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존중정교분입니다 존중할 만한 바른 가르침이며 바른 가르침이기에 존중합니다 존중이란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국어사전에 찾아보니 "높이어 귀중하게 대하다"입니다
영어로는 리스펙트Respect인데 사람의 장점 등에 대하여 존경하고 경의하는 것입니다 윗사람에 대한 경의와 복종으로서 디퍼런스Deference를 쓰기도 하고 중히 여기다 높이 평가하다의 뜻으로 이스팀Esteem이나 리가드Regard를 쓰기도 합니다
훌륭하다 멋지다 놀랍다로 표현할 때 애드미레이션Admiration, 애도레이션Adoration이라 하고 종교적으로는 숭배의 뜻을 담아 레버랜스Reverence라 하며 베너레이트Venerate라고도 합니다
중국어로는 쭌종zunzhong이고 일본어로는 손쵸우라 발음하는데 중국어나 일본어는 <尊重>을 자국의 발음으로 읽을 뿐 의미는 우리말의 존중과 같습니다 존중의 한자는 다 아시다시피 높을존尊자에 무거울중重자지요
높음은 위로 올림이고 무거움은 아래로 내림입니다 위로 올림과 아래로 내림 두 단어가 묶여 또 다른 뜻을 만들 때 언어는 참 재미있다고 생각됩니다 두 가지 움직씨가 묶여 포괄움직씨가 되는 예는 많지요 나들이나 나들목이 대표적이지만 오르내림이 있고 오감이 있으며 동정動靜이 있습니다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間에 우리는 간間을 많이 씁니다 영어의 인터inter도 사이間이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人間가 그렇고 시각과 시각 사이時間가 그러하며 빔과 빔 사이空間가 그러합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가 인터내셔널이고 만남과 만남 사이가 인터뷰지요
위로 높임과 아래로 당김ㅡ존중 어떻게 그 많은 생명 중에서 사람은 생각의 세계를 말로써 주고 받고 문자로 그림으로 표현하게 되었는지 깜짝 감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그냥 생각 같아서는 근대 언어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노엄촘스키(1928.12.7~ )박사를 초빙하여 강의라도 듣고 싶습니다
노엄촘스키 박사의 언어학 이론은 한 마디로 변형생성문법입니다 이를 좀 줄여서 얘기하면 변형문법 또는 생성문법이지요 인간의 언어는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그러나 근원적으로 들어가 보면 동물 언어나 곤충 언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개는 전세계 어디를 가나 그들의 언어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생존본능 생식본능 휴식본능 교류본능 등 본능에 따라 소통하는 말은 있지만 그들이 삶을 이야기하고 철학과 역사를 논하며 종교의 믿음과 사상의 깊이 문화를 이야기하지는 못합니다
변형생성문법의 변형은 응용의 뜻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어떤 것으로부터의 변형이며 무엇으로부터의 응용입니까 파생이 좀 더 어울리는 말이라고요 바로 그것입니다 파생이나 응용이니 하는 표현도 바로 인간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변형을 불교의 삼신설로 보면 법신불을 뿌리根 줄기幹로 하여 보신불이 나오게 게 되고 나중에는 화신불이 등장하게 되지요 이 말 역시 표현에 끊김이 생기고 포괄적이지 못하다 보니 묶어서 응화신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인간의 언어라고 하는 것은 처음에는 단순했을 것입니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면 컴퓨터 언어가 생긴지 얼마나 될까요 아무리 넉넉하게 잡더라도 불과 100년이 안 될 것입니다 전세계 언어의 25%를 차지하는 컴퓨터 용어 컴퓨터 문법이 100년도 채 안 되었는데 이토록 생성되었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놀랠노짜입니다
컴퓨터 언어에서 인터넷 언어가 파생하고 인터넷 언어에서 스마트폰 언어가 스마트폰 언어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언어는 변형되고 파생되고 생성되어 나갑니다 노엄촘스키 박사의 변형생성문법이란 말이 무슨 뜻일까 궁금한 사람이 많습니다 그리고 왜 그리 어럽냐고들 합니다
말의 뿌리와 줄기로부터 패턴을 따라 파생된 언어가 삶의 과정 속에서 꾾임없이 생각하고 응용하다 보면 필요에 따라 늘어나는 게 변형이고 또한 생성입니다 노엄촘스키 박사의 변형Transformational 생성Generative 문법Grammar 이게 어려운 용어라고 느껴지십니까
발음이 정확하지 않을 때 우리는 이런 말을 곧잘 합니다 "제가 혀가 좀 짧아서~" "그 사람 혀 짧은 소리를 하데!" "제가 이를 뽑았더니 말이 새네요." "감기가 심해서 목소리가~" "목이 갔네 갔어." "코맹맹이 소리를 하는 걸 보니."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발음 기관이 동물들에 비해 매우 발달된 구조를 지녔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소리를 낼 때는 적어도 10가지 기관이 갖추어져야 원하는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인간의 언어가 다양한 만큼 발성구조도 매우 정교합니다 발성구조가 완벽하다 하더라도 언어를 모르면 안되겠지요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하더라도 언어의 처리장치인 뇌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언어가 가능할 수 있겠습니까
변형생성문법이란 가장 기초적인 데서 필요에 따라 언어가 형태소를 바꾸어가며 새로운 말이 생겨나게 되는데 나름대로의 문법이 있습니다 결코 중구난방도 아니고 마구잡이도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를 정리한 것이 이른바 변형생성문법입니다
가령 '존중정교분'을 놓고 우리말로 읽을 때는 몇가지 따라야 할 법칙이 있습니다 첫째 소리읽음音讀입니다 영어 중국어 독일어 이탈리아 어 핀란드 어 노르웨이 어 태국어 등은 주어ㅡ서술어ㅡ목적어 순입니다
따라서 주어에 해당하는 나 너 또는 그는 생략되었더라도 존중이란 서술어가 앞에 오고 정교란 목적어가 뒤에 오겠지요 특히 한문은 뜻글자이기에 술어 속에 주어의 뜻도 있고 주어 속에 목적어의 뜻도 있습니다 따라서 어디서 어디까지가 주어고 술어며 목적어인지 정확하게 알고 읽어야 합니다
따라서 존중정교분을 존 중정교분으로 읽거나 존중정 교분으로 읽어도 안 되며 존중 정교 분으로 읽거나 차라리 그냥 붙여서 읽으면 됩니다 참고로 한국어 일본어 터키 어 몽골 어 힌디 어 등은 주어ㅡ목적어ㅡ서술어 순이고 마사이 어 마오리 어 히브리 어 타갈로그 어 등은 서술어ㅡ주어ㅡ목적어 순입니다
둘재 존중정교분을 우리말로 풀어解 읽을讀 때는 어떻게 읽는 게 좋겠습니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주어ㅡ목적어ㅡ서술어 순이니까 "(나는) 바른 가르침을 존중한다"지요 우리말이 지닌 도치倒置법으로 주어ㅡ서술어ㅡ목적어 순으로 읽어 "(내가) 존중하는 바른 가르침"도 꽤 괜찮은 해석입니다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놓고 존중하는 마음을 낸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인간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객관화시켜 놓고 바르다고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판단의 지혜를 지니고 있음입니다
그러니 인간으로 태어남이 이 얼마나 소중한 인연입니까 불교를 알아서라기보다 무엇이 과연 바른 가르침인가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온몸으로 느낄 기쁨이지요 종교인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서 얼마나 멋지고 가슴 벅찬 일입니까
존중이라는 단어와 정교 곧 바른 가르침이라는 말 속에 이처럼 참으로 소중한 생명의 역사가 담겨 있고 언어의 문화가 담겨 있습니다 문자라는 소통의 표기 문화가 있고 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교육 문화가 담겨 있습니다
얼마나 훌륭한 가르침입니까 이 경전이 있는 곳이면 거기가 곧 부처님이 계신 곳이고 이 경전이 존중되는 곳이면 위대한 성자들이 존중되는 곳이며 이 경이 읽혀지는 곳이면 모든 불보살님께서 함께 하는 곳이고 이 경전이 설해지는 곳이면 호법신장이 보호하니까 말입니다
존중, 정말 어떤 뜻이 있는지 정교, 바른 가르침의 뜻을 살피려면 하루 정도는 더 기다림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