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야 날아라
솔이가 숙제를 들고서 일찍 도서관으로 찾아옵니다.
방학숙제 중 관찰학습을 하기로 했습니다.
현이와 나, 솔이와 윤주, 그리고 혜진이가 함께 관찰학습을 합니다.
‘잠자리’를 관찰하고 싶다고 하네요.
그런데 잠자리 '해부'를 하고 싶다는 군요.
도서관 앞에 날아다니는 잠자리가 많습니다.
살금살금 다가가다 보니 동요도 생각납니다.
잠자리 날아다니다
장다리꽃에 앉았다
살금살금 바둑이가 잡다가 놓쳐버렸다
짖다가 날려버렸다
잠자리를 관찰하겠다는 솔이는 무서워하면서도 돋보기를 들고 들여다봅니다.
혜진이 손에 꼭 잡힌 잠자리를 다섯 명이서 빙 둘러 바라봅니다.
우리의 시선이 얼마나 뜨거웠을까요.
잠자리를 더욱 편하게 관찰하기 위해 담을 곳을 찾았습니다.
비닐봉지를 빌리러 도서관으로 들어갔던 솔이가 돌아옵니다.
해리포터 선생님께서,
요즘 잠자리를 잡아 못살게 구는 아이들이 많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하셨답니다.
비닐봉지에 가두는 것보단 사진으로 살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 하셨답니다.
우리 편하고자 잠자리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던 짧은 생각을 반성합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사뭇 진지하게 잠자리를 바라봅니다.
잠자리를 찍은 사진을 확대해서 보고,
도서관에 있는 곤충도감을 모두 가져와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평소에 잡아서 죽이기만 했던 잠자리를 자세히 살펴보니 ‘생명’입니다.
날개를 자세히 살펴보고,
눈을 살펴보고,
다리가 몇 개인지,
살펴볼수록 살아 숨쉬는 생명입니다.
관찰 학습 후, 잠자리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리기 위한 임무가 떨어졌습니다.
잠자리 살리기 포스터 만들기.
일지 쓰기가 끝나는 대로 아이들은 포스터를 만듭니다.
어제는 설명회 포스터, 오늘은 잠자리 살리기 포스터.
아이들은 매일 활동하는 ‘홍보대사’입니다.
우리 도서관 ‘홍보부서’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네요.
포스터 만드는 솜씨도 대단하지요.
잠자리를 그리며 예전에 있었던 잠자리에 관한 추억들이 쏟아집니다.
죽은 잠자리를 위한 무덤을 만들어 줬던 일,
잠자리를 아프게 했던 일...
‘잠자리를 소중히 여겨요.’
‘잠자리를 죽이지 말아요.’
‘잠자리를 해치면 나쁜 어린이.’
잠자리 살리기 운동 본부인, 도서관 주변에 포스터가 붙여졌습니다.
잠자리는 이 포스터를 보고 얼마나 기쁠까요.
아이들을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가희와 유빈이가 울상을 지으며 발을 동동 굴리고 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보니,
잠자리 한 마리가 화단에 떨어져 있습니다.
기운이 쭉 빠져서 날지 못하고 누워 있더군요.
가희와 유빈이는 그 위에 붙여진 잠자리 포스터를 가리키며 잠자리가 죽어간다고 합니다.
몇 번이고 잠자리에게 다그칩니다.
“ 어서 날아! ”
잠자리가 아파한다고 야단입니다.
아이들의 예쁜 마음이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만난 잠자리를, 아이들이 해쳤지만, 또 아이들이 구했습니다.
잠자리는 아이들 마음속에서 훨훨 날아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