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설탕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최근 영국 정부는
2018년부터 설탕세를 도입하기로 했고,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설탕 섭취량을 하루 열량의 5% 이하로 줄이는 것을 제안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어린이들이 탄산음료 등 가공식품을 통해 설탕을 많이 먹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당류 저감 종합 계획’을 내놓았다. 세계 각국이
이렇게 앞다퉈 설탕에 대해 엄격한 규제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성탕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생활 속 설탕을 줄이는 방법을
소개한다.
△‘당 빨간불’ 켜진 대한민국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설탕은 귀해서 못 먹는 사치품인 동시에
효과적인 영양제였다. 어린이에게 설탕에 절인 과일이나 유과 등을 간식으로 먹이는 것이 유행일 정도였다. 하지만 가공 기술이 발달하고 당 섭취량이
꾸준히 늘면서 설탕은 건강을 해치는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특히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 2명 중 1명(46.3%)이 당류를 지나치게 먹고,
이 때문에 소아비만과 당뇨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발표되면서 다른 선진국과 같이 엄격한 설탕 규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일 식품에 당류 표시를 강화하고 학교에서 커피와 탄산음료 판매를 제한하는 내용의 ‘당류 저감 종합
계획’을 내놓았다. 식약처는 특히 2020년까지 하루 열량의 10% 이내만을 설탕 등 당류로 섭취하자는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이는 비만과 당뇨
등 만성 질환의 주된 원인인 당을 지금 잡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 의식에서였다.
△막연한 ‘설탕 공포’ 느끼지 않아도 돼
설탕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해서 막연하게 ‘설탕 공포’를 느낄 필요는 없다.
정부의 당류 저감 대책에서는 천연 과일과 곡식 등에서 흡수할 수 있는
‘천연당’이 아닌 가공식품에 첨가하는 ‘첨가당’만을 문제 삼고 있다. 즉, 당 자체보다 ‘어떤’ 당을 ‘얼마나’ 먹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당은 우리 몸에 에너지를 제공한다. 문제는 그동안 우리가 빵이나 과자, 청량음료에 포함된 ‘불량 단맛’에 길들여졌다는 데
있다. 가공식품은 천연 식품보다 많은 당을 포함하고 있으며, 흡수도 빨리 된다.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캔음료 250g에는 설탕이 전체 용량의
15%(37.5g)를 차지한다. 어린이가 하루에 음료수 1캔을 마셨다면, 이미 권고 받은 섭취량을 훌쩍 넘게 되는 것이다. 간식으로 즐겨 먹는
과자나 빵 역시 대개 10~20% 안팎의 설탕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어린이는 절제력이 약하기 때문에 하루 권장량을 넘는 당을 섭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소아 비만으로 이어지고 치아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과일 껍질째 먹고 달콤한 시리얼은
NO!
어린이들이 ‘불량 단맛’을 줄이는 첫걸음은 가공식품에 표시된 당 함유량을 살피는 것이다. 과일 음료의 경우, 포장지에
‘무가당’이라고 쓰여 있어도 원재료인 과일의 당 성분은 들어가 있다. ‘무설탕’이란 표현 역시 마찬가지. 설탕이 첨가되진 않았지만 설탕 대체
물질인 액상 과당이나 아스파탐 등의 감미료는 들어 있다.
두유와 유산균 음료 역시 설탕이 많이 들어가 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두유 한 팩에 당류가 최대 10.9g까지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WHO 1일 섭취 권고량의 20%가 넘는
수치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나쁜 단맛’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아침 식사로 달콤한 시리얼이나 잼을 바른 빵보다는 삶은
달걀이나 생당근, 오이 등을 먹는 게 좋다. 또 과즙만 먹기보다는 과일을 껍질째 먹는 것이 섬유질이나 비타민, 미네랄을 함께 흡수할 수 있어
건강에 이롭다.
달콤한 간식이 땡긴다면 비스킷이나 초콜릿보다는 올리브 오일이나 견과류, 치즈, 해산물을 섭취하는 것이 훨씬 낫다.
특히 적당한 지방과 단백질 섭취는 포만감과 식욕 억제뿐 아니라 뇌의 원활한 기능을 돕는다.
수원대 임경숙 식품영양학 교수는
“천연식품 위주로 당을 적당량 섭취하면 단맛을 즐기면서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