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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비리와 정치외압 희생양은 누구? |
[투고] SLS그룹 비자금과 SLS조선 노동자들 |
신아조선은 경남 통영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신아조선 노동자들은 지난 2005년 M&A전문 ‘먹튀’ 기업이 신아조선을 인수한다는 소식을 듣고 금속노조 경남지부 도움으로 2006년 6월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SLS그룹은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신아조선을 헐값에 인수해 2006년 7월 SLS조선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그 뒤 SLS조선 이국철 회장은 신아조선 시절의 1천 3백 억 원대 분식회계 사실을 폭로하며 자신은 깨끗한 기업인이라고 자랑하고 다녔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창원지검은 2009년 이 회장과 SLS조선을 포함해 열 세 곳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석 달 동안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다. 혐의는 △4백억 원대 정관계 비자금 조성 △SLS그룹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찰서, 세무서, 시청, 고용노동부 등의 관료에게 1인당 100만원의 금품을 뿌린 정황이었다.
결국 창원지검은 2009년 12월 △기업 대차대조표와 손익 계산서를 허위 공시 △뇌물공여 혐의로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창원지법은 이 회장과 이 회장의 형인 이여철 SLS조선 대표이사에게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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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회는 지난 11월 17일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했다. 지회는 조합원들을 하나로 모으고 단결해 회사와 채권단의 경영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것이다. 만약 소문처럼 청산을 생각한다면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지난해 3월 작업중인 조합원 모습. |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창원지검으로 의뢰했다고 알려진 이 사건을 계기로 SLS조선은 자금줄이 막혔다. 조선시장의 불황으로 수주한 선박마저 계약이 취소됐다. 이 회장은 워크아웃 동의서와 경영권 포기 각서를 채권단에 제출했고 채권단은 2009년 12월 24일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한다. 이에 이 회장은 “매출 3천3백억 원에 불과한 기업을 2조 4천억 원대로 키워 놓았는데 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신규 수주는 한척도 없고 70여척의 선박이 선주사로부터 계약 취소됐다. 지금 건조중인 선박도 선주사가 트집을 잡아 가격을 다운시켜 가져가는 상황이다. 그리고 회사는 어려운 경영상황을 이유로 조합원에게 기본급 동결 및 복지 축소 등의 고통분담을 요구한다. 채권단은 지난 6월 SLS그룹으로 실추된 기업이미지를 개선한다며 새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사명도 신아에스비로 변경했다.
이 와중에 천여 명에 육박하던 우리 조합원은 경제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퇴사하여 690여명만 남았다. 지금도 회사를 그만두는 조합원이 늘고 있다. 건조를 완료하고 인도 대기 중인 선박을 제외하고 12월 14일자로 두 척의 배만 남겨둔 상황이다. 경영자의 비리와 정치적 외압으로 3천 여 명이 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당장 내년 2월부터 물량이 바닥나는 절체절명의 위기인데 채권단과 경영진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수수방관 하고 있다. 향후 긴 공백기에 대한 노동자의 생존권문제와 회사의 존폐여부에 대해 아무런 계획도 밝히지 않고 조금만 있으면 수주가 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지회는 지난 11월 17일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했다. 지회는 조합원들을 하나로 모으고 단결해 회사와 채권단의 경영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것이다. 만약 소문처럼 청산을 생각한다면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지회는 노조, 지부와 함께 대응팀을 구성해 철저한 준비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제2의 한진중공업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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