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창사 45주년 특별대담 '유인촌 장관에게 듣는다.'
녹화가 동 건물 공개홀에서 이루어졌다. 호남대 김기태 교수(이하 김)가 사회를 맡은 이번 대담을 통해
유인촌 장관(이하 유)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에 관해 가지고 있었던 견해와 조성사업의 진행방향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예술인 유인촌과 장관 유인촌, 어떤 것이 더 편한가?
유: 편한 일은 없다.
예술인으로서의 유인촌은 창조적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
장관으로서의 유인촌은 국가적인 일이라는 데서 오는 책임이 무겁다.
둘 다 쉽지 않다.
국가적인 일은 어떤 결과에 대한 변화가 많고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어렵다.
이: 공옥진 여사를 방문했다고 들었다.
유: 공옥진 선생님이 한창 활동할 때 봤었는데 그동안 잊고 지내다가 지난주에 편찮으시다는 연락을 받았다.
누군가 수발을 들지 않으면 거동이 불편하시고 거의 기초수급생활자 수준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모습이었다.
가보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움 때문인 것 같다.
연구소가 있으나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다시 공연하게 되면 홍보와 대관료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선생님께 꿈을 드리고 왔다.
이: 뛰어난 예술인의 말로, 정책적으로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유: 물질적 측면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복지는 어느 정도 돼 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 한 나라의 장관이 문화 정책을 세울 때 어떻게 방향을 설정하는가?
유: 문화가 경쟁력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지만 문화는 실체가 없다.
문화는 삶의 질을 높인다.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사람에게 꿈을 만들어 준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로 인해 물질적으로 풍부한 것과 풍부하지 않은 것이 생기는데 문화가 이것을 보완할 수 있다.
즉, 문화적 행복 지수를 높여서 경제적 차이를 메울 수 있어야 한다.
도시든 농촌이든, 잘 살든 못 살든 문화로 균형을 잘 맞춰갈 수 있다.
예술가의 예술행위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상례를 내년부터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전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사업인데 장관께서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유: 아시아문화중심도시사업을 이명박 정부 최대 문화적 업적으로 만들고 싶다.
사실 이 사업에 대해서는 장관이 되기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2~3년 전 일반인 자격으로 너무 궁금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전당 사업체를 찾았다.
광주 인구와 도시 규모로 볼 때 전당의 볼륨이 좀 큰 것 같아서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설계된 모습을 보고 감사하고 안심했다.
당시 공교롭게도 이병훈 단장이 직접 설명을 해주었다.
요즘 서울을 비롯한 시#8228;도 문화예술회관은 해당 시#8228;도 규모에 비해 크게 지어놨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반성의 소리가 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이: 문화도시 추진 방향에 대해서 듣고 싶다. 문화도시란 어떤 도시를 말하는 것인가?
유: 광주가 가진 문화도시의 개념이 있다.
518은 남녀노소, 직업귀천 할 것 없이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진정한 문화도시는 이처럼 '차별받지 않는 도시'이다.
장애, 돈 상관없이 마음 편히 사는 도시이다.
오늘날의 광주에선 민주화와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이: 자유롭고 평화적이고, 인본주의적인 방향인 듯하다.
문화전당 건립에 갈등도 있었는데 10인 대책위와 도청 별관 부분 보존 합의 과정은?
유: 공사 늦어지고 정치권까지 나서게 됐다.
도청 별관 문제를 떠나서 미래지향적인 설계 원안이 마음에 들었었는데…….
보존하자는 중간 안은 1/3 보존하자, 건물에 문을 만들자 등이 나왔는데 내 생각엔 처음 안처럼 철거 하든가
보존하려면 완전 보존을 해야 한다.
합의된 보존안은 보존의 의미와 멀다.
그러나 이 보존안이 모든 사람이 합의된 것이라고 하니
건축가들과 합의해 (별관의 의의나 외관 상) 훼손시키지 않는 상태에서 보존하겠다.
이: 상처와 갈등이 여전히 남아있는데.
유: 조성위원회가 고생을 많이 했다.
원안대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조성위원회 측에는 미안하지만 더 좋은 결과 도출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 달라.
이: 앞으로 사업 진행 방향은 어떻게 되는가?
유: 보존 원칙이 있기 때문에 두 달 정도 안전진단을 할 것이다.
진단 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놓고 우규승 설계자의 아이디어를 들어볼 것이다.
이: 예산 문제는 없는가? 작년 예산에 불용액이 생겼다고 들었다.
유: 작년 예산 다 못 썼으나 큰 어려움은 없다.
공사가 본 궤도에 오르면 총 예산을 다시 짤 것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설계 변경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의회에서는 6개월이라고 하던데.
유: 되도록 빠른 시간 안에 하려고 노력하겠다.
하지만 설계하는 분들에 대한 예우, 돈, 시간 등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
이: 전당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유: 전당은 창작의 산실이다.
좋은 예술품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시아의 문화를 용광로처럼 끓여서 다시 태어나도록 만들어야 한다.
공사는 늦어졌지만 한#8228;아세안 전통오케스트라, 아시아청소년오케스트라,
아시안크리에이티브아카데미 등 전당 만들어졌을 때
아시아적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콘텐츠들을 이곳에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 전당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 성공여부는 콘텐츠에 달렸다. 스토리텔링 위원회 등 적자 나지 않게 그런 것들을 잘 구성해야 한다.
이: 도시의 동력을 '문화'로 보는 시각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문화도시 성공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유: 관광 환경이 바뀌고 있다.
제주도 올레길을 보면 보이지 않는 '문화'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저 길만 만들어 놨을 뿐인데도 사람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관광이다.
전남에 슬로시티가 장흥, 담양 등 4군데가 있는데 관광객이 자동차 타고 와서 집에서 싸온 삼겹살 구워먹고 가버리면
그 지역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좀 더 불편하게 해야 한다.
인스턴트, 햄버거 가게 없애고 자동차도 줄이는 등 문화 환경을 바꿔야 한다.
이: 잘 들었다. 지역민에게 마무리하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 호남은 푸근함과 풍요로움을 내재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잘 표현되지 않아 안타깝다.
담양 소쇄원을 좋아하는데 그곳에 가보면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정원이 어떤 것인가 알 수 있다.
그런 것이 바로 호남의 가치가 아니겠나.
그러한 것들을 재발견 하도록 노력하겠다.
'호남에 가면 음식과 술과 풍류가 있다.'는 말이 말 뿐이 아닌 진정한 가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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