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교육 주간 담화(2026년 5월 25-31일)
인공 지능(AI) 시대, 가톨릭 교육의 방향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날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우리 삶과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의 존엄성과 세상 안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이해해 온 전통적 사고에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욱 근본적인 물음을 마주하게 됩니다. 교육은 어떠한 인간을 길러 내야 하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AI 시대일수록 가톨릭 교육은 기술보다 인간을, 정보보다 지혜를, 경쟁보다 관계를 중심에 두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사목 헌장, 4항)해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제21회 교육 주간을 맞아 AI 시대의 가톨릭 교육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함께 성찰하고자 합니다.
학교는 가장 처음으로 개인이 처음 사회를 경험하는 공간입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세상과 만나 다양한 관계를 이루며 사고와 성격과 삶의 태도를 만들어 갑니다. 학교는 자신과 세상, 그리고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를 배우는 첫 번째 사회적 환경입니다(“대화의 문화를 위한 가톨릭 학교의 정체성”[The Identity of the Catholic School for a Culture of Dialogue] 참조). 따라서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장소가 아니라 교사와 학생, 또래 사이의 만남과 친교로써 인간적 성장을 이루어 가는 교육 공동체여야 합니다. 그 안에서 학생들은 치유와 창의성, 연대와 정의와 같은 인간적 가치를 배우며 성숙해 갑니다.
오늘날 교육 현장에서도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 대비하도록 돕고, 학습 과정을 분석하여 교육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질문하고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기술이 과연 학생들에게 인간과 세상을 깊이 이해하고 책임 있게 살아가도록 돕고 있는지 묻고 따져 보아야 합니다.
AI 기술은 학생들을 고립시키고 교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인격적 만남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알고리즘의 결과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하여 인간의 자유로운 판단과 성찰의 능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중심의 구조는 소외 주의와, 고립된 개인주의를 강화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인간 존엄의 가치를 흐리게 할 위험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교회도 깊이 성찰하고 있습니다. 로마에서 열린 ‘2025년 교육 분야의 희년’에서 레오 14세 교황께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그리스도인 교육에 관한 선언 「교육의 중대성」(Gravissimum Educationis) 반포 60주년을 기념하여 고황 교서 「희망의 새로운 지도를 그리다」(Drawing New Maps of Hope)를 발표하시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습니다. 인공 지능과 디지털 환경은 존엄성과 정의와 노동의 보호를 지향해야 하며 공동 윤리와 정의의 기준에 따라 운영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에 걸맞은 신학적 성찰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처럼 AI 시대의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어떤 인간관과 교육 철학 위에서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AI 시대 가톨릭 교육의 방향을 세 가지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리스도교 교육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교육은 하나의 합창과도 같습니다. 따라서 교회와 사회, 국가와 학교, 그리고 가정이 함께 참여하여 교육 공동체로서 공동의 사명을 실현해야 합니다. 우리가 인간의 존엄과 관계, 그리고 희망을 중심에 두는 교육을 지켜 갈 때, AI 시대의 새로운 도전 속에서도 교육은 여전히 희망의 길이 될 것입니다.
이번 교육 주간을 맞아 우리 모든 가톨릭 교육 공동체가 교육의 참된 의미를 다시 되새기고 희망의 미래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