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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국가책임제’라는 말을 하니, 돌봄의 사회적 책임을 이해하지 못한 일부 시민들은 이에 대해 노골적으로 혐오를 드러낸다. 이것 때문에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더러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책임제는 국가가 발달장애인들을 무조건 ‘먹여 살리라’는 게 아니다. 동정과 시혜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발달장애인들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성인 장애인에게 ‘의미 있는 낮 활동’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를 졸업한 후 ‘갈 곳’이 없어서 집에서 TV만 시청하고, 가정에서 방임·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운이 좋은 일부 장애인들은 보호시설에서 낮 동안 활동을 지원받기도 한다. 그러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전 생애를 가정에서 지내거나 시설에서 보호만 받으면서 살아가야 한다면, 이게 과연 ‘행복일까?’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장애인이라도 목적이 있는 활동에 참여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수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부분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
둘째, 발달장애인의 ‘노동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소득보장이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에 있어서 일반고용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으며, 대부분 직업재활시설에서 보호고용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2018년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노동자의 평균 시급은 2,835원으로 조사되었다. 그나마 지적장애인의 72.5%, 자폐성장애인의 4.7%만이 보호작업장을 이용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뇌병변장애와 발달장애를 동반하는 중복장애인의 경우는 통계조차 없다. 발달장애인은 기능의 숙달 정도에서 개인 간 편차가 크고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들의 고용이나 취업을 위해선 장애의 특성이 고려된 직무가 개발돼야 한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의 일반고용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며, 고용의 유지율 또한 매우 낮다. 결국, 우리의 요구는 일반사업체에 고용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직업훈련을 받도록 해달라는 것이며,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직무의 개발과 사회적 공공일자리의 확충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시설이 아니면 평생을 부모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발달장애인도 독립해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주택 중심의 ‘주거 정책을 확대’하라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늘리고 이를 발달장애인들에게 우선 지원하라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의 확보가 어려울 경우 임대료 지원을 통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하자는 것이다.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그리고 주거코치 같은 지원인이 배치되면 발달장애인들도 충분히 자립생활이 가능해진다.
넷째, 발달장애인들 자신의 삶이 늘 가족이나 발달장애인 지원 종사자에 의해 결정되는 방식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주장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자기권리 옹호’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발달장애인 법과 지자체별로 제정된 조례에 근거해서 당사자들의 의견이나 욕구가 정책에 반영되고 참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당사자의 자기권리 옹호 활동을 지원하는 ‘피플 퍼스트’라는 발달장애인 단체가 설립되고 있지만, 정작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런 움직임은 발달장애인의 자기선택 및 자기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인데, 앞으로 양적·질적 확대가 필요하다.
다섯째, 최소한의 경제생활이 보장되는 삶을 위해 ‘소득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은 현실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해 살고 있다. 그래서 공적 소득보장 제도를 개선하여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장애인연금을 현실화 하라는 것이다.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 지출 등 장애 가구의 특성을 고려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우선적으로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빈곤 대응 및 미래 지원을 위해 본인 저축 대비 지자체 매칭으로 자산 형성이 가능하도록 지원 사업을 보다 강력하게 실시하라는 것이다.
여섯째, 은행이나 동사무소에서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금융거래나 행정 서류 발급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성년후견인제도가 아닌 지원의사결정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법적 권리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일곱째, ‘중증 중복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구 지원, 추가 인력 지원, 주간이용시설의 이용, 거점병원, 그리고 긍정행동지원센터를 원하는 것이다. ‘중증 중복’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반응행동과 집착행동이 나타나는 장애인은 늘 배제되었던 시설과 기관에서 이용자의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많은 사회복지시설은 인력 등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일손’이 부족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중증’이라는 이유로, 또 ‘행동이 과하다’는 이유로 ‘중증 중복장애인’들을 배제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장애인 가족을 위한 복지전달 체계를 확충하기 위해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확대하고 발달재활서비스의 예산을 증액해 장애 아동에 대한 치료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례관리가 가족 중심의 실천을 지향하도록 하자는 것이며, 부모심리 상담, 휴식 지원, 형제·자매들에 대한 지원도 가능하도록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