 했다. 센트럴파크역에서 내리니 이번에는 내리자마자 엄청나게 높은 건물들이 보였다. 전에 수인선에서와는 다른 느낌에 기대를 품었다.
센트럴파크역인 것처럼 정말 금방 공원이 등장했다. 센트럴파크는 송도가 왜 송도신도시로 불리는지 알게 해주는 곳이었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관리가 잘되어있고 깔끔하며 내가 살던 도시 서울과는 매우 다른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너무 피곤해서 잠들어버렸지만 그날은 친구와 나에게 모두 추억이 된 것은 분명했다. 과제 주제를 듣자마자 나는 이 경험이 떠올랐다. 그만큼 나에게는 비일상적인 하루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기억이생생하게 나는 것 같다. 항상 합리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살아온 나와는 다른 생활이었지만 오히려 마음가는대로 행동하니 내가 세운 계획의 틀 안에 갇혀 아등바등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서 좋았던 것 같다. 비록 그때는 가까운 인천으로의 당일여행이었지만 다음에는 부산으로 1박2일간 여행을 훌쩍 떠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