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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
그 장마가 시작된 지도 몇 날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은 비가 오는 날보다 개인 날이 더 많다.
그렇지만 한 번 오기 시작하면 꽤 많은 양이 내린다.
그러다보니 집을 나서게 되면 의례히 우산을 가방에 넣어 다닌다.
장마철에 우산을 넣어 다니 듯
일상생활에서도 늘 준비하고 또 조심 한다면
우리의 삶은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하며
행복한 일상들이 함께 하지 않을까.
꽃이 피었다.
5년만에 손톱보다 작은 꽃이 피었다.
꽃봉오리라기보다 아직은 꽃망울도 채 다 피지
않은 상태지만 신기하고 예쁘다.
누구나 또 늘 그렇지만
자주 보기도 어렵고 잘 피지도 않는 꽃을 보게 되면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슨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고
은근히 기대를 하기도 한다.
그러한 기대를 가득 안고
안개와 구름이 자욱한 길을 나섰다.
흐린날이지만 바닷가에는 사람들이 많다.
해수욕장은 이미 개장 되었지만
바다물 속에 있는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대부분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고
가끔 어린아이를 동반한 파라솔만 몇 개 보인다.
집에 오는 길.
롯데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아웃백에 들러 파스타 한 접시로
간단히 배를 채웠다.
그리고 소화를 시킬 겸 시내를 한 바퀴 도는 데
평소에는 꽤 한가하던 봄베이에 손님들이 여럿 있다.
가게 앞에는 소위 연예인 차라는 검은 차도 정차 해 있다.
갑자기 인도 요리가 먹고 싶어 진다.
집에 오자 마자
거의 동시에 하늘이 검어지더니
굵은 소나기가 쏟아 진다.
다행이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 비를 맞을 뻔 하였다.
이 또한 다행이고 좋은 일이다.
다음날 아침.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고
바다에는 안개가 자욱 하다.
오늘은 동생을 잠시 만나는 날.
흐린 탓인 지 날씨가 후덥지근 하다.
내가 그를 보러 가려 했으나
그녀가 보러 왔다.
날씨 탓인가.
요즈음엔 카페나 식당에 가면 차가운 음료를
꽤 자주 마시는 편이다.
차가운 얼음이 많이 들어 갔지만
그 때문에 주문한 자몽 쥬스가 더욱 달콤 새콤 하다.
음료를 마시며 함께 주문한 샐러드의 맛도 참 좋다.
이런 날엔 배부른 음식보다 간단한 먹거리가 더욱 편하다.
그리고 찾아간 바다.
물에서 노는 피서객들 대신 파도가 우리를 반기고 있다.
하얀 파도가 더욱 시원하게 느껴지는 풍경 이다.
중부지방에는 오늘도 비가 제법 온다고 하는 데
부산은 어제, 오늘 비 소식은 없다.
그래도 여전히 손에는 우산이 들려 있다.
앞으로도
장마가 그친 후에도
늘 조심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은 요즈음이다.
날벼락을 맞는 사람들이 참 많은 세상이다.
엊그제도 역주행 하던 차가 인도로 달려가 수많은 사상자를
내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