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국적인 문화의 발신기지 역할을 수행했던 이태원에 위치한 ‘우사단로 10길’이 다시 한 번 세상의 이목을 끌고 있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개최되는 ‘계단장-들어와’가 개최되고 젊은이들의 예술 창조 공간뿐 만 아니라 소자본 창업의 전진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서울의 ‘따스한 동네’ 한남동 우사단로 10길을 찾아가 보자.
한남동 뒷골목여행 지도 <지도원본: 네이버 제공>
청년 문화 예술 사업의 융·복합 전진기지로
한남동의 우사단로는 ‘보광초등학교’에서 시작하여 ‘청석 슈퍼’에 이르는 900 미터가 되지 않는 길이다.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와 ‘119안전센터’ 골목으로 100 미터 남짓 올라가면 시작점인 보광 초등학교가 보인다. 이곳에서 위를 바라보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두 개의 탑이 보인다. ‘이슬람 중앙성원 (Seoul Central Masjid)’이다. 이슬람 성원 정문 앞에서 한강 방면으로 길게 쭉 뻗은 길이 우사단으로 10길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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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슬람 중앙성원의 낮과 밤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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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무가 많아서 ‘이태원 (梨泰院)’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면 ‘우사단로(雩祀壇路)’는 조선 태종 때 기우제를 지내기 위해 이곳에 제단인 ‘우사단’을 세웠다는 기록에서 왔다. 우사단로 10길은 재개발사업의 중단 덕택에 우리나라 60~70년대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곳인데 요즘 들어서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많아지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 번 들여다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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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이발소와 50년된 이발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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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우사단로 10길처럼 신구가 조화를 이루는 골목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장작을 연료로 활용하는 구식 이발관에서부터, 전파상, 떡집, 파키스탄·터키 음식점이 전통시장과 한데 어우러지고 게스트하우스는 물론 최신의 기술을 활용한 보석 디자인 가게에 이르기까지 그 변화무쌍함이 신기하다. 이 길을 걷다보면 한국사람 보다 외국 사람이 많지 않나 싶을 정도로 외국인들이 많이 있다. 이태원과 이슬람 사원이라는 지리적인 특징 뿐 만 아니라 오래된 주택이라 임차비가 저렴하고 언어와 생활환경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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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개PC방에서 변신한 케밥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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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젊은 바람과 변화를 이끌어 가는 공동체가 있다. 젊은 문화예술인 모임인 ‘우사단단 (雩祀壇團)’ 과 재미있는 문화 콘텐츠와 장사를 결합하여 활동을 하는 ‘청년장사꾼’이다. 2012년부터 이 지역에 거주하면서 작업실 등 사업공간을 가지고 있는 젊은 청년들이 지역 문화를 만들고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계단장’이라는 프리마켓이다. 지난해 봄 이슬람 사원 옆 63개 계단에서 시작한 ‘계단장’은 처음에는 참여자가 30~40여 개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무려 60~70여 팀이 참가하는 서울지역의 대표적인 벼룩시장의 하나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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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장이 개최되었던 이슬람 중앙성원 옆 계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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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장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 오전 12시부터 6시까지 진행된다. 원래는 폭이 채 3미터가 되지 않는 63개의 계단에서 개최되었다. 셀러는 계단 세 칸을 배정받아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계단장을 찾는 수많은 방문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서 장소를 ‘우사단로 10길’로 옮겨서 진행한다. 길 양쪽에 ‘더우니까 들어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들어와 가게’ 들과 그 앞에 설치된 임시 셀러 테이블이 계단장을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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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장-들어와’ 가 열리는 우사단로 거리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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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장-들어와’ 의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가 지역 문화를 탐방하는 ‘통통투어’ 이다. 두 시간 동안 골목을 샅샅이 누비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슬람 중앙성원에서 출발하여 슈퍼마켓에서 끝나는 투어 프로그램은 지역에 거주하는 젊은이들이 진행한다. 여느 벼룩시장과 마찬가지로 이곳의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맛있는 먹거리와 타투 집 그리고 10원을 내면 10초 안에 초상화를 그려준다는 ‘10초 10원’ 초상화 가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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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가 직접 만든 바질 페이스토 |
10원을 내면 10초에 그려주는 초상화 |
아티스트 스튜디오와 문화 명소로 변모해가다
우사단길에는 청년 소호 창업가와 아티스트들이 운영하는 독특한 매력으로 중무장한 가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청년장사꾼’들이 운영하는 ‘감자집’은 요즘 인기가 있는 콘셉트인 ‘감자와 맥주’를 팔고, 점심에는 백반과 저녁에는 술과 안주를 파는 ‘식탐’, ‘밥술’ 과 같은 트렌디한 먹거리뿐 만 아니라 유명 연예인이 찾을 정도로 인기 있는 매운 닭발집인 ‘숙이네 분식점’은 그 정체가 분식점인지 술집인지 아리송하고, 매일매일 바뀌는 주방장 메뉴를 제공하는 ‘내가 먹는 세상’, 재래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송엘림치킨’과 같은 치킨 전문점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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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의 정갈한 닭개장 |
노릇노릇하게 튀겨진 송엘림치킨 |
우사단길에는 다양한 모양의 카페들이 즐비하다. ‘오늘은 열었을 거야’, 물리학의 법칙을 연상시키는 ‘엔트로피’ 그리고 복싱 영화를 연상시키는 ‘챔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의 카페가 있다. ‘챔프’는 3형제가 운영하는 로스팅 카페로 갓 볶아낸 커피 원두를 갈아 커피를 만들어주어 동네 어르신뿐 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좋아하는 다방과 같은 곳이 되었으며, ‘엔트로피’는 주문과 동시에 원두를 갈아서 직접 커피를 내려준다. 참을성 있게 10분은 기다려야 한다. ‘오늘은 열었을 거야’ 카페는 주인이 열고 싶으면 여는 그런 자유분방한 카페였으나 지금은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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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열었을거야 |
챔프커피 |
길 양쪽에는 손재주와 감각을 겸비한 젊은이들이 문을 연 디자이너 주얼리 가게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젊은 디자이너와 제작자들이 손을 잡고 예술가적 끼를 마음껏 발산하여 만든 주얼리, 가방, 액세서리 등 소품을 만들어서 전시,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인 가게가 MK Leather Work (수제 가죽 팔찌), ‘내가 사는 세상’ (핸드 메이드 금속 공방), ‘Mind Mine’ (디자인 쥬얼리), ‘Luciente’ (홈 메이드 쥬얼리), Ampersand (클래식 가죽 소품), ‘Thy’ (가죽 지갑, 나무 안경, 시계), ‘The 7th Heaven’ (은세공 작품), ‘J & J 공작소’ (청바지 재활용 소품), 시아의 감성인형 등이다. 이들은 젊음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소품을 만들어내고 체험 클래스도 운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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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단로 10길에 위치한 디자이너 쥬얼리 제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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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독립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작품을 위탁 받아 판매하는 ‘WORKS’, 예술 문신 가게와 그라피티 전시장을 겸한 ‘Soul Ink’, 작품 세 점이 걸려있고 창밖에서 앉아서 관람할 수 있도록 벤치를 비치한 ‘Kiss 갤러리’와 ‘Art Recipe’ 등 도 빼먹지 말아야 할 곳이다. 여행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HAUS’는 2층 침대를 갖춘 세 개의 방으로 손님을 받을 뿐 만 아니라 지역의 여행 안내소이자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Tiger House는 맨손 타코, 폴라 비어로 유명하고 전망이 좋은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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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갤러리 |
게스트 하우스 Haus |
도깨비시장과 슈퍼마켓에서 끝나는 우사단로 10길
‘도깨비시장’에 들어서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 편으로는 우사단로 10길의 끝인 ‘청석 슈퍼’가 자리 잡고 있다. 왼편 길을 따라가면 ‘슈퍼마켓’에 이른다. ‘슈퍼마켓’은 기존 건물을 단장하여 카페 및 소규모 모임, 파티, 식사 장소로 활용되는 3층 건물로 옥상에 올라가면 한남대교가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도깨비시장’은 재래시장으로 구청의 단속이 오면 도깨비처럼 순식간에 피하고, 단속이 끝나면 다시 나타나서 장을 여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그 이름이 도깨비시장이라 불리게 되었다.
도깨비시장
우사단로에 들어선 가게들의 특징은 오래된 건물을 최소한의 리모델링을 통해서 만든 창작공간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일부 가게들은 옛날 간판을 그대로 사용해 방문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아티스트들과 창업가들의 애정과 열정으로 인해 재개발 중단으로 자칫하면 불안전한 범죄 골목으로 변할 수 있는 우사단 거리가 예술 창작 거리로 탈바꿈하면서 홍대, 가로수길 등에 이어 서울을 대표하는 젊은이들의 거리로 변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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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 카페 |
옥상 테이블에서는 한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
- 글, 사진 : 조덕현 | 국내스마트관광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